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작은 혼란일 꺼라고.. 잔잔했던 나의 호수에 던져진 넌 아주
작은 돌멩이뿐이라고.. 해보지만 너로 인한 파동은 끊임이 없다.'
소년의 아름다운 방황 혹은 사랑이야기.
터벅터벅터벅
"젠장할!"
욕지거리는 멈추지 않는다. 이 깊고 복잡한 숲의 어느 집을 찾지 않는한... 파란지붕에 연기가 보이는 집을 찾지 않는 한.
"내가 미쳤지! 그 알랑거리는 놈과 약속을 하다니."
난 준호라는 방년 15세의 한 소년이다. 지금은 말했다시피 어떤 알랑거리는 놈과의 젠장할 약속때문에 노을이 지도록 어느 집을 찾아 숲을 헤메고 있다.
"헥헥...젠장!!!"
아무리 나무가 많아 몸에 좋은 음이온들이 내 몸을 감싼다 할지라도 난 지금 죽을 맛이다! 숲을 헤메느라 다리는 아프고 바베큐구이가 기다릴거라며 점심마저 먹지말라던 젠장할 친구놈때문에 배고프기까지 한다. 내가 왜 그 놈을 믿었을 까. 믿을 만한 놈도 아닌데. 친한 놈도 아닌데...
-24시간전.
"야, 민준호! 너 내일 뭐하냐?"
한참 인물들의 대화가 준호의 머릿속에 상상되고 있을 즈음 민욱은 특유의 능글어린 말투와 함께 뛰어오고 있었다.
탁!
마침 재밌는 대목이어서 준호의 입가에는 작은 욱씬거림이 살짝 살짝 나왔다. 그런 건 보이지 않는 걸 까? 놈은 말투와 같이 능글 맞은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너 나랑 어디 안 갈래?"
순간 나는 살짝 놀랐다. 이 놈은 주위에 친구가 많은 녀석이라 교실의 아무 존재감 없는 나에게 말은 커녕 관심도 없었다. 근데 주말인 내일 어디가자고?
"어딘데?"
"그냥 다른 데서 아는 애들이랑 저기 숲의 어느 집에서 놀기로 했거든. 뭐 파티도 하고 잠도 자고 게임도 하고 그러는 건데. 여기 친구 한 명 데리고 오라고 해서."
"근데 왜 나야?"
"응?" "다른 애들 있잖아."
순간 녀석의 표정은 살짝 굳었다. 너무 정곡을 찔렀나? 대답이 뻔한 질문이긴 하다. 이 놈 친구들은 다 커플들 천지니까 행복한 토요일 자신의 여자친구 말고 이 뻔질거리는 놈과 그런 파티에 가려 할까나? 그러니까 아무일도 아무 친구도 없는 나한테 제안한 것이다. 일단 한 명은 데리고 가야 하니까.
"뭐...바쁘댄다. 암튼 되긴 되냐?"
"음, 글쎄?"
난 놈의 불쌍한 처지에 생각하는 척을 했다. 물론 갈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런 곳에서 놈이 버려둔 채로 어색하게 있는 건 별로니까.그냥 이 놈이 데려갈(보충해야할) 한 명을 나로 지목한 것자체가 싫다.
"안될 거 같은 데?"
"엥? 다시 생각해봐! 이쁜 애들도 많이 온다구!"
이 놈 목적이야 그렇다. 지 주변 친구들의 닭살에 자극 좀 받았나보다. 그래서 커플하고.. 이런 놈은 정말 싫다. 마음 없는 연애질. 이런 감정소비로 자랑하려 드는 이런 놈.
"됐어. 나 말고 더 찾아보라구."
"야, 그러지말구. 그래, 일단 더 생각해보고 전화 꼭 줘라.알았지? 나 간다~"
민욱은 친한 척 손을 흔들어대며 뛰어가버렸다. 정말 처음이든 끝이든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다.
"좀 더 읽다 갈까?"
놈 때문에 지쳐버린 걸 까? 마음에는 집으로 가고 싶단 생각만 든다. 집으로 가봤자 더 복잡하겠지만 방에만 있으면 수월할 듯하다.
버스에서 10분정도 책을 읽으며 있다가 버스정류장에 내려 집으로 들어가는 길을 걸었다. 몇년 째 보고 걷는 골목이지만 맨날 생각이 달라진다. 촌스러운 듯 편안한 골목. 요즘은 이 골목에서의 편안함이 집에 도착함으로써 빨리 끝날까 안달이 난다.
집에 들어가고......싶지 않다.
"엄마! 아빠!"
.. 아직 안 들어오셨나?
"엄마! 아빠!"
..안 들어오셨구나.
"오빠!"
"....."
"학교 갔다왔어? 준민이 오빠 얘기 듣고 싶어!"
"....."
"오빠! 오빠!"
"...시끄러워."
"..오빠.."
"샌드위치 있지? 알아서 먹어라."
쾅!
"...오빠 나 배고픈데.. 샌드위치 없는 데.."
어제와 그렇듯 언제나 그렇듯 준민에게 또 신경질을 내 버렸다...
항상 나는 신경질. 항상 너는 오빠.. 항상 배고픈 너..
준민과 나는 남매다. 표준보다 키 작고 귀엽단 소리를 듣고 있는 엄마의 고독한 아드님. 남들보다 잘 크고 조숙하단 소리를 듣고 있는 아빠의 여린 따님. 6개월 전, 아드님과 따님은 1살터울의 남매가 되었다.
언제부터였을 까? 어색하던 우리 사이가 오늘처럼 어제처럼 이렇게 되었을 까?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남매로 된 것은? 이름만 어울리는 남매로 된 것은?
싫다. 생각하기도. 이제 너 때문에 머리 아파하지는 않을 거야. 언제나 이렇게 어줍잖은 감정 소비따윈...
띵동!
문자메시지였다. 엄마였다.
'주말동안은 엄마나 아빠나 못 들어갈거야. 주말 잘 보내. 아들!'
준민을 보살피라는 말이 없는 거보면 준민에게도 문자를 보내셨나보다. 그런데 그러면 주말동안 둘이 있어야 하나?
'싫어. 아직 우린 남매가 아닌 데.'
불편하다. 아무도 없을 주말 동안 아직 동생으로 여겨지지 않는 좋아했던 혹은 좋아하는 여자와 집에 같이 있는 것은.
-"야, 그러지말구. 그래, 일단 더 생각해보고. 전화 꼭 줘라~"
차라리 갈까?
이윽고 난 그 놈에게 전화를 했고 놈은 좋아했다. 그럼으로 난 지금 이 생고생을 하는 것이다!
"헉헉.. 그래도 이게 나을 거야. 집에 있는 것 보단. 제기랄."
아직 나의 욕지거리는 멈추지 않는다. 이 깊고 복잡하고 숲의 어느 집을 찾지 않는 한.. 파란지붕에 연기가 나는 집을 찾지 않는 한...
"헉헉."
한계야. 정말. 어두워지는 데. 큰일 났어. 완전 길을 잃었다구.
"젠자아앙!!"
울음이 났다. 놈의 제안에 응했다는 것도, 준민을 피한 것도, 그리고 지금 우는 것도 너무 힘들고 서럽다. 괜히 그렇다.
"너 혹시 민욱이 친구냐?"
앞에서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였다. 고개를 들자, 어떤 녀석이 걱정스러운 듯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민욱이 친구야?"
"..응.."
"어휴, 이렇게 오면 어떡해. 저기로 오는 게 더 편한데."
"몰랐어."
"자식, 힘들어서 우는 거냐? 걱정마라. 그래서 내가 왔잖아? 아, 그래. 일단 내 이름은 김현교다. 너와 같은 15살이지."
"....."
"니 이름은?"
"내 이름은...."
-"오빠이름은?"
-"내 이름은...."
-"민준호지? 나보다 1살많은?"
"민준호지? 나랑 같은 15살?"
"응..."
"가자, 다들 기다려. 배고프기도 하고."
-"가자, 나 너무 배고파."
이 녀석은 준민과 닮았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