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생겨서 집에 내려가게 되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
우리 집 매우 가까운 곳에 화려한 휴가 세트장이 있다고 !!!!
ㅇㅅㅇ 엄마, 왜 이제 말해-_ㅜ 안성기분 싸인이라도 받아놓지 그랬어.
화려한 휴가 세트장 가는 길
광주 사시는 분들은 한번 가보세요.
광주 첨단지구 과학기술원 근처입니다.
먼저 과학기술원 정문을 지나 후문을 향해 직진하다보면,
누가봐도 세트장 같은 무언가가 보입니다.
후문에서 오른쪽으로 직진하면,
화려한 휴가 세트장이 나옵니다.
디카를 가져오지 못한것이 한이었다.
여기에 소개되는 사진들은 아래 블로그들에서 퍼온 것임을 밝힙니다.
http://blog.daum.net/avantgarder
http://cafe.naver.com/518photo
http://blog.naver.com/han_vicki
세트장 둘러 보기
이른 아침이라서 아무도 없었다.
전쟁이 다 끝난 폐허에 나 혼자 와 있는 느낌이었다.
입구에 들어서니 포니랑 지프가 나를 맞이했다.
+
이 택시는 이집트에서 역수입한 것입니다. 눈으로만 보세요.. 라는 글을 읽는 순간.
나는 내 손이 택시 문을 잡아당기고 있었음을 알아차렸다. -ㅅ-;;
택시 무지무지 조그맣다.
김상경님 택시 탈 때 무지무지 답답하셨겟다.ㅋ
저기 뒤로는 탱크도 몇 대 있다.
+
조금 걷자마자 바로 도청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 도청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현재는 도청을 문화전당이라고 부르는데
여튼 80년의 그것에 비해서는 훨씬 큰 건물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피로 얼룩진 도청을 518 후에 새로 지었나?
그런데 사진으로 보기만 멀쩡하지 사실 건물이 아니다.
앞면만 있는 거대한 판이라고 묘사하면 되려나..
+
저 무지개 모양의 구조물은 전국체전에 나간 전남 대표단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세운건데,
여튼 518 관련 영상물을 볼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골 손님이다.
실제로는 저 구조물까지 해서 세트장이 끝난다.
+
보훈병원.
이요원분이 타고 시민들을 구하러 오는 장면에 나왔던 봉고다.
80년대부터 있었나본데, 내가 고등학교 때였나. 그 때 정도에 첨단지구로 신축, 이전했다.
버스든, 봉고든 모두 치즈를 연상시킬 정도로 구멍이 숭숭 나있다.
내 엄지손가락이 들어가고도 남을 만한 구멍이다.
총알의 위력이 이 정도라면,
영화 끝부분, 선생님이 제자 대신에 죽는 장면은 일어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 다 죽고 아래 바닥까지 패이는게 정상일듯.
아무튼 총알 구멍들... 섬뜩했다.
+
80년 5월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금남로 거리.
무지개 구조물 너머로 풀밭이 보이는데, 거기까지 해서 세트장의 끝이다.
+
노란색 구조물에는 코닥 인스탄트 카메라 라고 적혀있는데,
그 당시 코닥 신제품 출시 광고였나보다.
인스탄트 카메라... 뭘까?
코닥은 그 때만 하더라도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지만
디카의 출현을 무시한 대가로 후지에게 1인자 자리를 빼앗기게 된다.(갑자기 딴소리.)
+
제일은행 광주지점 승격. 1980년 5월 1일.
이 밖에도 세트장 곳곳에는 철저한 고증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부처님 오신날 구조물.
가정의 달 행사 구조물.
프로 레슬러 방문인가? 아무튼 외환은행에도 그런 비슷한 무언가가 걸려있었고..
+
도청 바로 앞에 있던 건물인데,
그렇다.
안성기분의 택시 회사였다.ㅋㅋㅋ
+
이 기와집이 너무나도 낯이 익어서 들어가려고 했다.
저렇게 보기에는 멀쩡해도 내부는 그냥 널판지에 기둥 몇개만 서 있다.
자리를 따져서 생각해 보니.. 지금도 있는 기와집이다. ㅇㅅㅇ
광주 사시는 분들은 아실 거 같은데,
충장서림 입구 들어가기 전에
던킨이랑 베스킨라빈스 있는 편의 도로 끝에 있는 기와집 !
볼 때마다 차라리 저 땅 팔고 다른 곳에 가서 살지 왜 굳이 저 자리를 지키나 했던 그 기와집 !
너도 말없이 묵묵히 518을 지켜 보았겠구나.
마지막으로 아무도 없는 폐허와 같은 세트장에서 나에게 큰 웃음을 준 낙서가 있다.
+
노무현 석방해
정말 미친듯이 웃었다 ㅋㅋㅋㅋㅋㅋ
아쉬운 점 + 건의사항
나름 400만 돌파한 흥행대작인데 세트장까지 가는 길에 안내판 하나 없다.
알고 갔으니 망정이지 몰랐으면 그냥 모르고 지나치는게 정상일 정도로..
내년 3월이면 이곳이 철거될 예정이라고 한다.
나는 무궁무진한 가치를 가진 세트장을 왜 철거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는,
이 세트장을 더 정비하고 보수해서,
518 체험 교육관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극장도 하나 지어서
518 관련 영상이라든지,
화려한 휴가를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상영을 하고.
이곳은 영화에서 이러이러한 장면을 찍은 곳입니다.. 하고 소개하는 안내판도 세우고.
전시관도 하나 세워서.
(아니면 세트장에 있는 건물중 하나를 전시관으로 쓰는 것도 좋겠다.)
518 사진전이랄지,
518에 대해 상세하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도 좋겠다.
매년 5월 18일에서 27일까지 518 민주화 운동 기념행사를 열어서,
( 계엄군이 광주 시민들을 완전히 제압한 것이 27일이기 때문에 )
바로 이곳에서,
시민들과 계엄군의 대치 상황을 묘사하는 관객참여형의 퍼포먼스를 열어도 좋을 것이다.
7080 추억의 충장로 축제 뭐시기 보다
518 민주화 운동 기념행사가 훨씬 더 의미있고 시장가치도 크다.
어차피 세트장이 80년대의 모습을 담고 있으니,
이곳에서 7080 축제를 같이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겨울연가의 힘으로 남이섬에 관광객이 북적이고,
모래시계의 힘으로 정동진에 상권이 살았듯이,
이곳도 얼마든지 관광지로 거듭나게 할 가능성이 있다.
아니, 새로 생길 필요도 없이 주변에 식당 맛있는 곳도 참 많다.
(동네 주민이라 그러는 거 절대 아님ㅋㅋ)
첨단지구를 비롯, 광주가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미 엎질러진 물.
죽은 사람들이 다시 살아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책임자가 누구였는지, 발포명령을 내린 자가 누구인지 잘잘못을 가리기엔 너무 늦었다.
널리널리 알려서,
그들을 잊지 않도록 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에 어떻게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두려움에 떨었는지.
왜 이런 역사가 두번다시 되풀이 되어서는 안되는지를
횡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종적으로 우리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런데 이 좋은 수단을 방치하고, 철거할 예정이라고 ?????
솔직히 세트장이 상상한 것보다 너무나 작다.
영화에서 광주 시민들이 계엄군과 대치하다가 무참히 학살되는 장면,
그 와중에 이준기님이 목숨을 잃는 장면,
이요원님이 구급차 타고 사람을 구하려고 했던 장면.
그 정도만 이곳에서 처리하고 나머지는 여기서 안찍은 것 같다 -ㅅ-;;
이럴거면 굳이 왜 여기까지 내려와서 찍었는지 이해가 안될 정도이다.
뭐.. 영화 완성되자마자 세트장을 철거했을 수도 있지만.
여튼 이렇게 한정된 공간과,
조금만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세트의 흉측한 뒷 모습이 보이는 한정된 시야 속에서
멋진 장면과 연출을 만들어 낸 감독님 참으로 대단하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