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그녀를 만나봐야 그녀 입에서 나올 말이라곤
그만 헤어지자는 말밖에 없을 것 같아서 비겁하지만,
그녀와의 만남을 피하기만 했습니다.
며칠 전엔 집 앞까지 찾아와 잠깐이면 된다고 얼굴 좀 보자는데
정말 올 게 온 건가 무섭기까지 하더군요.
그래서 전 그날도 그녀를 만나지 않았습니다.
"나, 지금 너무 피곤하거든. 그냥 가라. 다음에 얘기하자. 미안해..."
그녀는 마지막까지 이렇게 흐리멍덩한 제가 정말 싫다고,
이젠 진짜 끝이라며 전화를 끊어버리더군요.
어떻게든 그녀와의 이별을 피하고 싶었던 건데,
전 결국, 그녀에게 헤어질 이유를 또 한 가지 만들어주고 만 거죠.
그런데 다음날, 점심을 먹고 들어와 차나 한잔하려는데,
휴대폰에 메시지가 하나 왔습니다.
"귀하의 커플 요금제가 해지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다음 달 요금에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잠시 세상이 멈춘 듯, 진공 상태가 되어버린 내 머릿속.
그녀와의 마지막 연결 고리가 끊어져버린 순간,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멍하니 창밖만 바라봤습니다.
사랑이란
다 끝나버렸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고 기대하는 것.
그러다가 결국 싸늘한
사랑의 뒷모습에
또 한번 울어버렸습니다.
사랑에 관한 101가지 정의 -박현주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