고향
- 박순호 -
간짓대를 이어도 닿을 수 없는
내 고향
여우치의 하늘은 너무나 높아
우리는
그 하늘을 등에 지고
허리가 휘도록
땡볕을 일구며 살아왔네
양아들로 분가한 아버지는
너름직한 집터를 잡아 집을 짓고
당산쪽 응달에는
참대밭을 일구었네.
촘촘한 청댓잎 사이로
새소리 커져가면
저만치 있던 여름이 앙감질로 다가와
모란 장미의 향기로 내려앉고
자두, 앵두, 감
복송, 알밤나무, 사디신 개살구나무
그 푸른 열매를 바라만 보다가 시린 눈은
애꿎은 다람쥐만 쫓아 산골로 달음질 하였지
그때쯤
할매가 집 보라 일러두고 밭 매러 가면
집안은 왼통 내 세상
곧장
당산밑에 외따로 사는
상기를 불러다가
사닥다리를 느리고도 키가 모자라
께금발을 딛고 새알을 꺼내다
양파쫑지에 구워 먹었지
아제 잠시
안경을 벗고
침침한 눈으로 하늘을 보면
고추잠자리 쫓듯 쫓아온 빛 바랜 세월만
자꾸
반디처럼
반디처럼
아른거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