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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정민희 |2007.10.08 17:32
조회 63 |추천 0


 

 

"너는 이 시간에 깨 있을 줄 알았지. 친구야! 호떡 먹어라~"

자정도 넘은 시간 요란하게 초인종을 누른 그녀가

비닐봉지를 달라거리며 내 눈 앞에 서있습니다.

외출복으로 입기엔 너무 못생긴 티셔츠와

정말 이상하게 생긴 그 인도풍 바지를 입고서

호떡봉투가 담긴 반투명 비닐봉지를 달라거리면서...

좀 놀란 나는 그녀에게 묻습니다.

"너 그렇게 하고 여기까지 왔어?"

그녀는 대답대신 원룸 계단에 턱하니 자리를 잡고 앉더니

그 새 기름이 배어버린 호떡봉투를 축 - 찢습니다.

그리곤 나 주려고 사왔다던 호떡을 지 입에 냉큼 넣더니

그 꿀, 아니 설탕물이 묻은 입술을 혀로 날름거리면서 오물오물 하는 말

"맛있어~ 너도 먹어봐! 식음 맛없어."

너무 태연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나는 서로 들러붙은 호떡들처럼 입술이 떡 붙어 버립니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이냐? 그 사람과 무슨 일 있었느냐?

니 눈이 그렇게 부은 건 울어서 그런거냐?

니가 자꾸 훌쩍거리는 건 감기냐 눈물이냐?

아무것도 물을 생각도 못하고... 그녀를 지켜보기만 할 뿐...

 

그녀는 그 차가운 계단에 앉아 호떡 두 개나 꿀떡 해치우더니

다시 화난 사람처럼 발딱 일어나서

남은 호떡을 내 가슴팍에 안깁니다.

"이젠 진짜 끝! 나 이제 자유의 몸이야.

나 지금부터 남자를 100명 만날까?

아님 남자없이 사는 법에 대해서 논문 써볼까?

일단 100명 만나보고 그런 다음에 논문 쓰는게 좋겠지?"

혼자 말하고 혼자 대답하는 그녀

붙잡을 사이도 없이 집으로 타박타박 돌아갑니다.

눈 두덩이가 팅팅 부은 그녀

호떡 기름으로 입술이 번들거리는 그녀

이상한 인도풍 바지를 입고 있는 그녀

고등학교 때 신던 흑백슬리퍼를 털털 끌고 가는 그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막 버림받은 그녀

내가 오랫동안 사랑해 온 그녀

 

그래 니 말만큼만 아니, 니가 말한 것 반 만큼만 편해져라

그리고 그렇게 되고나면 그 땐 나랑 사랑하자

이번엔 다른 사람 말고 꼭 나랑 사랑하자

난 호떡 봉지를 가슴에 품고 그녀의 뒷 모습을 오래오래 지켜봅니다.

 

-

 

이제는 말해도 괜찮을까요

내 사랑은 언제나 깨어있었다고

나는 언제나 그대의 뒷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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