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이 '미지근한 경기' 끝에 2007 아시안컵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47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오르려던 대표팀의 꿈이 산산조각난 터라 졸전의 원인을 냉정하게 따져보자는 목소리가 거세다.
졸전의 책임은 1차적으로 핌 베어벡 감독이다. 비록 대표팀이 2000년 레바논 대회 이후 7년 만에 아시안컵 4강에 올랐다고는 하나 베어벡 지휘봉 아래의 대표팀 전력은 '기대 이하'였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 조별예선 3경기와 8강, 4강전 등 총 5경기에서 단 1승만 거뒀다. 8, 4강전에서 단 한 골도 못 넣는 등 5경기에서 겨우 3골만 기록했다. 경기내용도 안 좋았다. 대표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수십 계단 밑에 있는 바레인·인도네시아(이상 조별예선)·이라크(4강)와의 맞대결에서 아시아 최강을 자처하는 팀답지 못한 수준 낮은 경기내용을 보였다.
베어벡 감독은 대회 기간 내내 자신의 전술과 지도력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에 대한 비판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대표팀과 맞붙은 상대들은 " 한국의 전력이 예전만 못 했다 " 고 입을 모았다. 베어벡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축구협회는 7월 말이나 8월 초쯤 기술위원회를 열어 이번 대회를 결산한다. 이 자리에서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철저한 검증작업을 해야 한다. 베어벡 감독은 이미 지난해 도하아시안게임 때도 이번과 비슷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마녀사냥식'으로 졸전의 원인을 전부 감독에게 뒤집어씌우는 건 옳지 않다.
독일월드컵 직후 '베어벡이 정답이다'라며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감독을 뽑은 게 협회 기술위다.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올림픽팀이 이번과 비슷한 졸전을 벌일 때도 뒤에 기술위가 있었다. 따라서 기술위는 베어벡 감독과 운명을 같이 해야 한다.
선수 역시 이번 졸전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만일 감독의 지도력과 전술에 문제가 없다면 대표팀 졸전의 원인은 선수들의 정신자세에서 찾을 수 있다. 아시안컵은 병역혜택이란 보너스가 없는 대회다. 월드컵처럼 자신의 이름을 유럽무대에 알릴 만한 대회도 아니다. 이 때문에 대회를 앞두고 적잖은 선수들이 더운 여름에 굳이 동남아까지 가서 경기를 해야 하느냐며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코칭스태프가 사석에서 " 선수들에게 어떤 식으로 동기부여를 해야 할지 걱정 " 이라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지난 2월 런던에서 열린 그리스와의 평가전 때는 모든 선수들이 펄펄 날았다. '유럽진출을 위해 필요한 경기'란 동기의식이 있기에 유로 2004 우승팀을 무릎 꿇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확실한 동기의식이 없기에 한 수 아래인 팀들에 망신을 당했다. 객관적인 면에서 약체로 평가되는 상대 수비수 하나 제치지 못하는 것과 부정확한 크로스 및 둔탁한 볼 트래핑 등도 '문제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들에게 있다'는 지적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전광열 축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