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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히스토리

정재헌 |2007.09.26 12:16
조회 73 |추천 1
 

V 자형 몸통에 작살 같은 머리를 가진 헤비메탈 기타에서부터 세고비아가 사용하던 고풍스럽기 그지 없는 클래식 기타에 이르기까지 기타가 가진 확연한 공통 분모는 분명 여섯 개의 줄을 달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일까?

기타의 원형은 대략 5천년 전부터 존재했고, 원래는 인도와 중앙 아시아 계통의 영향을 받아 그리스와 로마를 통해 유럽 악기로 발전한 것이다. 기타라는 이름 자체에 아직 인도어가 남아 있기도 한데, 아직도 많이 사용되는 인도 전통 악기 시타(Sitar)와 비교하면 더욱 분연하다.

 

다만 이런 기타의 조상들은 지금처럼 여섯 줄은 아니었다. 중세에는 네 줄, 르네상스 시절까지는 다섯 줄이 주종이었던 것.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서부터 현대의 여섯 줄 형태가 되었는지는 비록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변화의 이유 자체는 기타의 쓰임새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타와 바이올린 계통 4줄 악기들(비올라, 첼로, 더블 베이스 등)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첫째는 피크나 손가락으로 친다는 것과 활로 문지른다는 것이요, 둘째는 지판 위에 금속 막대인 프렛이 있고 없고의 차이이다. 이 특성으로 인해 전통적으로 바이올린 계통은 주로 단음 연주, 즉 멜로디를 연주하는 데에 쓰였고 기타는 화음, 즉 코드를 연주하는 데에 쓰였다.

하지만 4줄로는 아무래도 화음의 음 폭이 좁아져서 올갠이나 피아노, 하프 등 다른 화음 악기처럼 소리가 넓고

 

풍성해 지기는 힘들다. 또 고음정을 내기 위해서는 기타 넥의 위쪽, 즉 몸통에 가까운 쪽에서 화음을 쳐 줘야 하는데, 바이올린처럼 활로 문지르는 악기는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기타는 이렇게 치면 줄의 진동이 제대로 살아나질 않아 탁한 소리가 된다(통기타 치시는 분은 다들 아실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 높은 음의 줄을 하나 더 추가해 주는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저음 쪽 역시 마찬가지 관점이 적용된다.

중세나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은 대부분 소규모의 소박한 실내악이었기 때문에 4줄 기타로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후 다른 악기들이 발전하고 대편성의 오케스트라의 도입 등 음악이 화려하고 풍성해지면서 기타 역시 이런 흐름을 좇아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음, 풍부한 화음을 낼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했던 것이다.

이렇게 기타의 현은 하나씩 늘어났고, 몸통 역시 점점 커지면서 가급적 큰 음량을 내 줄 수 있도록 변화해 갔다. 현의 재질 또한 동물의 창자나 힘줄을 사용하던 것이 현대에는 금속제 줄의 기타가 출현하면서 더욱 크고 맑은 소리를 내게 되었고, 일렉트릭 기타의 경우 스티브 바이(Steve Vai), 존 페트루치 (John Petrucci) 등에 의해 각각 고음과 저음 현이 추가된 7현 기타가 등장하기도 했다(대중화 되지는 않고 있다).

   

그럼 12현 기타라는 것은 뭘까? 올드 록의 팬이라면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의 지미 페이지(Jimmy Page)가 들고 나오던 더블 넥 기타를 기억하실 텐데, 두 개의 넥 중 하나에는 12개의 현, 다른 하나에서는 6개의 현이 걸려 있다. 이런 12현 기타는 사실 12개의 줄이 각각 다른 음을 내는 것이 아니라, 2개의 줄이 한 세트로 6쌍이 붙어 있고 각 쌍의 두 줄은 서로 정확히 한 옥타브 차이로 튜닝이 되어 있어서 일반적인 방법으로 코드를 치면 6현 기타에서 나오는 코드의 음들과 함께 한 옥타브 위 음도 같이 나오게 된다. 결국 일반 기타와 같은 주법을 사용해서 보다 풍성한 화음을 내기 위한 것으로, 그 원리 자체는 6현 기타와 별 다를 것은 없다.

 


한편 일부 클래식이나 재즈, 뉴에이지 쪽에서 8현, 10현 기타 등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는 대부분 특수 제작된 것으로 연주자가 스스로 고안한 경우다. 자신만의 독특한 주법에 맞게 만들어진 기타이기 때문에 일반인은 다루기 어려운 것으로 기타라기 보다는 개인적인 차원의 발명품에 가까운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그럼 베이스 기타는 대체 왜 네 줄일까?

그것은 베이스 기타라는 것이 원래 기타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베이스 기타는 50년대에 록큰롤이 인기를 끌면서, 그간 재즈와 록 등 대중음악에 저음 악기로 사용하던 클래식 콘트라 베이스(더블 베이스)를 유명한 기타 메이커인 펜더(Fender) 사에서 기타 형태로 변형, 접목시켜 개발해 낸 것이다. 이것이 지금까지도 잘 팔리고 있는 펜더의 프레시즌 베이스(Precision Bass) 이다.

기존의 콘트라 베이스는 너무 커서 다루기 힘들고, 또 리듬 연주를 위해 손가락으로 튕겼을 때의(피치카토) 음량도 생각보다 작았기 때문에 고출력을 자랑하는 록큰롤 음악에는 적

 

용하기가 힘들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타보다 조금 큰 몸체에 굵은 쇠줄과 픽업을 달고 앰프로 소리를 내게 만든 것이 바로 현대의 베이스 기타인 셈이다.

이런 태생적인 특성으로 인해 베이스 기타는 여전히 콘트라 베이스의 4줄 형태를 그대로 갖고 있으며(조율 방법은 다름), 또 저음역 전문인데다가 화음을 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줄이 더 늘어날 필요 없이 여전히 유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베이스의 경우도 개중에는 줄을 늘려서 5현, 6현 베이스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같은 목적의 7현 기타나 마찬가지로 별로 일반적이지는 않다.

이렇게 기타와 베이스의 줄 수에는 그 역사와 음악적 특성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불필요한 부분은 최대한 배제하고, 또 용도가 바뀌면서 새로 추가될 부분은 채워 넣고 바꿔 가는 것은 기타나 악기뿐 아니라 다른 모든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효율과 필요라는 법칙을 따르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언제나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천 년이 지나 인간이 광속으로 은하계를 탐사하고 외계인과 교류한다 한들, 기타는 세상의 다른 부분들 만큼 눈에 띄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인간의 손이 두 개고 손가락이 열 개로 유지되는 한 지난 5천년 간 그래왔듯이 기껏해야 줄 한 두 개 늘고 줄고, 몸통이나 줄의 재질이 바뀌는 정도 외에 크게 달라질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요즘 세상에서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것을 찾기는 점점 힘들어진다. 그러나 키보드가 등장했다고 피아노가 사라지지는 않듯이, 악기는 기술의 진보에 의해 쉽게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는 것들 중 하나다. 기타도 분명, 컴퓨터와 초광속 로켓이 지배하는 미래 세상에서도 여전히 여섯 개 남짓의 줄을 울리며 우리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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