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표로 내딛은 무언가가 있었다
확실하다고 믿었던 어리석은 날들이
스산한 웃음속에 얼굴을 붉게한다
불투명하고, 건조해 손에 잡히지 않았으며 막연했다
새벽의 호숫가 차가운 입김으로 가득찬 차창앞으로
또 다시 뿌연 안개가 드리워지는 듯이
그렇게 답답하고 막막한 생활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며 지냈다
자신의 눈이 나쁘다는 걸 모르는 아이처럼
내게 안경이 주어졌을 때는 소스라치게 놀랐지
분명하게 보이는 세상을 보면서
'내가 보는 세상은 윤곽에 불과했구나'
안경을 만나 성장해서 윤곽의 끝을 만져보았을 때
나는 알았다
결코 쉬운 것은 없다는 걸
뭉뚝한 듯 보여 손을 갖다대면
어김없이 베어버리는 거다
피가 났을때야 뒤늦게 깨닫는다
후끈하고 욱신거리는 쓰라림이 엄습해올때
결코 세상은 쉽지 않다, 라고 온몸으로 느낀다
걷고 또 걸었던 목표에게로의 여행에서 난
지도에서 벗어난 황무지를 한참이나 헤메고 있었다
목표를 정한 날부터
그 후로 1mm도 옮겨가지 못했다
잘못된 곳을 향해 가고있었고
잘못된 길을 택해 걷고있었다
이제야 알았다, 라고는 말하지 못한다
다만 나는 황무지에서 지도를 주웠다
처음부터 제 길을 간 사람은 없었을 거다
황무지를 걷고 또 걸으면서
목이 마르고 다리가 아파 얼굴을 찌푸리며
주저앉았을 때 바람에 날리려하는 지도가 보이는거다
그 지도를 줍지 않은 사람은 다시 또 황무지를 걸을테고
손을 뻗어 지도를 주운 사람에게는 길이 주어질거다
내가 주운 지도에는 수많은 것이 있었다
자음이나 모음의 결합따위로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마음으로 와닿는 많은 것들이
지친 육신과 뒤쳐진 사고들을 끌어왔다
발가락에 치이는 돌부리같이 아픈 장애물들이
앞으로도 많을 것을 알았다
돌부리가 무서워 제 길을 걷지 못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황무지를 건너 돌부리를 지나 제 길을 걸었을 때
내 목표점에 있는 것은 그 아무도 모른다
과거의 시간이 내 손목을 잡았고
황무지의 먼지가 가득 낀 뻑뻑한 두눈을 꿈뻑거린다
한차례 눈물을 흘려내고 과거를 뿌리쳐낸 뒤
나는 내 길을 찾는다
간다,
헛것으로 보낸 시간들을 뒤로하고
잘못된 여행을 묻어둔 채
이제 간다.
어디엔가 힘차게 펄럭이고 있을 새로운 지도를 찾아서
2007 08.31 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