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O의 보이지 않는 힘의 원천, 비서실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수행비서로 10년간 일했던 김경배(43) 현대차 상무가 또다시 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 비서실장으로 임명돼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상무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정공에 입사한 뒤 2000년 2월부터 10년간 정명예회장을 수행했다. 이후 현대정공 미국 현지법인 차장, 글로비스 북미법인 CFO, 현대모비스 경영지원담당 이사 등을 지냈는데 최근 이사에서 상무로 진급함과 동시에 정회장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됨에 따라 현대가(家) 총수 2대를 보좌하는 가신(家臣)으로 주목받고 있다.
CEO를 그림자처럼 수행하며 보좌하는 비서실장(일부 비서팀장)은 CEO의 분신과도 같다. ‘CEO 자신보다 더 CEO를 잘 아는 사람.’ 그래서 더욱 믿을 수 있는 사람만이 발탁되는 자리가 비서실장직이다. 김경배 상무의 등장을 계기로 국내 5대 그룹 비서실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 다른 이건희 회장’ 삼성그룹의 이학수 부회장과 김준 상무=삼성구조조정본부(이하 구조본)의 수장을 맡고 있는 이학수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그룹 내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명이다. 상황판단이 빠르고 계수에 밝으며 합리적인 동시에 의리파(사내 평가에 따름)이기도 한 이부회장은 CEO를 보좌하는 최고의 능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철저히 자신을 낮춰 결코 드러내지 않는다.
이학수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경영 조언자’라면 2001년부터 수행비서로 활동하고 있는 김준 전무는 이건희 회장의 또 다른 분신이다. 이회장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함께 하는 김상무는 몸가짐과 언행이 신사답고 결코 자신을 드러내는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시경제에 밝다’ SK그룹 황규호 전무=올해부터 최태원 회장의 보좌역을 맡은 황전무는 경제연구소 출신답게 거시경제에 정통하다. 유연한 성격의 소유자로 실물 비즈니스에 밝고 시장 흐름을 꿰고 있어 CEO의 판단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게 사내 평가다. CEO의 스케줄을 관리해 심신이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것도 황전무의 임무 중 하나다.
‘CEO와 인생을 논한다’ 롯데그룹 김성회 전무=현대·기아차 김경배 상무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10년간 수행한 것이 화제를 모으고 있으나 김성회 전무와는 비교할 수 없다. 올해로 15년째 신격호 회장의 비서실장직을 맡고 있는 김전무는 아들벌의 나이차(신회장 86세, 김전무 64세)에도 불구하고 신회장과 함께 인생을 논할 수 있는 동반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김전무는 그러나 철저히 자신을 숨기고 있다.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것은 각 그룹사 비서실장의 공통점이나 김전무는 특히 자신을 감춘다. 언론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총수 가족의 의지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임무에 충실할 뿐, 자신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게 김전무의 지론이란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CEO의 그림자’ LG그룹 인유성 상무=인유성 상무는 사내에서 ‘그림자’로 통한다. 2002년 LG 구조조정본부 비서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구회장과 인연을 맺은 그는 2003년 상무로 승진한 뒤 지주회사로 출범한 LG의 비서팀장으로 임명됐다. 총무, 시장전략, 기획 등 주요업무를 두루 거친 이력에 4년간 해외법인 근무로 국제적 감각까지 갖춰 구회장의 글로벌경영을 그림자처럼 뒷받침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