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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해수욕장 = 셀프 부킹 장소. 소스는 무한대

전문진 |2007.09.04 23:51
조회 5,452 |추천 78


 동해 낙산해수욕장에서 머물던 1박2일 기간동안, 예전에는 전혀 몰랐던 광경을 목격했다. 그 곳은 해수욕장이 아니라 셀프 부킹 장소였던 것이다..

 

 우리는 플라이 피쉬(일명 날으는 바나나)등을 하며 건전한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밤이 되고 날씨가 선선해지자 백사장 위에는 3~6명의 피서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의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특징적인 것은 혼성 그룹이 거의 없다는 점. 남자만 5명, 여자만 4명 등 동성의 친구들 끼리 놀러온 그룹이 대다수였다. 나이대는 20살 전후로 보이는 젊은이들이었다.

 

 밤이 깊어지고 희한한 광경들을 목격하게 되었다. 여자들 끼리 모여있는 그룹에 남자 한명이 다가가서 뭔가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다. 협상을 하듯 온갖 제스쳐를 취하며 열심히 뭔가를 설명하다가 공손히 인사를 하고 떠난다. 알고 보니 자기들과 같이 놀자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어린애들이 하는 행동이 재미있길래 계속 지켜본 결과 몇가지 법칙을 알게 되었다.

 

1. 여자들은 앉아있고 남자들이 돌아다니며 접근한다.

2. 나이대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했거나, 대학교 저학년으로 보인다.

3. 남자들은 열심히 설명하고, 여자들은 승낙 또는 거절을 한다.

4. 앉아있는 여자 그룹에는 약 10분에 한번 꼴로 남자들이 찾아온다.

5. 보통 5~10 번 정도 거절 한 후 조인트를 하게 된다.

6. 외모에 문제가 있는 여자 그룹에는 남자가 접근하지 않는다.

7. 남자들은 지속적으로 어슬렁거리며 여자 그룹을 물색하고 하나 둘씩 자리를 잡는다.

8. 자정이 넘으면 대부분의 동성 그룹이 사라지고, 혼성그룹으로 변하게 된다.

9. 6번 항의 여자들은 자정이 넘어도 여전히 동성 그룹으로 남게된다.

 

 그렇다면 끝까지 짝을 찾지 못한 남자 그룹은 어디에 몸을 두어야 하는가. 수많은 혼성 그룹들의 놀이터에 남자들끼리만 모여있기 민망했던지, 해변의 메인 지역이 아닌, 사이드 지역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해수욕장은 매우 길게 형성되어 있는데, 메인 지역은 반 정도에 불과하고, 멀리 떨어진 지역은 피서객이 거의 없는 사이드 지역이다. 사이드 지역에는 남자들 끼리 놀러온 그룹이 조용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가족여행 또는 연인들의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 매우 조용하므로..

 

 새벽 1시 경까지 지켜보다가 숙소로 돌아왔는데, 그 이후의 과정은 나도 알 수가 없다. 밤새도록 놀다가 새벽이 되어서 잠들겠지. 아마도 다음날 물놀이를 같이 즐기는 것 같다. 둘째 날에 물놀이에서 유난히도 혼성 피서객이 많은 것을 보면, 그 전날 조인트했던 그룹들인 것 같았다.

 

 나도 친구들이 등떠미는 것에 밀려 여성그룹에 말을 걸어볼까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10번 정도의 거절은 각오해야 한다는 김모 친구의 말과, 언듯 보기에도 20살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에,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할 수 있는 20대 후반의 남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열심히 놀았지만, 우리끼리 놀았다. 건전하게.

한 사람당 2만원이나 하는 플라이 피쉬도 타보고, 선풍기도 없는 민박집에서 TV에 PMP를 연결해 영화도 보고, 튜브와 파라솔을 거금 2만원에 빌려 남자 셋이 하나의 튜브위에 올라가는 방법은 몇가지 일까 다양한 포즈로 시도도 해보고, 백사장에서 모래찜질도 했다.

 

 나름대로 의미있는 놀이였지만, 나를 포함한 3명은 약간의 실망감도 느꼈을 것이다. 3명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은 피서의 궁극적 목적이 '휴식'이기 때문에 매우 행복한 피서가 되었을 것이지만..

 

추천수78
반대수0
베플허강희|2007.09.05 21:45
10. 남과여는 손을 잡고 모텔로 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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