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전 비가 내리는 어느 거리에서
나 싫다는 사람을 따라가다가
그만 빗길에 미끄러져 우산도 놓쳐버린 채
한 길거리에서 엎어져 울고 있었던 나 같다고
그때 나에게 신경질 부리고
나를 뿌리치고 그러다 못해
나를 지긋지긋해 하는 그를 따라가게
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정말 그것이 사랑이었을까 하고.
아마도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는지 모릅니다.
이대로 어이없이 헤어질 수는 없다는 망연함이었을까요?
그를 이대로 보내면 모든 것이 끝장이라는 조급함.
이렇게 버림받는 나를 받아들일 수도 용서할 수도
혹은 인정할 수도 없다는 심한 자괴감 모욕감.
어쩌면 내가 한번도 생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처참한 상실이
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데 대한 참을 수 없음.
자존심 따위도 버릴만큼 두려웠던 내 앞의 생.
이런 것들이 그 빗속에서 뒤엉켜 있었을 테지요.
그러니 저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때 내가 가졌던 그 마음이 사랑이었던가 하고 말이지요.
- 공지영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