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ologue
일반적으로 인터넷에서 떠드는 혈액형 이야기를 특별히 믿는 편도 아니고, 그래서 혈액형에 관해 열심히 떠드는 게 때로는 한심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사람을 사귀고 관찰하다보면 혈액형에 관해 할 말이 조금 생기곤 한다. 하지만 주위 사람을 모델로 얘기해야 하는 이상 기본적으로 그 ‘말’이라는 것의 내용이 완곡해지고,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그래서 여태껏 혈액형에 관한 언급을 되도록 피해왔는데, 요새 고민하는 것도 있고 하여 혈액형에 관한 글을 써보기로 작정했다. 하지만 역시 내가 무당도, 관상가도 아닌 이상 어디까지나 관찰이고 뒤에 이어질 내용이 반드시 그렇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님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1. 혈액형의 우열관계(?)
친구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난 사실 혈액형을 우열관계를 평가하는 잣대의 하나로써 사용한다. B형인 입장에서 봤을 때, 같은 B형은 어느 정도 수평한 관계가 형성되는 반면에 A형은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관계가 잘 유지되는 편이고, O형은 대개 인간관계가 넓어 때론 무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내가 노력해야 유지되는 편이다. AB형? 글쎄... 어떤 경우에서든 AB형이 꼭 알아맞히기 힘들다. AB형은 내가 생각하기에 친해도 안 친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고, 서로 싫어하는 사이라도 때론 나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는 “의뭉스런” 녀석들이라고나 해야 할까? 내가 평등한 관계를 지향하는 편이기 때문인지, 그래서 내 친한 친구 중엔 B형이 압도적으로 많다.
#2. 대상
최근 2~3년 간 급속히 친해진 친구가 두 명 있다.(물론 다른 사람도 있지만 해당사항 없기 때문에 제외) 한 친구는 어렸을 적 친했다가 입대 몇 개월 전에 보면서 급속히 친해진 친구 S, 다른 한 친구는 군대 있을 적 고참이었는데 취향이 닮아 밖에 나와서도 친하게 지내는 L이다. S는 어렸을 적부터 A형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렇다 쳐도 L의 경우는 O형으로 알았다가 어제 A형이라는 얘길 듣고 비로소 이 두 친구를 묶어서 생각하게 되었다.
#3. S
S와 함께 했던 유년 시절 우린 사총사로 통할 만치 넷이서 잘 붙어 다녔는데, 공교롭게도 혈액형은 A형과 B형 각각 두 명씩이었다. 근데 그 당시만 해도 나와, 다른 B형인 친구가 조용한 편이었고, A형인 두 친구가 뭐든 도드라져 보이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특히 S란 친구 녀석이) 우린 A형이 활달한 성격이고 B형은 조용한 성격인 줄로 착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와, 다른 B형 친구 녀석은 뒤늦게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A형인 친구(S가 아닌)는 굉장히 소심해져서 요즘 얘기하는 보통의 A, B형이 되어버렸다. 아하핫~ 앗차~ 삼천포~
#4.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A형
S와 L 모두 A형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혈액형 판별법(O형은 사람들 앞에 나서길 좋아하고 사교적인 반면 A형은 소심해서 조용히 있는 편)으로 봤을 때 둘 다 O형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제목에서 얘기하는 “O형 같은 A형”이 바로 그들이다. 굳이 A형만이 그러랴마는(O형 같은 B형도 있다) 앞에서 내가 얘기했던 혈액형의 우열 관계가 일반적으로도 널리 생각되기 때문에 A형은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굳이 다른 혈액형들도 얘기하자면 B형과 AB형은 자기들 꼴리는 대로 사는 편이고, O형은 주위에서 알아서 좋아해주기 때문에 열등감이라는 면에 있어서 A형이 가장 강하고, 그래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듯하다.
#5. 아직은 가려내기 힘든...
친구 S의 경우엔 이미 유년시절 볼 걸 다 봤기 때문일까? O형인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해도 내 눈엔 여전히 A형으로 보이는 반면에(그래서 그 녀석도 내게 O형처럼 보이는 걸 일부 포기하고 솔직해졌다), L의 경우는(하긴 어제 물어보기 전까지만 해도 O형인 줄 알았으니) 내게 끝까지 O형처럼 보이려고 한다.(하지만 이제 A형이라는 걸 안 이상 그 친구의 의중은 훤히 들여다보일 것이다.) 난 기본적으로 솔직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S와 만날 때도 일부러 직설적인 표현을 골라서 했고, L에겐 앞으로 그럴 것이다. 지금은 아직 경험 부족으로 인해 L이 A형인 걸 알아채지 못했지만, 아마 5년 이상이 흐른 뒤엔 O형 같은 A형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혈액형을 알고 나서 “아~ 그랬군~”
이라고 하지만 “통찰력”의 수준이 더 높아질 땐 그 차이(O형과 O형 같은 A형 사이의)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은 수준이 수준인 만큼 “아~ 그랬군~”의 내용을 얘기해볼까 한다.
#6. 허세
“허세” 별로 좋지 않은 말이다. 친구들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어차피 S한테는 좀 언급하기도 했고), O형 같은 A형이 진짜 O형과 달라 보이는 점은 바로 그 점이다. 여기서 “허세”라는 단어는 혈액형적 본성이라는 측면에서 하는 얘기지 정치하는 사람이 허세부리고 뭐 이런 것과는 관련 없다.(그런 식으로 하면 정치인이 많은 O형도 허세를 많이 부리므로) 혈액형적 본성으로서 “허세”의 의미를 두 가지로 설명하고 싶다.
#7. 첫 번째 허세 "인기"
첫째, 인간관계의 문제인데 “인기를 얻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그것이 잘못이라는 얘긴 아니다. 다만 다분히 인위적이라는 것이다. 자세한 속까지 들여다보지는 못했지만 추측컨대 이런 성향을 지닌 A형은 O형에 비해 인기에 신경을 쓰고 실제 O형보다 그 결과에 훨씬 흐뭇해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진짜 O형은(내가 겪어본 바에 의하면) 사람들한테 인기 좋은 걸 옆에서 얘기해주면 좋아는 할지 모르겠으나, 스스로 ‘아~ 역시 난 인기가 좋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반면 O형 같은 A형은 인기에 상대적으로 집착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인기가 “허세”라는 게 판명되고, 역시 A형은 소심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8. 두 번째 허세 "내공"
둘째, 내공의 문제인데, 얼마 전까지 L에게 느꼈던 점이다. 그 친구는 분명히 어렸을 적에 음악과 영화에 심취해 있었기 때문에 일부 분야에서 나보다 많이 안다. 하지만 음악은 깊이에 있어서, 영화는 최근 몇 년간 내가 쌓은 내공이 있기 때문에 분명 대체적으로 내공 면에서 내가 압도적인데도 불구하고 그 친구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나와 대등하게 얘기하려 했다.(사실 그 점이 매우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그 친구가 A형임을 알면서 의외로 그 연유가 쉽게 밝혀졌다) 난 특정 분야에서 나보다 많이 아는 자가 내게 얘길 하면 대체로 솔직하게 난 잘 모른다고 한다. 또한 나보다 많이 아는 자가 겸손을 떨면 겸손 떨지 말라고 면박을 주는 편이다. 그런데 이 친구는 군대에서 한참 고참이었기 때문인지, 아직 직설적으로 말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그 친구는 아직은 내게 내공이 대등한 것처럼 얘길 하는 것이다. 아니지, 실은 O형을 닮은 A형이기 때문에 잘 모르는 분야에 있어서도 대등한 것처럼 얘길 하는 것이다.
#9. 헌터×헌터 "용량이 부족해진다"
‘헌터×헌터’라는 일본만화를 보면 캐릭터들의 성향 및 능력을 구분하는 데에 “하츠”의 구분법을 사용하는데 특질계, 강화계, 구현화계, 변화계, 방출계, 조작계 여섯 가지로 넨 능력(기질)을 나눈다. 각자가 타고난 천성과 환경에 의해 기질이 결정되고 그런 기질에 맞춰 능력을 수행하면 더더욱 자신의 힘을 키우기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반대로 말하면 자신과 다른 계통의 능력을 익히면 힘을 키우기가 어렵다는 얘기로 만화의 ‘카스트로’라는 인물은 자신이 강화계 임에도 구현화계와 조작계 능력을 활용한 분신(도플갱어) 기술을 쓰다가 ‘히소카’에게 패하고 만다. ‘히소카’는 ‘카스트로’를 죽이고 이렇게 얘기한다. “인간처럼 복잡한 것을 넨으로 재현하고, 게다가 그걸 ‘자유로이 움직인다’는 건 아주 힘든 일이야. 얼마나 힘든지, 그 능력을 배우면 역으로 다른 능력을 쓸 수 없게 될 정도지... 나는 그런 걸 ‘용량이 부족해진다’고 표현해. 너의 패인은 바로 ‘용량낭비’다.”
난 이 얘길 언제부턴가 혈액형과 맞물려서 생각해보곤 했는데, 내 친구 S의 경우가 아무래도 그런 느낌이 들어서다. 나도 뭐 현 상태가 온전하진 못한 편이지만, S의 경우엔 잘나가던 유년시절에 비하여 지금은 많이 망가졌다. 그래서 속으로 만화 속에서 ‘히소카’처럼 중얼거리곤 했다. ‘넌 용량이 부족해진 거야.’
#10. 대안 '밴드에 비유'
O형 같은 A형에 관해 다소 불편한 얘기만 지껄였는데, 사실 O형 같은 A형을 무조건 비판하려는 것도 아니고, 문제에 대한 대안 제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삶을 살면서 인간관계는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로 누구든 인기가 있는 게 좋지 인기가 없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다. 내가 초반부에 얘기했던 혈액형의 우열관계는 인간관계에서 주로 통용되는 사실이지 모든 경우에 있어서 해당되는 건 아니다. 밴드에서 보컬이 이른바 ‘프론트맨’이라 불리 우며 때론 그가 그 밴드의 전부인냥 얘기되기도 하지만, 밴드의 리더는 대개 일렉기타를 치는 사람이 맡고, 작곡에 있어서도 일렉기타를 치는 사람이 보컬보다는 더 많이 참여한다. 일렉 뿐만 아니라 드럼을 좋아하는 사람은 드러머를 좋아할 수도 있고, 베이스나 키보드 역시 마찬가지다. 보컬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해서 보컬의 팬들이 더 좋은 팬들이고, 다른 파트의 팬들은 좀 떨어지는 사람들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다른 파트의 팬들이 더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진정 그들을 알아주는 팬인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친구가 엄청 많지만 정말 어려울 때 같이 할 친구가 한 명도 없을 수 있고, 친구가 한 명이라도 평생을 같이 할 친구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만 봐도 그러한데, 실제 삶에선 O형이 부족한 걸 A형이 갖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아직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11. '~척'하지 말기
내가 하려는 얘기가 그렇다고 “생겨 먹은대로 살자”도 아니다. 나 역시 적성과 소질로서 부모님께 한 분야의 길을 강요당하는 입장이지만, 내가 그렇게 생겨 먹었다 하여 그러게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다만 자신이 생겨 먹은 것과 다르게 살기 위해선 수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노력을 해서 인정받을 때까지 인위적으로 그런 '척‘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O형 같은 A형 자체를 두고 문제 삼는 게 아니라 O형처럼 보이고 싶은 A형이 문제라는 것이다. A형이 노력하여 성향을 바꿀 수 있다면, 그 땐 자신이 굳이 O형인 척하지 않아도 주위에서 O형의 장점을 가진 A형이라 인정해줄 것이다.
Epilogue
난 가식과 인위적인 게 싫다. 내 주위의 O형 같은 A형은 모조리 뚫어보고 있으니 제발 O형인 척하지 말기 바란다. 게다가 앞에서 얘기 안한 게 하나 있는데, O형 같은 A형의 판별법 중 하나는 아마 이것이 될 것이다. “나를 좋아한다. 왜냐하면 난 B형이거든~” 하지만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지라 O형한테 약한 편이다. 그것도 뭐 내공을 쌓으면 극복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