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입장
2008년 1월 1월부터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아래 법률)’에 따라 호적을 대신할 새로운 신분등록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로서 호주제를 뒤받침하고 있는 호적이 사라지면서 2008년부터 호주제 폐지가 실질화 된다. 근 한 세기 동안 답보되었던 성차별의 대명사 호주제와 가부장적 가족질서를 뒷받침하는 호적제의 폐지로 이제 한국사회는 성 평등에 바탕을 둔 사회정책을 설계할 수 있는 틀을 확보한 것이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모든 국민은 따라 호주를 중심으로 가(家)별 편제인 호적이 아닌 개인에 기초를 둔 가족관계등록부를 갖게 된다. 본적이 폐지되고, 각종 신고 처리의 관할 기준이 되는 '등록기준지' 개념이 도입된다. 또한 가족관계등록부는 현행 호적등본과는 달리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입양관계증명서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 등 5가지 증명서를 따로 분리해 발급받을 수 있다.
그밖에 2008년 1월 1일부터 새로운 신분등록제도의 시행과 함께 2005년 3월 민법 개정이 실질화 되면서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게 되고,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자녀의 성과 본을 바꿀 수도 있으며, 만 15세 미만자는 가정법원의 친양자 재판을 받아 새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성 평등과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차별 해소, 정보인권 보호라는 원칙 하에 목적별 신분증명제도를 만들어내고 입법화를 위해 노력해 왔던 목적별신분등록법제정을위한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과 민주노동당은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입장을 다음과 같이 대법원에게 촉구한다. 공동행동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호적을 대신할 새로운 신분등록제도의 시행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음에도 성 평등과 정보인권보호 라는 큰 방향에서 다음과 같이 개정해야할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첫째, 대법원은 새로운 신분증명제도를 ‘가족관계의 등록’이라는 시각이 아닌 ‘개인별에 기초한 방식’으로 법률 명칭을 바꾸어야 한다.
국회에 상정되었던 3개의 호적법 대체법안은 모두 개인별 1인1적을 신분증명제도 편제의 원칙으로 하였고, 이번 법률안 역시 ‘국민 개개인별로 국적 및 가족관계사항이 기록·공시’되는 개인별 신분증명제도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호주제와 호적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호주를 중심으로 가족 전체의 신분사항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게 되어 있어, 과도한 개인정보가 공시되는 문제 뿐 아니라 가족관계를 통해 개인의 신분을 판단하고 다양한 가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잘못된 관행을 부추겼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법률안은 개인별 신분증명제도라는 기본 원칙이 무색하게 법률 명칭부터 신분등록부 명칭까지 “가족관계”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호적법의 아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둘째, 대법원은 행정편의에 기초한 사실상의 본적인 ‘등록준거지’를 삭제해야 한다.
현행 호적법 상 본적은 실제 개인의 거주지나 가구 구성과 일치하지 않는 무의미한 기준자로, 호주제와 함께 혈연·지연을 따지는 우리 사회의 낡은 관행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역할을 해왔다. 신분등록·관리·증명이 개인별로 이루어지는 이번 법률안에서 본적은 더더욱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제도이다.
그러나 이번 법률안은 본적을 대신하는 ‘등록기준지’를 도입하여 이를 편제 기준으로 정하고 있어 사실상 현행 호적제도와 똑같은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말로만 개인별 1인1적제를 표방할 뿐 기존의 편제 방식을 그대로 본뜨고 있는 셈이다.
셋째, 대법원은 증명서에 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 등 과도한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번 법률안에는 증명하려는 목적에 따라 다양한 증명서를 발급하고, 발급 신청인을 제한함으로써 민감한 개인정보 공개를 최소화하려는 취지가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증명서에는 필수사항으로 등록기준지, 본인 및 가족 모두의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는 증명서의 공시 기능을 충족시키려는 의도 이상의 불필요한 요건으로 과도한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사고 발생의 가능성을 여전히 남겨두고 있다.
새로운 법률의 시행은 단지 법률 그 자체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특히 새로운 법률이 실효성을 갖고 그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새로운 입법 내용에 대한 교육과 홍보는 말할 것도 없고,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인권의 원칙에 기초한 능동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과거 ‘호주제와 호적제’가 한국사회 및 한국인의 의식과 행동을 통제해온 국가신분등록제도라면, 이제 인권증진과 성 평등을 높일 수 있는 국가신분등록제가 실현될 수 있도록 대법원을 비롯한 사회구성원이 노력해야 할 때이다.
2007년 12월 31일
목적별신분등록법제정을위한공동행동·민주노동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