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가을의 상념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김현승의 시를 되뇌이며 한아름 가슴속에 담겨져오는 가을내음을 맡는다. 헨델의 음악을 들으며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본다.
가득히 눈물이 고인 눈가엔 세월의 흔적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가을엔 왠지 울고 싶어진다.
쏴- 하니 합창하는 풀벌레소리, 눈부신 햇살, 상큼한 공기, 시리도록 파란 하늘, 다가선 산, 그리고 기세꺾인 잎새들 ..... 이제 곧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리니 .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바람속에 풍화되는 세월의 무게속에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며 그 아스라한 시간의 층계위에 앉아 긴 상념에 젖는다.
인생을 문학적으로 아름답게 생각하던 20-30대도 지나고,.... 인생을 철학적으로 해석해보려 했던 40대- 50대도 지나고... 이제 기도와 정성으로 삶을 추스리고 싶은 60-70대의 나이에 다다랐다.
작은 새싹 하나, 미미한 벌레 한마리.... 길가에 삐져나온 하찮은 풀 한포기, 구름 한조각, 바람 한줄기.... 어느 것 하나 귀하고 신비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제 나의 인생이 가을길에 접어들어서 이리라.
하지만 계절을 타지않고 늘 청청한 아름드리 노송을 보며 어떻게 늙어가야 할 것인가를 배운다.
결실과 마무리를 함께 해야하는 계절의 길목에 서서... 자신을 되돌이켜보고, 참된 자성과 정진을 기구하며 좋아하는 시구를 떠올려 본다.
깊은 밤
자질막한 일상의 허물을 벗고
방안 가득히 불을 모으고
귀기울이면
영원으로 통하는
이 무한공간속에선
뼛속까지 환히 트이는
청정한 영혼의 물소리가 들린다.
이 계절엔 깊고 청정한 내 영혼의 소리를 듣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