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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

강대형 |2007.08.02 04:24
조회 395 |추천 0

  내가 여기서 어줍잖은 정보를 가지고 겪어보지도 않은 일을 왈가왈부 해봐야,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일 것이고, 뜻이 있는 사람은 알아서 찾아볼 것이다.(정보 찾는데 10초도 안걸린다. 수많은 자료들에 눈이 뒤집힐 것이다.) 볼 생각 없는 사람들은 내가 떠들어도 안 들을테니 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만 주로 하겠다. 그나마도 보기 싫다면 스크롤 내리거나, 벡스페이스 누르거나 상관 없다.(그정도면 이 글은 왜 열어 보셨는지?)

 

 

 

1. 소재선택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흔히 말하는 5.18을 소재로 삼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의 흥행은 보장되어 있었다.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 돌파라는 기록은 어찌 보면 기대 이하의 성과인지도 모른다.(광주시민들만 봐도 4일 만에 100만은 넘겠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이 영화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민주화의 역사에서 큰 사건을 뽑으라면 1960년 4.19와 1980년의 5.18, 마지막으로 1987년의 6월 항쟁을 꼽을 수 있겠다. 이중 지금도 가장 큰 이슈가 되는 것은 5.18이다. 5 공화국이라는 특이한 시대 배경이 있었고, 민중의 패배로 끝났으며,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미해결 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5.18은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런데 대선을 코 앞에 둔 지금 이 식상한 소재를 가지고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 더구나 6월 항쟁 20주년을 맞이하는 이 뜻깊은 해에 보다 덜 알려진 6월 항쟁을 참신하게 다뤄도 좋을 것을 화려한 휴가라는 낡아 빠진 제목(뒤에 더 자세히 말하겠다.)을 붙여서 다시 상기시키는 이유는?

 

  나는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영화도 아닌 그저 과거를 상기시키는 정도 밖에 안된다고 본다. 아닌가? 그럼 상업적 목적으로 5.18을 이용하는 것일까?

 

 

 

2. 영화? Vs 다큐?

 

  이것은 리얼리티의 문제다. 영화가 꼭 리얼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설프게 다큐멘터리처럼 꾸밀려는 흔적이 보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꼬집지 않을 수가 없다. 먼저 잔혹성의 수위다. 꼭 '12세 관람가'로 만들어야 했는가? 보다 많은 관객층을 확보하기 위함인가? 물론, 19세 관람가로 만들었어도 이 보다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이것은 한국영화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그런게 관객의 반응은 더 황당하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데 뒤쪽에서 한 아저씨가 일행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실이긴 한데 너무 과장했다." 헉! 난 정말 어이가 없었다. '과장!' 이라니... 방위 나오신 분인가?

 

  국립 현충원에 시청각 자료실에 가면 6.25전쟁 당시 군종기자들이 찍은 사진과 영상이 있다. 광주 망월동 국립묘지에 가면 5.18 관련 자료들이, 북한산 자락에 있는 4.19기념 공원에 가면 4.19 관련 자료들이 있다. 이 자료들은 우리가 드라마, 영화, 만화에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총알이 날라다니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현장은 결코 장난이 아니다. 영화에서는 부서진 건물들의 잔해들을 보여주지만, 실제 전쟁에서는 그 건물잔해 만큼의 시체가 쌓여 있다.

 

  관객들에게 말하고 싶다. 착각하지 마라. 하다 못해 소방서에서 소방교육이라도 받아 봤는가? 재난 영화에서는 불이 났을 때 불길을 조명삼아 사람을 구한다. 하지만 실재 화재 현장은 검은 연기에 휩싸여서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현실이다.

 

  1960년 서울에서 4.19를 지켜보던 프랑스인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비폭력 혁명입니다." 우리 4.19 때 많은 사람이 죽었다. 하지만 이승만은 군대까지는 동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혁명에 비하면 소프트하게 진행된 편이다. 프랑스 혁명 당시에는 파리 시내 모든 거리에 피가 흘렀다고 한다.

 

  혹자는 말한다. 시민과 계엄군 다 합해서 사망자는 300명 이하라고... 최후 생존자의 증언이 있다. 마지막날, 계엄군이 도청으로 들어오던 밤 돌아갈 사람은 돌아가도록 하였다. 그렇게 해서 남은 사람만 180여명이었다고 한다. 이중 대부분이 죽었다. 마지막 날 죽은 시민군만 해도 180명 가까이 된다.

 

  이야기가 자꾸 다른 쪽으로 샜다. 한장면만 예로 들겠다. 김상경이 죽는 장면. 주인공 답게 총알 세례를 받는데 그 많은 총알중에 머리, 목에 맞은 총알은 한발도 없고, 몸은 만신창이라도 얼굴은 깨끗하다. 영화 전체를 봐도 머리 깨지는 사람 한명도 없다. 팔다리 떨어지는 사람도 없다. 뼈가 튀기고 내장이 흘러나오는 묘사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3. 화려한 휴가

 

  '화려한 휴가'라는 제목이 무슨 뜻인지... 다들 알고 있겠지... 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저 사건이 있었던 1980년도에 태어난 사람이 지금 28살이다. 30여년... 한세대가 흘렀다. 저 시대를 살았던 사람도 저 제목의 뜻을 다 알지 못한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화려한 휴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그저 관객들이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뿐만 아니라 아는 사람도 헷갈린다. 단지 작전명 '화려한 휴가'인가. 아니면 외국인 신부님들이 만들었다는 영화'화려한 휴가'를 원작으로 다시 만들었기 때문에 제목을 그대로 뭍인 것인가. 전자라면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제목이 된다. 후자라면 원작 '화려한 휴가'에 대해 부끄럽다.(내가 보기에는 전자인 듯 하다.)

 

  참신한 제목을 지었어야 했다. '모래시계'처럼...

 

 

 

4. 인물

 

  주인공은 택시기사다. 택시기사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기서 주목할 점은 대학생도, 군인도 아닌 보통사람이라는 것이다. 시위를 하던, 사람이 죽던, 그저 휘말리지 않고, 다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는 평범한 시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에 주요 인물들 중에 대학생은 한명도 없다. 대학생들의 단체 행동은 자세히 그려지지도 않고 있다. 훌륭하다.

 

  시민군을 지휘한 예비역 대령.(안성기) 이 인물은 실화와 비교했을 때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인물이다. 실제 5.18 당시 시민군을 지휘한 사람은 젊은 대학생이었다. 이 인물조차 교체함으로서 이 영화에서는 대학생의 비중을 줄이고 있다. 또한 안성기는 시민들과 다른 부류의 인물로서 관객들에게 정확한 상황을 지적하고 정보를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혁명에서 지도인물이 이렇게 시민들과 다르면 문제가 생긴다. 하여간, 영화에서는 이 인물을 잘 사용하고 있다.

 

  왜 하필 신부님인가? 이는 천주교가 5.18에 가장 크게 관여했기 떄문이다. 외국인들이 더 많이 봤다는 5.18당시 현장을 담은 영상. 그 영상을 촬영하고, 제작, 유포 한 것이 신부님이었고, 당시 광주에서도 현장에 신부님들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5. 여담과 장면들

 

  주로 비판을 했는데 별 10개를 준것은. 일단 안성기와 김상경의 연기가 빛났고, 5.18 이라는 소재만으로도 난 눈시울을 적셨다는 것이다. 영화 보기 전에 예고편과 뮤직비디오를 봤는데, 가슴에 무언가가 막 올라와서 예고편조차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그 중 몇장면 보자면...

"막지 않겠다. 이리 와서 내 말 들어라...... 이거 바르면 눈이 안 따갑다."

(돌진 하는 버스) "저게 뭐야! 쏴!", "대한민국 만세!"

"저와 같이 가실 분 없습니까? 저와 같이 가실 분 없어요! 저와 같이 가실 분?", "제가 가겠어요.", "그래, 박간호사."

"왜 죽어 이놈아, 니들이 살아서 전해야 혀. 우리가 얼마나 얼울하게 죽었는지."

"야, 이 쪽은 내 고향이고. 네 고향은 저쪽이여."

"50년 후에 찾으러 올께요.", "내일 아침에도 데리러 와 주실꺼죠?"

"아아, 듣고 있소? 내 이름은......이요. 나를 기억해 주시요.", ".....고등학교 3학년 3반 .......입니다. 대한민국 만세! 광주시민 만세!"

"광주시민 여러분, 시내로 계엄군이 처들어 오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형제자매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일어서서 끝까지 싸웁시다.",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우린 광주를 지키고야 말겠습니다."

 

 

 

- 마지막 장면 -

  결혼 사진을 찍는 마지막 장면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이런 장면은 안 넣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은 이런 장면을 해석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일부 해석한다 해도 그다지 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기 위한 몸부림으로 밖에 안보인다.

 

하여간, 키워드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다.

  잘 보면 이요원의 표정이 말이 아니다. 죽은 사람처럼 딱딱하게 굳은 얼굴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왁자지껄하게 웃고 있다. 너무 즐거운 모습들이다. 이 사진 속 광경은 실제 하지 못한 상황이며 사진 속 주인공들은 모두 죽었다. 이요원만 빼고...

 

  죽은 자는 죽었기 때문에 웃을 수 있지만, 살아남은 자는... 슬픔 속에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아픔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죽음을 묘사 하는데 너무 치중하여, 살아 남은 자의 고통은 다룰 시간이 없었다. 마지막 장면으로 그것을 보여주고자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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