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책] 보잘 것 없던 "1%" ... 그들이 모여 세계를 이끈다

이민정 |2008.01.20 22:03
조회 62 |추천 0

2008. 1. 5 07:10 조선일보 김수혜 기자 goodluck@chosun.com

 

보잘 것 없던 '1%' ... 그들이 모여 세계를 이끈다

 

새해 첫 토요일 아침, 현관에서 막 신문을 집어 든 여러분 주변에도

혹시 다음과 같은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 마흔 넘겨서 늦둥이를 본 뒤

  뒤늦게 육아의 묘미에 흠뻑 빠진 늙은 아빠.

 

* 막내동생뻘 남자친구와 누님뻘 여자친구로 구성된

  연상녀-연하남 커플.

 

* 막판까지 온갖 정보를 저울질한 뒤

  실익(實益)에 따라 투표하는 소신형 부동층.

 

* 애들보다 더 비디오.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성인 게이머.

 

* 어른이 돼서도 어엿한 일자리 없이

  부모에게 얹혀 사는 다 큰 자녀.

 

이들이 사회 전체적으론 소수일 수 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런 사람이 100명에 한 명만 있어도 100만 명이면 1만 명,

1000만 명이면 10만 명이다.

옛날엔 정부와 기업이 힘 없는 모래알이라고 이들을 무시했다.

이젠 인터넷과 세계화가 이들을 이어주고 받쳐 준다.

1%는 더 이상 미미한 숫자가 아니다.

스타벅스는 수십 가지 커피를 갖가지 감미료와 함께

여러 가지 사이즈로 판매해 업계를 평정했다.

 

"요컨대 세상은 몇 개의 큰 방향이 아니라

수백 개의 작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제목부터 1982년 미국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John Naisbitt)이 쓴

베스트셀러 '메가트랜드'(Megatrends)를 뒤집는 역 명제다.

 

"우리 모두를 휩쓰는 메가트렌드는 더 이상 없다.

얽히고 설킨 미로와 같은 선택들,

다시 말해서 마이크로트렌드들이 이 세계를 이끌어 간다.

어떤 트렌드가 인구의 1%에 영향을 미칠 무렵이면

히트 영화, 베스트셀러 도서, 새로운 정치 운동이

태동할 준비가 갖춰진다.

주류와 대립되는 선택에 헌신하는 사람들이 1%만 있어도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운동을 창출할 수 있다.

하나의 미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수백 개의 미국, 공통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함께 뭉치는 사람들로 구성된

수백 개의 새로운 틈새들이 존재한다."(13~19쪽)

 

저자 마크 펜(Mark Penn.53)과 키니 잴리슨(Kinney Zalesne.42)은

이 책에서 미국 사회의 마이크로트렌드 75가지를 소개한다.

각종 통계를 해박하게 인용하고 다층적인 분석을 곁들이는 틈틈이

촌철살인의 유머로 독자를 킬킬 웃긴다.

 

예컨대 미국 신생아 중에서 쉰 넘은 아빠를 둔 아기의 비율은

1980년 스물세 명에 한 명 꼴에서

2002년 열여덟 명에 한 명 꼴로 크게 늘었다.

늙은 아빠(Old New Dads) 현상의 배후에 대해선

첫째, 신나게 일하다 마흔 전후에 첫 아기를 낳는

'늙은 엄마' 때문이라는 설(說)과

둘째, 젊은 아내와 재혼한 부유한 중년 남성들이

헬스 클럽에 다니며 꾸준히 단련한 (아직) 탄탄한 육체를 토대로

아빠 노릇에 재도전한다는 설이 엇갈린다.

늙은 아빠는 공립보다 사립 학교에 많다.

이들의 단점은 젊은 아빠보다

일찍 세상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고,

장점은 그 전에 젊은 아빠가 따라올 수 없는 풍요와 안정과

각종 사교육의 혜택을 베풀고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들은 가능한 오래 현역으로 남아 있으려 하기 때문에

은퇴 후 노동족과도 연동된다.

 

"앗!" 소리가 나오는 통계도 있다.

결혼한 적이 있거나 지금도 결혼한 상태인 미국 동성애자는

200만 명으로 추정된다.

부모 중 한 명이 인생 후반부에 커밍 아웃을 한 아이들 숫자는

350만 명에 이른다.

이렇게 늦깎이 게이(Late-Breaking Gays)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사회가 동성애에 보다 관대해졌기 때문이다.

늦깎이 게이에게 이혼 당한 배우자들이

배신감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결성한

국제적 자구(自救) 단체도 있다(215~219쪽).

 

이로 인해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본 집단이

성비(性比) 불균형 싱글들이다.

미국 독신 여성은 1970년 3000만 명에서

2000년 5000만 명으로 폭증했다.

남녀 모두 동성애자가 있지만 게이가 레즈비언보다 2대 1로 많다.

더구나 남자는 여자보다 각종 사고로 요절하는 경우가 많고,

이혼 후엔 여자보다는 빨리, 쉽게 재혼한다.

각종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이성애자 여성은 100명 중

3명이 "의자 뺏기 놀이에 실패한 독신녀"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인생이 여성에게 마냥 불리하지는 않다.

'트로피 와이프'(성공한 중년 남자가 젊은 미녀와 재혼하는 현상)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쿠거족(Cougars)이 그 예다.

쿠거(cougar)는 원래 술집에서 밤새 놀다

마지막 남자를 집에 데려가는 늙은 여자를

비아냥거리는 은어였으나

요즘은 "돈과 자신감을 갖추고도 결혼에 목매지 않는

나이 지긋한 싱글 여성"을 뜻한다.

 

2003년 미국 은퇴자 협회 조사 결과

40~69세 미국 여성 세 명 중 한 명이 연하 남자친구와 사귀고,

그 중 4분의 1은 나이 차이가 열 살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쿠거족은 경쟁력이 있다.

운동과 화장과 성형 덕분에

과거의 동년배보다 훨씬 젊어 보일 뿐 아니라

"선물 사달라", "날 얼마나 사랑하냐",

"왜 결혼하자는 소리를 안 하냐"고 달달 볶지도 않는다.

'누님'의 약진이 젊은 싱글 여성에겐 재앙이다.

괜찮은 남자를 잡기 위해 자기 또래 뿐 아니라

언니.이모.엄마뻘 여성과도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펜은 복수의 마이크로트렌드가 때로는 상충하고 때로는 연동하며

백가쟁명하는 세상이 "축복이자 현실이자 재앙"이라고 말했다.

색다른 기호를 가진 1%가 신선한 유행을, 구매력을 갖춘 1%가

소량 생산되는 명품을,

결집력 강한 1%가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낸다.

동시에 고학력 불만분자 1%가 테러를 일으킨다.

 

"잃을 것 없는 가난한 독신자가 테러를 저지른다"는 통념과 달리

전세계 주요 테러리스트 400명은 세 명 중 두 명이 대학 졸업자,

네 명 중 세 명이 부유층 혹은 중산층 출신,

열 명 중 아홉 명이 단란한 가정 출신이다.

성격 장애 판정을 받은 사람도 400명 중 다섯 명에 불과하다.

신념과 기술로 무장한 고학력 테러리스트는

인구의 1%인 마이크로트렌드에도 못 미치는 '나노트렌드'지만,

9.11 테러를 일으켜서 전세계를 경악시켰다(576~579쪽).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마이크로트렌드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현상이다.

언론.홍보.법조계에서 여성이 약진하는 현상이 특히 그렇다.

미국 언론계의 신입 기자는 열 명 중 여섯 명이 여성,

홍보업계는 열 명 중 일곱 명이 여성,

로스쿨 학장은 세 명 중 두 명이 여성,

로스쿨 입학생은 절반 이상이 여성이다.

말로 먹고 사는 여성(wordy Women)들이 증가하는 데 대해

펜은 "여성은 이민자들이 밟은 노선을 따르고 있다"는

독특한 분석을 내놓는다.

후발 주자는 신분 상승을 위해

머리와 고된 노력으로 승부를 내는 분야부터

노리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언론.홍보.법조계에서 여성이 다음으로 진출할 분야는

정계일 가능성이높다(98~99쪽).

 

"좌우 대립이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는 언론 보도와 달리

실제로는 남이야 뭐라건 자기 실리에 따라 투표하는

부동층이 늘어나는 현상(Swing Is Still King),

다인종으로 구성된 혼혈 가정(Interracial Families) 등도

우리 눈에 익숙하다.

집값은 뛰는데 일자리는 없어서 부모에게 얹혀 사는

다 큰 자녀(Mammonis.'마마보이'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도

한국 뿐 아니라 독일.영국.이탈리아.일본에서

두루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나마 점잖게 '88만원 세대'라고 하는 한국과 달리

영국은 '키퍼스(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노후 저축을 갉아먹는 아이들),

일본인은 '파라사이토 싱구르'(기생충 싱글)라고 부른다.

원제 'Microtrends:

The Small Forces Behind Tomorrow's Big Changes'

 

 

마크 펜(Mark Penn).키니 잴리슨(Kinney Zalesne)

 

마크 펜은 세계 최대 홍보회사 중 하나인

버슨 마스텔러사(社)의 CEO이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부부의 핵심 참모다.

96년 대선 때 '사커맘'(Soccer Moms.자녀 교육에 힘쓰는

교외 중산층 여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중산층을 겨냥한 선거 전략을 짜서 민주당 승리에 공을 세웠다.

 

펜은 여론 조사의 달인으로 통한다.

그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나는 열세 살 때부터

가족과 친구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사람"이라며

"평소 사람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남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통계 수치에서

사회의 변화를 잡아낸다"고 했다.

 

키니 잴리슨(Kinney Zalesne.42)은

앨 고어 전 부통령 휘하에서 연구원으로 일했고,

현재 펜이 공동 창업자로 있는 컨설팅 업체에서

수석 연구원으로 근무중이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