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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 01. 나비 ] - 제 4화 -

김혁건 |2007.10.05 02:55
조회 53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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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 -

 

"여기야.

왼쪽 큰 방은 내 방이니까, 나머지 두 개중에 알아서 골라 쓰도록 해. 여기는 내 사택이니까 누구 올 일도 거의 없을 거다. 둘 중 한 방에는 침대가 하나 있긴 있다. 치우는 건 알아서 해."

 

"고.. 고맙습니다. 밥만 축내는 식객 노릇은 안 할게요. 내일부터, 아르바이트 구해 보려고요."

 

"그건 니 맘대로 해. "

 

"으음... 조건을 하나 더 걸자면.... 내가 여기 있는 동안에는, 나한테 무슨 짓을 해도 괜찮아요.

살인, 폭행 같은 것만 아니라면...."

 

혁건은 뒤를 돌아보았다.

별로 놀라지도 않은 눈치로, 몇 초동안 그녀를 응시했다.

 

다시, 잠깐의 정적이 지나갔다.

 

 

"관심 없어. 그런 쪽엔. 차라리 술집 여자를 사는 게 낫지." 

 

"헤에 - 말려면 말고. 딱히 오늘 할 일 없으면, 자도 되죠?"

 

"니 맘대로 하라니까."

 

"아아, 네. 고.. 고맙습니다!!!"

 

둘 중에 아무 방으로나 들어가는 지수.

그런 그녀를 '뭐 저런 놈이 다 있나'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혁건은

아까부터 굉장히 이상한 느낌에 휩싸인 듯 했다.

 

담배를 꺼냈다. 말보로 레드 소프트. 아는 조직원을 통해 구한 외제 담배다.

어느 만화 주인공이 자주 피는, 꽤나 독하다고 알려진 녀석이다.

 

"진짜로 피워보는 건.. 오늘이 처음인가...."

 

작은 베란다 창을 열고 달빛이 가득한 허공을 향해 연기를 내뿜는다.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이상할 정도로.

 

다만, 눈 앞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동그란 빛의 덩어리가,

금방이라도 두 눈을 앗아갈 듯이

너무나도 하얬을 뿐.

 

 

다음날-

 

완벽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그나마 정상적인 몸으로 편하게 잠든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아침 8시까지 자고 있는 그녀, 홍지수 양에게는 아직도 모든 것이 기묘하다.

 

"흐아암.. 이 아저씨는 나갔나...."

 

아무리 봐도 어제부터 쭉 알 수 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덕분에 살아났고, 거처까지 마련했지만, 아직도 의도를 파악할 수 없는 사람. 전혀 모르는 사람. 하지만 편안했다.

 

"어??? 이건.. 돈..이잖아..????"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 이불을 뒤적거리던 지수. 그녀의 옆에는 돈 5만원이 편지도 없이 놓여 있었다.

혹시 화대처럼 지불한 돈이 아닐까 하고 그녀는 자기가 누운 자리를 살펴보았지만 아무 흔적도 없었다. 의아했다.

 

"옷 사 입으라는 건가..?? 알바나 구하러 나가야지... 언제까지나 얻어먹을 순 없는 거니까.."

 

지수는 간단히 방을 치우고는 밖으로 나섰다.

 

"히유... 뭔 놈의 방이 그렇게 지저분해... 진짜...."

 

집을 빠져 나와서 골목길로 걷는다. 붉은 담벼락이 무한히 이어진 듯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편의점에 들려서 라면을 산다. 후루룩후루룩 마신다.

담배를 꺼내 가지고 계산대에 가져간다. 레종 블루. 그녀를 닮은 듯 하얀 고양이가 귀엽다.

 

"주민등록증 좀 보여 주시겠어요?????"

 

"네에??? 아, 예...."

 

주머니를 뒤지려는 지수.

 

"어.. 없는데...."

 

"저희 가게에서는 19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술과 담배를 팔지 않도록 되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 18살이예요! 민쯩은 나왔다구요!!!!"

 

"증거가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18살은 주민증이 나왔다고 담배를 살 순 없어요. 손님. 죄송합니다."

 

"으아아~ 언니 진짜!!!!"

 

"죄송합니다."

 

지수는 편의점 문을 열고 뛰어 나갔다. 쪽팔렸기 때문이다. 뭐 이상한가. 홍지수양도 '법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선량한 시민이다. 일반인에게는 어떤지 몰라도, 가출 청소년 치고는 그나마 건전한 행동들이다. 적어도 물건 훔치거나 낮술 처먹고 깽판치는 것보다야 낫지 않은가......

 

"히유.. 알바나 구해야지 뭐...... 무슨노무 종업원이 그렇게 까칠해...."

 

터벅터벅 길을 걷는 지수. 그러다가 갑자기 멈춘다.

 

"으아아~ 아놔~ 민쯩 없으면 알바도 못 구하잖아!!!!!!!"

 

그 길로 어디론가 열심히 뛴다.

 

무언가가 기억나는 모양이었다. 집 나올 때 분명히 가지고 나왔던 주민등록증. 지갑 속에 고이 모셔 두었던 녀석이 어디 있을지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바이다. 아니, 확실히 기억이 난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가 죽으려고 했던 곳을 까먹지는 않는다.

 

 

"저기요, 백화 빌딩이 어디 있는 지 아세요?"

 

"모르겠는데요. 이 동네 사람이 아니라서."

 

"우이씨!"

 

미친듯이 동네 사람 잡고 물어보기 스킬. 은근히 유용한 기술이다.

 

"저, 저기요, 헥헥..... 백화 빌딩이 어디 있는 지 아세요??"

 

"아아, 저~쪽으로 직진 하셔서 삼태기매운탕집 나오면요,  거기서 오른쪽으로 10미터 정도 꺾어지시면 됩니다."

 

"가.. 캄샤합니다!!!!!!"

 

유용하다 하지 않았나.

 

지수는 얘기를 듣자마자 빛의 속도에 가까운 스피드를 내며 목적지를 향해 달려갔다.

 

 

끼익 - 덜커덩 -

 

드디어 도착한 목적지. 그녀는 황급히 문을 열고 경비실로 뛰어갔다.

 

"헥... 헥..... 뎌기..... 헥... 헥.."

 

"아가씨, 숨 좀 고르고 말해요."

 

"아...네... 뎌기... 제가 그저께 이 건물 옥상에서 뛰어 내렸었는데요... 혹시 옥상에 구두하고 가방하고 주민등록증 같은 거 없었어요??"

 

"아, 몰라요. 그걸 왜 여기서 찾아?"

 

"아니, 좀 성의있게 대답해 주시면 안 돼요? 자살하려고 온 사람도 고객은 고객이잖아요! 여기서 목숨 건졌으면 완전 VIP회원 대접을 받아도 모자라겠구만! "

 

"아니 이 아가씨가... 바닥에 시체가 없어서 옥상에 올라간 일 없으니까, 알아서 가서 찾아 보던지!"

 

"흥! 열쇠나 줘 봐요!"

 

짤랑-

 

지수는 날아오는 열쇠를 집어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모든 것이 똑같았다. 그 때랑. 무엇을 결심했느냐만이 다를 뿐.

 

띵동-

 

"우와~ 15층? 내가 이런 건물에서 뛰어내렸단 말이야???"

 

죽기로 결심했을 때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옥상에 올라가니 햇빛이 환했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시원했다. 세상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찔했다.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 보았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다시 한 번 찾아보니 구석진 곳에 가방과 신발이 보였다. 지수의 것이었다.

 

"찾았다! 아우.. 이 쪽팔리는 의상부터 갈아 입어야지... 진짜...."

 

옥상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뒤에, 소녀는 구석진 곳에서 재빨리 옷부터 갈아 입는다.

편한 옷이면서도 나름대로 여성스러운 패션이었다. 분홍색 점퍼에 짧은 청치마. 분홍색 운동화. 바리바리 싸들고 나온 짐가방에는 은근히 많은 옷가지들이 들어가 있었다.

 

지수는 그것들을 챙겨서 내려가 빌딩을 나왔다.

열쇠는,그녀가 받았을 때랑 똑같은 방식으로 반납했다.

 

"다시는 오지 않을게요, 안녕!"

 

짤랑-

 

툭-

 

그래. 그렇게, 영원히. 그 곳에 갈 일은 없을 것이다.

 

 

                            *                                                                         *

 

 

"아저씨이~ 나 왔어요!"

 

달이 다시 밝은 밤, 지수는 그제서야 돌아왔다.

 

혁건은 들은 체도 않은 건지, 아니면 들리지가 않았는지, 베란다에서 담배만 태우고 있다.

 

끼익-

 

"아저씨, 나 왔다구요."

 

"어."

 

"담배 피워요?"

 

"보면 몰라?"

 

"헤에 - 아저씨, 나도 한 대만."

 

무언가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혁건. 불을 붙여서 한 대를 건넨다.

 

소녀는 담배를 손에 들고 한 모금 빨아 본다.

 

"후욱! 켁, 켁, 이거 좀 독하네요.... 이 담배 이름이 뭐예요?"

 

"말보로 레드 소프트."

 

"아아.. 평소에 피던 것보다 좀 독한 것 같아서요. 어쩐지.. 뭐, 그래도 피울 만은 한데요?"

 

"담배도 피워?"

 

"네. 레종 블루."

 

"그게 왜 좋은데?"

 

"귀엽잖아요. 고양이가."

 

"풉!"

 

웃음을 터트릴 뻔한 혁건. 그는 고양이가 귀엽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니, 모든 물체에게 귀엽다는 인상을 받은 기억 자체가 없다.

 

하지만, 고양이가 귀여워서 레종을 피운다는, 옆에 서 있는 여자애라면.....

 

 

"하아 - 근데 이거, 나름 괜찮네요? 달 보면서 나란히 뻐끔질하기. 아저씨, 은근히 로맨티스트다."

 

"이게 뭐?"

 

"아니,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요. 그 동안은 혼자서 구석탱이에서 피웠거든요. 가로등 불빛만 보면서. 그러다가 달 앞에서 당당하게 구름과자 먹으니까 뭔가 느낌이 괜찮아서요."

 

"............................."

 

"달 예쁘다- 진짜 하얘......"

 

소녀는 잠시동안 말없이 담배를 태운다. .

 

"담배, 몸에 별로 안 좋다. 어릴 때부터 피우면.."

 

한 개비가 거의 다 타갈 무렵이었다.

 

"어차피 살자고 뛰쳐 나온 건 아니니까요. 괜찮아요."

 

"너, 가출은 왜 했어??"

 

..........................................................

 

"그건, 나중에 말해 줄게요. 나중에. 나-중에."

 

"언제......지?????"

 

"여기서, 조금 더 살아도 괜찮겠다 싶어지면."

 

"............................................................"

 

 

 

 

 

 

 

 

"아저씨, 한 대만 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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