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춘, 티뷰론 저거 얼마면 사?"
조카 녀석이 손가락질을 하며 묻습니다. 이 얘기에 관한 사건은
4-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금으로부터는 약 10년전이 되겠군요^^)
▶4-5년 전.
조카: 삼촌 차 다른 거 안 사? 이거 너무 후졌어.
나: 그러니까 얼른 솔민이가 커서 삼촌 차도 사주고 그래야지.
조카의 질문 보따리는 한번 터졌다 하면 끝도 없이 나옵니다.
조카: 얼마면 새 차를 살 수 있어? 응?
나: 글쎄...?
결국, 대답을 얼버무린 저는 그 때의 얘기들을 까맣게 잊고 조카녀석과
지냈습니다. 지금으로 부터 약 4-5년 전의 얘기였으니까 어른인 제가
기억하고 있기란 쉽지는 않았습니다.
▶ 얼마 전.
입을 오리만큼 내밀고 녀석은 내 방에 들어왔습니다.
조카: 아이씨...삼춘...
나: 삼춘은 좋은데, 아이씨는 또 머냐?
시무룩한 모습으로 조카녀석은 내 방에서 나갔고, 저녁 무렵이 되자 갑자기
온 집안이 시끄러워질만큼 형수님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조카녀석의 우
는 소리와 형수님의 혼내는 소리에 놀란 나는 거실로 나가봤습니다.
형수님: 쪼끄마한 녀석이 무슨 돈을 그렇게 밝혀? 응?
조카: 왜, 엄마가 내 돈을 다 가져가? 왜?
옆에서 지켜보기 민망해 녀석을 데리고 내 방에 들어왔습니다.
▶내 방.
분이 풀리질 않았는지 녀석은 여전히 씩씩 거리고 있었고, 녀석의 분위기에
압도당한 나는 기가 막힌 채, 녀석을 뚫어지게 바라 보고 있다가 녀석에게
물었습니다.
나: 너...돈이 그렇게 좋아?
조카: 삼촌이 멀 아라...치...
나: 엄마가 설마 솔민이 돈을 그냥 쓰시겠니? 나중에 더 많이 주시겠지.
조카: 그 돈이 얼만줄 알아? 200만원이야!!
헉! 200만원이 얼만큼의 돈인지도 모르는 녀석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다니...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나: 이놈. 정말 안되겠구나? 너 삼촌한테 정말 혼난다?
조카: 맘대루 해. 엄마 나빴어.
나: 돈이 삼촌보다 엄마보다 더 중요해? 응?
녀석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언성을 높였고, 녀석은 울먹거리다가 자기 방으로
달려가더니 손에 뭔가를 쥐고 왔습니다.
조카: 자...이거.
녀석이 내민 건 다름아닌 저금통장. 그 통장을 훑어보니 녀석이 은행에 저금한
내역이 상세하게도 나와 있었습니다. 몇 월 몇 일 만원. 신정이나 구정, 추석
연휴가 얼마 안 지난 날에는 삼만원, 오만원 이렇게 저금을 했습니다.
나: 근데, 이걸 왜 삼촌한테 보여줘?
조카는 끝내 울먹거림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울음 만큼은
어린아이 바로 그 울음이었습니다.
조카: 삼촌 차 사주려고... 돈 모았단 말야. 200만원이면 삼촌 차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엉엉... 그런데, 엄마가 다 뺏아갔어...엉엉.
녀석의 그 말 앞에서 저는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4-5년 전의 그냥 흘리듯
한 말을 녀석은 어느새 가슴에 새겨 두고 있었습니다.
조카: 200만원이면 삼촌 차 살 수 있지? 그치? 티뷰론 못 사? 응?
나: 녀석...
아무 말도 못한 채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조카 녀석과 약속한 많은
것들을 기억도 못한 채 살아가는 삼촌과 달리 녀석은 삼촌이 그냥 흘리 듯 한
말까지 가슴에 새기며 삼촌을 위해 저금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조카야... 정말 너 처럼 삼촌이 어른이 되려면 얼마나 더 살아야 하는 거니?
너만큼 어른스러워지려면 삼촌이 몇 밤을 더 자야 가능한 거니...
조카 녀석의 넓은 마음 속에서 마음껏 헤엄 친 그런 기억이 제 머리속에는
소중히 남아있습니다.
http://www.dayogi.org/?doc=bbs/gnuboard.php&bo_table=walk&page=1&wr_id=21 펌했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