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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새벽예불에 가을이 깨어나고 사물소리에 가을이 저문다-07.10.11

청도사랑 |2007.10.16 14:47
조회 66 |추천 0

새벽예불에 가을이 깨어나고 사물소리에 가을이 저문다

청도=이성원 기자

'둥둥둥둥~.' 빠르게 움직이는 스님의 손놀림을 따라 부처님의 진리의 소리 사자후를 상징하는 법고의 장중한 울림이 퍼져 나간다.

운문사 대웅전에서 행해지는 새벽예불.

청도 운문사

감기 기운에 몸이 무거웠는지 미리 맞춰놓은 알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눈을 떠보니 새벽 3시가 넘었다. "아뿔싸." 서둘러 사하촌의 여관을 빠져나와 운문사로 차를 달렸다.

운문사 종각을 들어서자 이미 큰 법당에선 목탁소리와 함께 새벽예불이 시작됐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2권에서 '새벽예불 중 가장 으뜸'으로 '가톨릭의 그레고리 찬트에 비견되는 장엄함이 있다'고 찬사한 운문사의 새벽예불이다.

새벽 3시 목탁을 두드리는 도량석으로 시작됐을 새벽예불. 승방의 불이 켜지고 진한 괴색 가사를 어깨에 두르고 줄지어 나온 스님들이 대웅전에 모여 부처님께 절을 올리고 불경을 암송하는 엄숙한 의식이다.

대웅전에서 울려오는 비구니들의 저음의 합창으로 이뤄진 예불소리. 그 장중한 음악은 파이프 오르간을 울리듯 대웅전 건물을 울리고, 절 마당을 울리고, 절을 둘러싼 산자락을 울리고는 캄캄한 새벽 하늘로 퍼져 오른다.

세속과 떨어진 여승들만의 목소리여서일까. 비장감마저 느껴지는 엄숙한 떨림이다. 차마 그 속에 함께 끼여있을 수 없어 홀로 대웅전 앞 만세루 기둥에 기대섰다. 예불소리를 듣고 있자니 속진의 때가 벗겨지는 듯 살갗이 파르르 떨려왔다.

오전 4시15분께 새벽예불이 끝나고 스님들은 줄지어 '불이문(不二門)' 안 안채로 총총이 사라져간다. 대웅전의 불도 꺼지고 경내엔 다시 어둠과 적막만 내려앉았다. 고개를 드니 구름 사이로 새벽하늘의 별들이 반짝였다.

숙소로 돌아와 컵라면으로 새벽의 허기를 달랜 후 날이 밝기를 기다려 운문사의 암자 중 하나인 북대암으로 향했다. 가파른 경사의 길을 허덕허덕 10여분 오르니 거대한 암벽에 제비집처럼 붙은 암자가 나타났다. 운문사처럼 비구니들만 있는 암자다. 북대암 마당은 운문사를 가장 잘 내려다 보는 전망대다. 초록의 품 안, 산봉우리를 꽃잎 삼아 화판의 중심에 여유롭게 자리한 운문사 전경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암자 앞 뜨락엔 한 보살이 산에서 주워왔는지 도토리가 한 포대가 펼쳐져 가을 볕을 기다리고 있다.

북대암을 내려와 밝은 날의 운문사를 다시 찾았다. 운문사는 비구니 사찰이다. 260여 명의 학인스님들이 공부하는 4년제 승가대학, 속세로 따지면 여승들만을 위한 여자대학인 셈이다.

신라 진흥왕 21년(560년) 한 신승에 의해 창건됐다고 전해지며 진평왕 30년(608년) 원광국사에 의해 중창됐다. 원광국사는 화랑 귀산과 추항에게 세속5계를 일러 준 인물이다. 운문사는 고려 때 일연이 머무르며 삼국유사를 집필한 곳이기도 하다. 1958년 불교정화운동 이후 비구니 전문 강원으로 자리잡았다. 87년 승가대학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현재 1~4학년 학인스님과 강사 스님들이 연구하는 수행도량이다. 학인스님들은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 즉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청규를 실천한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우거진 아름다운 솔숲을 지나 운문사 종각을 들어서는데 '둥, 둥, 둥' 법고 소리가 들려왔다. "이 시간에 웬 북소리인가." 걸음이 빨라졌다. 만세루에서 두 명의 학인스님이 법고 연습을 하는 중이다. 대학의 동아리처럼 법고를 배우는 모임이 있다더니 아침 일찍부터 법고 연습에 나선 모양이다.

운문사에서 꼭 들어야 할 소리의 첫번째가 새벽예불이라면 두 번째는 사물이다. 가죽 있는 축생에게 진리를 전한다는 법고, 물속의 중생을 제도한다는 목어, 하늘을 나는 새와 허공을 헤매는 영혼을 천도하는 쇠로 된 운판, 지옥의 중생까지 제도한다는 범종을 함께 일컬어 사물이라 한다. 새벽예불 직전과 저녁 공양 이후 오후 5시45분께 하루에 두 번 사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운문사에는 비로전(보물 제835호), 삼층석탑(678호) 등 보물이 7개 있고, 만세루 옆의 땅으로 길게 가지를 뻗친 500년 넘은 처진소나무가 천연기념물 180호로 지정돼 있다. 온몸으로 기도를 올리는 오체투지를 하는 양, 모든 가지가 땅으로 치내려 마치 엎드려 무릎을 꿇고있는 모습이다. 이 나무는 매해 음력 삼월삼짇날 막걸리 12말을 받아 먹고 기운을 보충한다. 운문사 (054)372-8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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