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방문자] 방문자의 삶을 '방문'하다
- 신념을 지키고 산다는 것
'방문자'와의 첫만남
'방문자'는 이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도 영화 주인공이 될 수 있구나라는 감회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던 영화였다. 내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대학교 3학년, 2002년이었다. 나름 소수자에 대한 시선을 가지고 억압에 반대한다던 나는 이런 새로운 사람들과 근본적인 평화주의에 놀랐다.
그때까지도(지금까지도) 대학 내에서는 오리엔테이션이나 엠티때 선배가 후배에게 주는 기합이나 얼차레는 여전했고, 남자들은 자기들끼리 단체기합 비슷한걸 한 후에 술을 마시는 등의 행사도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 걸 여자인 나는 별 생각이 없이 지켜봐왔고, 어쩌면 단합을 위한 행사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나의 12년 이상 국가주의와 군사주의 체득의 시간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했던 것이다. 우리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항상 내 한몸을 희생해야 하며 나라가 먼저 있고 내가 있음을 귀에 대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지않나.
'양심의 자유'라는 권리보다 '국방의 의무'가 우선 시 되는 나라
▲방문자 국회상영회 중 상영장 앞에 펼쳐두었던 수감된 병역거부자 피켓들(출처 : 전쟁없는 세상)
전쟁에는 반대한다는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에 반대하기 때문에 전쟁의 수단이 되는 총을 들기를 거부하고 군사훈련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단지 군대가기 싫어서 저런다고 혹은 국민의 의무를 저버릴거면 다른 나라 가서 살면 되지 않지 않냐고(점잖은 경우다) 하던 기억이 난다. 학교에서 캠페인을 할 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딴지를 걸어온 적도 처음이었다. 수많은 복학생들의 군대 갔다오고나서나 이야기하라던 말들, 자기 군대 갔다온 게 억울해서 어떻하냐는 말들. 이를 인정하면 누가 군대를 가겠냐며 대체복무제를 시행하면 곧 적화통일이 될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았다.(현 입영 대상 연령대의 신체검사 등에 따른 평균 병역면제율은 12.7%에 이른다. 반면 징집대상 중 0.7%가 병역거부자다. 이들이 군대를 가지 않는 것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까)
오태양씨(불교의 신념)를 기점으로 특정종교(여호와의 증인) 이외의 사람이 처음으로 병역거부를 하고 나섰고 그 이후 민족주의자, 평화주의자, 동성애자, 교사 등 많은 신념과 이유로 전쟁과 군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지금까지 병역거부를 해오고 있지만 아직도 936명(2006년 12월 31일 현재)이 평생 범죄자라는 낙인아래, 더 무서운 건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살 각오로 감옥에 가있다.(이는 전 세계 병역거부수감자의 80%가 넘는 비율이다.)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자유를 주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대문을 열어야 할까.
방문자의 삶을 '방문'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양심과 신념이 어떤 것이며, 왜 병역거부자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거부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이 영화가 보여주고 있다. 화장실에 갇힌 자신을 구해준 보답으로(적극적 방문의 계기가 된다) 내일 밥을 사겠다는 호준(김재록 분)의 제의에 계상(강지환 분)이 내일은 과외가야한다는 그 말에서 나는 혼자서 박장대소했다. 저 사람도 자신의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걸 나도 잊고 있었던 것이다.(비록 그걸 '숨겼다'는 이유로 과외에서 짤리고, '800만 비정규직'의 신세를 벗어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지만) 음란한 영화? 이외에는 영화도 보고, 노래방도 가고 술은 가끔 마실 수 있으며, 우리와 비슷한 이유로 실질적?인 전공을 정하는 것. 이러한 삶의 연장선상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사는 것이고, 이 연장선상에서 계상의 종교와 병역거부가 있지 않을까. 얼굴만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다양한 방문자의 삶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호준이 계상을 면회와서 "이제 내가 너 꺼내줄게"라고 말할 때 약간 닭살스럽기도 했지만, 이제 우리가 계상이를 꺼내줘야 하지 않을까. 이 순수청년이 더 많은 호준의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베트남 참전군인이었던 저희 아버지는 마흔아홉에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는 고엽제 후유증으로 아주 오랫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웃는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병에 대한 공포보다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서 이미 잊혀진, 전쟁에 대한 공포가 더 컸습니다.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한 것은 전쟁입니다. 아버지가 살아계신 동안 저는 친구들을 집에 데려온 적이 없습니다. 저는 병들어 신음하는 아버지가 창피했습니다. 저는 그런 불효자였습니다. 불효자인 제가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못한 효도를 이제 시작하려 합니다. 저희 집에, 아버지의 집에 제 친구들을 마음껏 초대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사람마다 사랑하는 방법이 다르듯이 사회에 봉사하는 방법도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화를 지키고 이웃을 사랑하는 삶이 곧 현실이 될 것임을 믿습니다.”
-계상이 자신의 병역거부 이유를 법정에서 진술하는 장면에서 *양심적이란 말이 우리 사회에서 도덕적이라는 표현으로 쓰이기 때문에, 군대에 가는 것은 비양심적인 것(비도덕적)인 것인가라는 논란의 소지가 있어 양심(즉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영어를 번역하다보니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Conscientious Objector)
**다른 방문자를 만날 수 있는 곳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과 후원인들의 모임 [전쟁없는 세상]http://withoutwar.org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란 ‘징집대상자로서 종교적 혹은 양심적 동기로부터 나오는 깊은 신념에 따라 군복무 혹은 다른 직/간접적인 전쟁 및 무력행위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 을 말한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모든 성인 남성에 대한 ‘국방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아울러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양심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는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경우 ‘국방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에서 불가피한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국민의 의무와 권리를 명시한 헌법에서는 이 양자의 조화를 보장해야 하는데, 현행 법체계에서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예외 규정이 전무한 관계로 인해 ‘군사항명죄’ 혹은 ‘병역법위반자’로 고발되어 일괄적으로 징역에 처해지는 심각한 인권침해가 이루어지고 있다.
2007. 4. 13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기도 하지만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