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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한국, 유럽의 한국.

임현수 |2007.10.24 20:58
조회 111 |추천 1

아시아는, 그중에서도 한국은 국제적으로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유럽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한 인식은, 우리가 '알제리'이란 나라를 알지만 그 나라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아프리카에 있고, 이슬람국가다'라는 정도인 것과 같은 수준이다. Korea라고 하면 일본 이야기를 하면서 아는척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뉴스에서 보아온 것들이 있기 때문에 Korea에서 왔다고 하면 김정일의 이름을 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을 보고서 서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황당한 것은 듣기에도 확연히 다른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분하지 못해서 말소리를 듣고도 어디에서 왔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분단국가라는 이유로 독일에 대해 좀더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는 우리와 달리, 독일인들은 우리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없다.

 

프라하에서 오는 기차에서 만나 친구가 된 주잔네Susanne는 학교에서 아시아에 대한 것은 전혀 배우지 않는다면서 자기네들은 아시아에 대해 매우 무지하니 많이 알려달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유럽의 역사 교육은 주로 유럽 자체의 역사과 미국의 역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그 외 지역에 대해서는 우리가 동남아시아 역사를 다루는 것만큼이나 적게 다룬다. 따라서 동아시아 3국의 역사 논쟁이나 영토 분쟁 또한 그들에게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에서 한국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을 만나면 괜히 반가운 것도 사실이다. 그 중에서 유난히 인상깊었던 사람은 뉘른베르크의 바에서 만난 아저씨였는데,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라 손짓발짓으로 나에게 뭔가를 설명했다.

"North Korea, South Korea, Train, go, go, go"

이곳에 와있어서 뉴스를 보지 못했는데, 경의선 개통에 관한 뉴스를 이곳에서 듣게 될 줄이야.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한국에 대해 가장 널리 퍼진 인식은 바로 "IT강국". 일본과 함께 유럽 사람들에게 서울은 미래의 도시를 연상케하는 모양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독일의 대학생들과 각국의 교환학생들은 한국을 'Digital Playground'로 칭했다. 아무래도 공대생들이라 그런지 언젠가 한번쯤은 꼭 한국에 가서 휴대폰 기능을 다 써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식을 좀더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 세계 각국의 모습을 풍자한 한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는데, 여기서 한국인은 각종 로봇 및 기계의 도움을 받아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리고는 낮은 출산율까지 풍자하며 "한국에서는 이제 사람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아서 애도 낳을 필요가 없다는군요. 로봇이 사람을 대신할테니까요."라는 대사를 넣기도 했다.

 

독일인 친구가 한국의 현재 모습에 대한 내 이야기를 듣고는 한 일본인으로부터 겪은 경험담을 얘기해주었다. 우연히 말을 트게된 일본인에게 자신이 아는 몇가지 일본어를 했더니 그 일본인이 무척 놀라며 이렇게 말했단다.

"이야, 일본어 잘하시네요! 일본어로 말하는 애완용 로봇을 가지고 있나봐요?"

그 말에 이 독일인 친구는 말문이 막혔다고.

 

부정적인 이미지로는 "바쁜 아시안"이라는 이미지다. 자기네들도 이렇게 바쁘게 사는데, 아시아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소리친다. 세계에서 가장 여유를 많이 즐기는 사람 중에 하나가 바로 유러피언인데, 대낮에 전부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몇시간씩 수다떨며 밥먹고 커피마시는 사람들인데, 그렇게 말하니 조금 황당했다. 주잔네는 브라질에 6개월간 있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남아메리카야말로 자기가 꿈꾸는 낙원이라고 얘기한다. 그들의 여유야말로 진정한 여유라고. 도대체 얼마나 더 여유를 가져야 만족하는 걸까.

 

어쨌거나 결국 한국에 대한 대중적인 이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매우 단편적이다. 대부분은 '일본이나 중국과 비슷한 나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그 때마다 나는 "그건 독일이 프랑스나 체코랑 비슷한 나라로 생각하는거나 마찬가지다"라고 이야기한다.) 여행지로 한국을 생각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하지만,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인만큼, 행정적으로 한국에 대한 대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좋다. 관광객에 대해 유럽연합에서 3개월 무비자 체류가 가능한 나라는 미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등과 함께 한국도 포함된다. 또한 내가 거주비자를 받으러 갈 때에도 나에게 한마디 물어보는 것도 없이 5분만에 서류만 작성해서는 비자를 발급해준다. 그럴 때, 나라가 힘있어야 대접받는다는 이야기를 실감한다.

 

우리의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우리는 우리를 좀더 홍보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제 먹고사는 문제로 고민할 단계는 지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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