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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을 어떻게 발음하시나요!? (다글? 달글?)

이인홍 |2007.11.27 17:20
조회 1,119 |추천 0

[정재환의 우리말 바로 쓰기] (다기) 아니죠 (달기) 맞습니다
'닭' 뒤에 토씨 '이'·'을' 오면 [달기]·[달글]로 소리내

자기 전에 자명종을 맞춘다. 모닝콜을 부탁하기도 한다. 글쓴이가 어렸을 때는 새벽이면 어김없이 ‘꼬꼬댁’ 하고 홰를 치며 우는 수탉이 곧 자명종이었다. 그 때는 “동이 튼다 꼬끼오 집집마다 꼬끼오”하며 간장을 선전하던 시엠(CM)송도 있었다. 그 간장이 ‘닭표 간장’이었다. 그런가 하면 모닝콜도 있었다.

 

“재환아 일어나! 일어나서 어서 세수하고 이 닦고 밥 먹고 학교 가야지.”

 

날마다 어김없이 잠을 깨우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바로 모닝콜이었다. 사실 밥 먹기 전에 이를 닦는 것보다 밥을 먹고 이를 닦는 것이 위생적이고 건강에도 좋다. 앞뒤가 바뀐 셈이다. 그러고 보니 “문 닫고 들어오라”는 말도 그렇다. 조금만 따져 보면 문을 닫고는 들어갈 수가 없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들어와서 문 닫아라”라고 해야 맞다.

 

어쨌든 새벽닭이 몇 번인가 힘차게 울어도 난 모른 척 했다. 그렇지만 어머니가 사랑스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내 어깨를 흔들어 깨울 때면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물벼락을 맞는 것보다는 일어나는 게 낫기 때문에.

 

“너는 뭘 좋아하니?”

“저는 [다기] 좋아요.”

“그래 그러면 우리 치킨 먹으러 갈까?”

“치킨보다 [찜다기] 좋아요.”

 

닭을 좋아하는 것에 대해 타박할 수는 없지만 [달글], [다글]이라고 발음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게 오늘의 본론이다.

 

‘닭’은 혼자 있을 때는 [닥]이지만 뒤에 ‘이’나 ‘을’ 같은 토씨가 오면 ‘ㄹ’은 남고 ‘ㄱ’이 넘어가 [달기], [달글]이 된다. 바로 연음 법칙 때문인데 열에 아홉은 틀리게 발음한다. 연음 법칙은 앞 음절의 받침에 모음으로 시작되는 조사나 어미 등이 이어지면, 앞의 받침이 뒤 음절의 첫소리로 발음되는 음운 법칙이다.

 

언젠가 안동에 있는 민속 박물관에 가서 옛날 생활 모습을 재현해 놓은 것을 구경했다. 초가가 있고 마당이 있고 아이들이 제기를 차고 있고 그 한 편에 횃대가 있는데 거기 수탉이 목을 쭉 뺀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 때 옆에 서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 저기서 [달기] 울고 있구나!”

 

그 순간 ‘옛날 분들은 [달기]라고 발음하시는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1936년 조선어학회에서 표준말을 내놓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발음하나 면밀히 관찰했더니 [다기]라고 하는 사람보다 [달기]라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서 표기를 ‘닭’으로 정했다는 얘기가 생각났다. 글자보다 말이 먼저였지만 글자가 정해지면 그것을 따르고 지킬 줄도 알아야 한다.

 

([ ]안은 발음)

 

 

/정재환(방송인ㆍ한글 문화 연대 부대표)

 

배우란말이다!!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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