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남자
그녀는 아마 오지 않을 겁니다.
처음부터 오지 않을 거라고 말했으니까요.
나는 이곳에 두 시간째 앉아 있지만
꼭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다만 시간이 남아서
이곳에 계속 앉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올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속으로 오고 있을 겁니다.
그녀는 귀찮아서
혹은 더 이상 나한테 할 말이 없어서
나오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생각해 보니 내가 기다릴 것 같아서
혹은 갑자기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그녀는 삼십 분 전 급히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을지도 모릅니다.
택시를 탔다면
지금쯤 그녀는 이 건물 반대편에 도착했겠죠.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 분 후에
그녀는 이 곳에 도착할 겁니다.
아니 생각에 잠겨
신호등이 파란 불로 바뀐 줄도 모르고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삼 분이라는 시간이 더 걸릴 겁니다.
그러니 그녀는
오 분 후에는 이 곳에 도착할 겁니다.
꼭, 도착할 겁니다.
그 여자
가지 않았어요.
가지 않겠다고 말했으니까요.
사실은..가려고 했어요.
약속 시간을 이십 분 남겨 놓고 집을 나섰죠.
지금까진 한 번도 그런 적 없지만
오늘은 마지막이니까
어쩌면 기다릴 것도 같아서..
택시를 탔죠.
그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장소를 말하고는
택시에 몸을 묻었어요.
그런데 예상과 달리
길이 하나도 막히지 않았어요.
그래도 갔다면 오히려 약속
시간보다 먼저 도착했을 거에요.
그리고 그랬다면
내가 그 사람을 기다리게됐겠죠.
언제나처럼..
그래서 택시를 돌렸어요.
기다리는 거
더 이상은 하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지난 시간 동안 그 사람을
시작부터 끝까지,
오 분에서 이 년 이 개월까지
끝도 없이 기다렸어요.
하지만 기다림에 지친 내 말을
그 사람은 늘
이해심 없는 투정쯤으로 받아들였죠.
두 시간이 지났네요.
이미 그 사람은 일어났겠죠.
만약 십 분이라도, 이십 분이라도
날 기다렸다면
그 사람도 이해했을까요?
기다림의 일 분 일 초는
영원일 수도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