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12월 14일.
봉사활동을 떠났다.
태안 앞바다 뿐 아니라 서해안을 모두 위협하는 기름띠를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친구와 함께 부천시에 신청한 봉사활동이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부천에 도착하여 오전 7시경에 출발했다. 10시 반쯤 도착한 태안 소원면은 상상보다 훨씬 끔찍한 모습이었다. 파도에선 이전의 경쾌한 느낌을 받을 수 없었고 대신 기름의 둔탁한 움직임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속에 버릴만한 옷으로 갈아입고 방제복을 입은 후에도 기름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손이며 발, 머리 등도 완전 무장을 했다. 해변으로 내려가서 직접 본 해안은 멀리서 바라보았을 때보다 더욱 심하게 기름으로 뒤덮혀있었다. 앉아서 흡착지로 기름을 닦아내려했지만 바닥에 원유가 첨벙거리는 상황에서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친구의 제안대로 손으로 기름을 퍼서 흡착지 위에 붓는 작업을 계속했다.
12시경이 되었을때, 한두시간 일했을 뿐인데도 원유의 악취가 너무나도 심해서 (실험용 마스크 위에 공기를 걸러주는 마스크를 덧쓰고 그 위에 황사 및 미세 먼지를 죄다 막아준다는 특수 마스크를 또 썼는데도) 머리가 핑 돌 것만 같았다. 휘발성 물질 때문인지 코에서는 끊임없이 콧물이 나왔고 눈은 계속 따끔거렸다. 점심을 먹을 때에도 원유냄새에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이 곳 주민들의 생활을 생각할 때에 그것은 불평할만한 것이 못되는 것이었다.
점심을 먹은 후, 그래도 봉사자들의 손길이 분주한 덕분에 원유가 질척거리던 아까보다는 훨씬 깨끗해진 모습이었다. 이제는 손으로 기름을 퍼내지 않아도 될 정도였고 열심히 돌멩이를 들추며 흡착지로 기름을 찍어냈다. 계속 작업을 하는데 친구가 기름 범벅의 작은 게를 찾아냈다. 마스크를 세 겹이나 쓴 사람도 숨쉬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처럼 작은 게가 아직 살아있다니 대견하면서도 안쓰럽고, 이런 고통을 준 것이 너무나도 미안했다. 게를 옆에 있던 그나마 깨끗한 물에 씻어주고 기름이 없는 곳에 놓아주려했지만 마땅히 놓아줄 데가 없어 더욱 착잡하게 느껴졌다. 흡착지로 돌을 계속 닦으면서 이 해안에 살고 있던, 혹은 이 해안을 자주 찾아주던 생명체들에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그래도 오전보다 눈에 띄게 깨끗해진 해변 앞에서 금방 괜찮아질 수 있겠다는 작은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봉사자들은 모두 제 일처럼 열심이었고 의욕이 넘쳤다. 밀물이 들어오자 바다에 분포해있던 검은 띠가 함께 들어왔다. 모두들 닦던 돌을 내려놓고 양동이를 들었다. 불이 났을 때 사람들이 쭉 서서 양동이로 물을 퍼나르는 영화 속 장면과 같았다. 사람들은 이열로 서서 수십개의 양동이로 바다의 기름을 퍼서 탱크로 보냈다.
우리에게 태안은 삶의 전쟁터로 비쳤다. 죽음의 공포로부터 생명체들을 살리기 위해, 그 곳의 자연을 사랑했던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곳이었다. 원유가 더 퍼지기 전에, 오래 남게 되어 타르덩어리가 되기 전에 최대한 빨리 기름을 걷어내야 한다. 봉사자들 하나하나의 작은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밀물이 거의 다 들어오면서 우리는 작업을 마칠 수밖에 없었다. 원유를 품고 있는 바닷물이 왔다 가면 오늘 우리가 닦아 놓은 해변은 다시 기름으로 덮이리라. 그러나 작은 희망이라도 볼 수 있었기에 뜻깊은 날이었다. 어제 바닷바람을 쐬고 원유냄새에 시달린 후유증으로 감기 몸살이 걸렸지만 몸이 나으면 다시 한번 가고 싶다. 바다를 살리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