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방으로 들어오셨다.
"맥주마실꺼냐? 잠이 안와서 반 잔 마시고 잘란다. 남은거 있는데."
"네~ ^^"
꼴락,
꼴락...
"근데...아부지...내가 요즘 애들땜에 난감한 상황이 많은데...
왜 사춘기때 애들 그냥 이유없이 개기잖아요..."
"음...."
"그래도 생각해보면..
나도 중학교 때 망나니 짓거리 할 때 그랬자나..
집에들어가면 아부지 얼굴 안볼라고 그러고...아버지가 말씀하시면
성의없고 싸가지 없이 대답하고...
그때 기억 더듬어 보면 아버지는 나한테 아무말 없이 참으셨던것
같아...왜 그랬어요?"
"나도 사춘기때 돌아가신 니 할아버지 한테 그랬거든.."
"헉...쿠궁....(-.-;)"
"근데 말이다..반대로 생각해 보면돼.
니가 날 닮아서 사춘기 때 꼬라지 부린게 아니라
내가 니 할아버지를 닮아서 그렇게 참은거지..
열..일곱살땐가? 아버지 친구 장사장 있자나? 그 친구랑 일년동안
집을 나간적이 있어.."
"뜨헉!!!! 이..일년!!!" (그것도..고딩때..)
"할아버지 코트 팔아먹고 집나가서 제주도에서 돼지우리 치우면서
밥빌어먹고 ,노가다판 다니다가 결국에는 부산까지 갈 배삯벌어서
올라오고 부산서 서울까지는 기차 훔쳐타고..흠............"
"음....;;"
"서울 올라와서 할아버지 앞에서 울면서 빌었는데....
아마 그때 흘린 눈물이 내 평생에 흘릴 눈물 다 흘렸던거 같다..."
"......"
"......"
"그 때, 할아버지가 그러더라고....
니가 고생해서 깨달았으면 난 그걸로 행복하다고.
더이상 너에게 바랄것 없다고.
그래서 본인도 지금 너무 행복하시다고."
"......."
"니가 중학교때 내 속썩였을때 할아버지 생각이 나더라고..
그래서 아마.....돌아가신 니 할아버지가 날 믿었던 것처럼
그렇게 나도 널 믿을 수 있었던것 같다."
또다시 방안이 꽉차는 침묵....
맥주는 맛있었고,
눈이 점점 따뜻해져 가는걸 느꼈다.
내 책상에서 나에게 등을 돌리시고 붕어빵을 안주삼아 드시던
아버지의 눈도 이렇게 따뜻해져 있을까.궁금했다.
"아부지."
"응?"
"아부지 한테 비하면 난 완전 효자네~~~"
"ㅈㅣ랄하고 있네 이새꺄.."
"캬캬캬캬..."
"......"
이제는 나보다 좁아진 아버지의 등을 보면서 ...
"아부지...등이 참 넓네...."
라고 말했다.
아마....나도,
먼 훗날에 참을수 있을까..
그리고 저렇게 멋진 등을 갖을 수 있을까....
아버지 처럼, 그리고 할아버지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