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이 데뷔이래에 자신의 명성을 알리게 된 작품은 모두를 떠들석하게 했던 1000만 관객의 신화 .
'왕의 남자'였다.
간첩리철진, 아나키스트, 달마야 놀자, 황산벌, 달마야 서울가자, 라디오스타 등 그의 수많은 작품들은 대부분 코미디의 장르를 가지고 있다.
최근의 작품 '즐거운 인생'도 코미디를 장르로 하는 영화이다.
나는 원래 코미디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관객을 웃기기 위해 억지스러운 설정, 흐트러지고 망가지는 연기,
분위기에 맞지않게 등장하는 엉뚱한 농담들.
이런 억척스러운 상황이 만연하는 상업적 코미디 영화는 더 신물이 난다.
최근에 만난 '즐거운 인생'도 코미디 장르를 가진지 모른 채, 극장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이준익식 코미디. 아니지, 코미디를 빙자한 휴먼드라마.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그의 익살스러움은 전작 '라디오스타'부터 익히 느꼈지만 이번 작품에서 더 빛을 발한다.
이준익 감독이 기획한 '음악 3부작'에 두번째 작품인 '즐거운 인생'은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제쳐놓고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노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더군다나 연기자들의 100% 실제 연주로 이루어지는 음악은 오감을 자극할 정도이니 그들의 실력이 영화 그 자체를 더 돋보이게 해주는 상승효과를 가져온다.
능력있는 있는 부인에게 얹혀사는 뻔뻔한 일급 백수 '기영'역의
장진영.
부담스럽게 공부를 잘하는 두 아들을 두어 낮에는 택배,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는 바쁜 가장 '성욱'역의
김윤석.
캐나다에 두 아들,딸과 부인을 보내고 그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중고차를 파는 외기러기 아빠 '혁수'역의
김상호 .
활화산 밴드이 창시자인 죽은 상우의 아들이자 카리스마있는 반항아 '현준'역의
장근석.
네 명의 배우들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중간중간 감칠맛 나는 조미료를 곁들이는 연기는 이 영화가 맛있는 음식이 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실력있는 세 중년배우와 이 영화 속에서 실력을 인정받고자 매력을 발산하는 신인배우. 어울리지 않는 이 네사람이 부활시킨 활화산 밴드는 그 이름처럼 멋지게 매력을 분출한다. 활화산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은 남들이 흔히 말하는 표현처럼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가 들썩이게 만든다. 그들이 연주를 할 때만은 얼마나 행복한지 스크린을 통해 흘러나오는 충만한 기쁨을 함께 느끼고 가슴에 던져진 그 아름다운 기억들로 눈시울을 애잔하게 적신다.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와 삶을 통해 인생의 즐거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와 우리들이 잊고 살고있던 그 당시의 열정과 꿈을 끄집에 낼 수 있게 하는 '즐거운 인생'.
엔딩크레딧이 올라오고 나면 영화가 끝났다는 아쉬움과 함께
이준익 감독이 어떤 이유로 제목을 '즐거운 인생'으로 명했는지 알 수있을 것이다.
정말 영화를 맛깔나게 따뜻하게 품는 이준익 감독.
마음껏 웃을 수 있고 보고 난 후 생각할 시간을 주어주는 이런 그의 영화를 사랑한다.
이 영화가 외치는 마지막 메아리.
'여러분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계신가요? 아님 해야할 일을 하고 계신가요?'
이번 추석 때, 부모님께 영화표 두 장을 선물해야겠다.
그리고, 먼지쌓인 내 열정도 끄집어내 깨끗히 닦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