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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으로 승부한 실험

박종화 |2007.12.02 08:03
조회 62 |추천 1

드디어 이번 학기에 열리는 학생들의 리사이틀이 다음주로 다가온다. 어느새 커버린 내 학생들을 보면서 뿌듯하기도 하고, 나를 통해 음악이 이렇게 재미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하는 응답을 받을 때는 나도 모르게 기쁘고 한편으로 책임을 통감하며 어깨가 무거워진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나는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피아노 연주나 능력 같은 결과적인 면을 제외하고 인간으로서 먼저 좋아하려고 노력한다. 만약 능력을 먼저 좋아하게 되어 버린다면,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슬럼프나 조금의 후퇴가 올 때마다 그 관계는 그 아름다움을 조금씩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피아노 전공은 아니지만 (뭐 다른 전공이나 음악, 이론전공 등의 학생들이므로) 피아노가 좋아서 내 레슨을 받는 학생들. 그들의 음악에 대한 사랑을 꺾는 일은 한 가지도 하고 싶지 않다.


 


어제 우연히 받은 한 학생의 이 메일을 보면서 눈물이 흘러내림을 멈출 수 없었다.


".... You really took care me not only as a student but also an individual. You know both of my strength and weakness; then, you bring out the best sound of me appropriate for the musical context. I wish I have had you as my teacher in my collage years. Finally thank you for your encouragement; you never give your student discouraging comments."


 


학생 중에는 두 종류가 있다.


칭찬을 하면 더 잘하는 학생과 혼을 내야 그제서야 하는 학생.


위의 학생은 칭찬을 하면 할수록 더 감사하면서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이번 학기, 나는 누구도 혼을 내지 않고 가르치리라 다짐했다. 나의 교육방법을 만들고 싶었다. 혼을 내지 않고 가르쳤을 때 어떻게 될 것인가... 하나의 실험이었다.


 


혼을 낸다... 그것은 오기가 세고 도전이나 토론, 대결을 좋아하는 타입의 학생에게는 좋은 계기가 되고 격려가 된다. 그래서 필요한 경우에는 혼을 내야 하겠지만, 그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어떤 학생의 경우에는 조금의 비판에도 상처를 잘 받고 아파하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연구하게 되었다. 그렇게 계속 생각해 오다 마침내 결심하여 실행으로 옮긴 실험이 바로 '혼을 내지 않고' 발전시키겠다는 것이었다.


 


피아노, 음악사, 음악이론.. 아니, 모든 과목에서 내가 뵈었던 모든 선생님들은 각기 개성있게 혼을 내셨다. 그 중에는 나와 잘 맞는 방법도 있었고, 나를 실망시키는 방법도 있었다. 그것은 음악이라고, 음악이 아닌 분야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인간 대 인간의 대응일 뿐이었다.


 


이번학기 실험의 목표는, 바로 인간 대 인간으로서 그들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해서 '잘못'이라는 말을 하지 않고 '다른 방법' 이라는 말로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었다.


그 대신, 그들이 자신의 능력을 잘 표현해내는 순간을 놓치지 말고 포착하여, 아주 객관적이면서 구체적으로, 그리고 기쁨을 충분히 섞어서 이야기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학생들 자신이 자신의 연주를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허풍을 섞은 칭찬은 오히려 그들의 기를 꺾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지금 모든 학생들의 진행상황을 되돌아본 결과는...


모든 학생들이 늘었다. 기쁨을 가지고 머리를 쓰다듬어 줄 수 있는 결과다.


 


매 시간 머리가 아플 정도로 집중하고,


화를 내지 않고 다르게 얘기할 수 있기 위해 마음을 다스리고,


소리 한번 지를 것을 길게 차이점을 설명해 나가면서 목이 쉬고,


그들의 성향을 이해하고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레슨이 점점 더 힘들고 피곤해져 갔지만,


 


그들이 해야 되니까, 할 수 밖에 없으니까, 혼날까봐...가 아닌,


내가 좋아서, 잘하고 싶어서, 칭찬받고 싶어서...


하는 모습이 나를 기쁘고 보람되게 한다.


 


실험은 성공이었다. 마지막 무대에서 빛을 발하는 그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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