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걱정스런 말투로 이렇게 말하였다.
초콜릿을 입에 달고 사는 한,
지금 받고 있는 치료와 약은 모두 무의미하다고...
아주아주 어릴 때 부터 나는 초콜릿을 입에 달고 살았다.
심심할 때,
배가 고플때,
항상 집에 없는 엄마가 보고싶을 때도,
언제나 초콜릿을 입에서 떼지 않았다. 아니 입에서 떼질 못했다.
입안에 가득 찬 달콤한 향은 항상 느끼는 부족함을 채워주는 듯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켜주었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던 나의 초콜릿 중독증상은
우연히 만나게 된 한 여성과 사랑을 시작하고서부터 차츰차츰 사라지기 시작했다.
가끔이지만 예전에 겪었던 일들이 떠오르곤 한다.
가장 추웠던 수능시험을 보는 날 학교 정문앞에서 초콜릿을 한아름 입안에 구겨넣고선 홀로 당당히 수험실로 찾아들어갔던 일,
대학 입시에 실패하고선 스물초반 직장에서 면접보던 날 면접관 앞에서 초콜릿 묻은 입가를 지적받았던 일,
당뇨성 신장질환으로 병무청에서 군복무 면제 판정을 받고 나오면서도 주머니에 있던 초콜릿을 베어물었던 일...
언제나 영원할 것만 같던 그녀와의 사랑은 시간이 흘러 엷고도 엷은 파스텔화 처럼 조금씩 희미해지더니
결국엔 흔하디 흔하게 만나고 헤어지는 연인들처럼 자연스럽게 이별을 맞이했다.
어둠이 깔린 저녁 퇴근하는 길,
살짝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메마른 바람에 익숙한 향기가 스치는 걸 느꼈다.
그토록 익숙한 초콜릿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