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람들 이름속엔 출생연도가 숨어있다
建國·國慶→1949년생 · 援朝→1950년생
올림픽 앞두고‘奧運’유행
중국인들의 이름을 보면 출생연도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중국인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색 있는 이름은 특정 시기를 반영한다.
최근 중국 언론은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이란 이름을 가진 아이가 3491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중 남자가 3216명, 여자가 275명으로 조사됐다. 중국에서 올림픽 대회는 ‘아오윈(奧運)’이라 불린다. ‘아오린피크 윈동훼이(奧林匹克 運動會)’의 줄임말이다. 부모들은 아기가 올림픽 선수처럼 활발하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이름을 짓는다는 것이다.
중국 전역에 ‘짱아오윈(張奧運)’ ‘리아오윈(李奧運)’ ‘왕아오윈(王奧運)’ 등의 이름을 가진 어린아이가 무려 3491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훗날 ‘아오윈’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에게 “당신 2008년 전후에 태어났지?”라고 물어보면, “맞다”고 답할 것이다. 이로 인해 동명이인이 많아지면 정부는 호적관리에 어려움을 겪겠지만, 부모는 아이의 이름에서 ‘역사의 순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에서 시대 상황을 반영하는 대표적 이름으로 ‘지엔궈(建國)’와 ‘궈칭(國慶)’이 있다. 이 이름을 가진 사람은 1949년 생으로 보면 틀림없다. 중국 공산당이 대륙에 국가를 세운(建國) 1949년 10월1일 국경절(國慶節)을 기념한 이름이기 때문이다. ‘캉메이(抗美)’란 이름을 가졌으면 1950~53년 생이라고 보면 된다. 앞에서 설명한 6.25 즉 ‘캉메이웬차오(抗美援朝) 전쟁’의 앞 두 글자에서 따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얘기도 있다. ‘캉메이’란 이름을 가진 한 중국인이 문화혁명 때 홍위병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홍콩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미국에서 열심히 일한 결과 지방정부로부터 표창을 받게 되었다. 미국인들은 그의 이름 ‘캉메이’가 ‘미국에 대항하다’는 뜻인 줄도 모른 채 호명(呼名)하며 상을 주었고, 현장에 있던 중국인들은 이 모순된 상황에서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웨이빙(衛兵)’이란 이름을 들으면 ‘문화혁명 세대’, 즉 1960년대 말 출생자로 보면 된다. 문화혁명(1966~1976년) 초기에 유행했던 ‘홍위병을 보위하라(保衛紅衛兵)’는 구호에서 따온 이름이다. ‘리신(立新)’이란 이름도 같은 시기에 지어졌다. ‘옛것을 깨부수고 새것을 세우자(破舊立新)’는 구호의 산물이다.
‘캉홍(抗洪·홍수와 싸우다)’ ‘구디(固堤·제방을 튼튼히 하다)’ ‘홍셩(洪生·홍수 속에서 아이를 낳다)’이란 이름을 가진 중국 아이에게 “너 1998년 생이고 후베이(湖北)나 후난(湖南) 출신이지”라고 해보라. 아이는 깜짝 놀랄 것이다. 1998년 여름 13억 중국인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장강(長江) 대홍수를 반영한 이름이다.
지해범 중국전문기자 hbj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