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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그 여자 Vol.10

이명주 |2007.10.19 17:21
조회 163 |추천 1


그 남자

 

 

 

그녀는 아마 오지 않을 겁니다.

처음부터 오지 않을 거라고 말했으니까요.

 

나는 이곳에 두 시간째 앉아 있지만

꼭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다만 시간이 남아서

이곳에 계속 앉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올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속으로 오고 있을 겁니다.

 

그녀는 귀찮아서

혹은 더 이상 나한테 할 말이 없어서

나오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생각해 보니 내가 기다릴 것 같아서

혹은 갑자기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그녀는 삼십 분 전 급히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을지도 모릅니다.

 

택시를 탔다면

지금쯤 그녀는 이 건물 반대편에 도착했겠죠.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 분 후에

그녀는 이 곳에 도착할 겁니다.

 

아니 생각에 잠겨

신호등이 파란 불로 바뀐 줄도 모르고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삼 분이라는 시간이 더 걸릴 겁니다.

 

그러니 그녀는

오 분 후에는 이 곳에 도착할 겁니다.

꼭, 도착할 겁니다.

 

 

 

 

그 여자

 

 

 

가지 않았어요.

가지 않겠다고 말했으니까요.

 

사실은..가려고 했어요.

약속 시간을 이십 분 남겨 놓고 집을 나섰죠.

지금까진 한 번도 그런 적 없지만

오늘은 마지막이니까

어쩌면 기다릴 것도 같아서..

 

택시를 탔죠.

그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장소를 말하고는

택시에 몸을 묻었어요.

그런데 예상과 달리

길이 하나도 막히지 않았어요.

그래도 갔다면 오히려 약속

시간보다 먼저 도착했을 거에요.

그리고 그랬다면

내가 그 사람을 기다리게됐겠죠.

언제나처럼..

 

그래서 택시를 돌렸어요.

기다리는 거

더 이상은 하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지난 시간 동안 그 사람을

시작부터 끝까지,

오 분에서 이 년 이 개월까지

끝도 없이 기다렸어요.

하지만 기다림에 지친 내 말을

그 사람은 늘

이해심 없는 투정쯤으로 받아들였죠.

 

두 시간이 지났네요.

이미 그 사람은 일어났겠죠.

만약 십 분이라도, 이십 분이라도

날 기다렸다면

그 사람도 이해했을까요?

기다림의 일 분 일 초는

영원일 수도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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