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전에 다녀오다
사실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내게 있어 고흐란.
귀를 자른 예술가, 혹은 반평생을 정신병원에서 보낸 환자였다.
[별이 빛나는밤]과 [로노강의 별이 빛나는 밤] 등 그의 유명한 야경 그림 몇편을 즐기긴 했지만
그외의 작품 중 그 이름을 기억하는건 [해바라기]씨리즈 정도였을 뿐이다.
그런 내가 그의 작품이 모여 한국에서 전시를 한다고 했을때
'우와 그럴수가!'라며 감탄할리는 만무했고, 사실 별로 관심도 없었다.
게다가 작년에 이미, 좋아하는 클로드 모네전에서 적잖이 실망했던 나로선
마음속 어딘가에서 시큰둥하게 반응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번 고흐전도 모네전과 같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중이었다.
방학을 맞이하여 바글바글한 아이들과 그들을 이끌고 온 아주머니들의 틈바구니속에서
끔찍한 기분으로 이층 전시관 입구에 서게되었을 땐 '아... 아까운 내 돈!' 이라고
좌절하고 있었다.
게다가 환기도 잘 되지 않는지 퀴퀴한 냄새까지 나고 있었다.
- 여러모로 사람에게도 그림에게도 별로 좋지 않은 환경이었다고 생각한다.-
ㅡ사실 이번 전시회는 12000원이라는 가격에 들뜬 마음으로 들어가면 심란한 마음으로
나올 수 있는 전시였다. 그곳엔 기대하는 [해바라기]도 [별이빛나는밤]에도
[(귀를 자른) 자화상]도 없을 뿐더러 정신없는 시장통같은 분위기에 그나마 있는
작품 감상도 힘겨웠다. - 그나마 평일 관람이었거늘...
[사족] 게다가 이상하게 나를 가장 거슬리게 했던건 그... 허접한 액자들이었다.
국민학교 전시회에서 얻어온 듯한 그 반짝반짝한 나무 판낼액자! 그것도 일관성 없이
간간히 튀듯 앤틱 조각 액자를 끼어논건 뭔가. 큐레이터 마음에 드는 작품 한정 액자?? ....
혹자는 명화니깐 액자도 비싸야 하나? 라고 반론할지도 모르지만 액자라는건
그림의 보존도 보존이지만 그 안의 작품을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도 겸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선 도저히 이해가지 않은 풍경이었고 인테리어라는 측면에서도
아니올시다였다.
그래도 혹시나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고 금욕적인 고흐작에 어울릴 액자를 찾은거라면
차라리 중반에 잠깐 보았던 그 낡아보이던 사각 액자가 옳았다고 본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고흐는 고흐였다.
이런 험한 환경에도 강렬하게 빛을 발하는 그의 작품들....
그의 그림 앞에 서면 난 사막에 서있는 듯 심한 갈증과 강박관념과도 비슷한 강렬한 비애에
사로잡혔다. 터지는 빛과 같은 눈부심. 그 강렬함에 눈물을 흘리게 하는 태양빛과 같았다.
너무 밝아서 슬픈 그림들. 어둡고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듯한 초기 작품들관 다르게,
생에 마지막으로 갈수록 타오르는 - 색체에서도 붓터치에서도- 그림들은
왠지 그의 삶 그 자체 같아서 연민과 애처로움과 대경스러움을 느꼈다.
어쩜 이런 느낌은 알지 못했던 그의 인생을 이제야 인지함으로써 느껴지는
착각일수도 있지만....
실제로 몇편의 그림들은 발을 떼지 못하게 하는 에너지를 지니고 있었다.
전시중 가장 마음에 든 작품
전시장을 모두 둘러보고 난 뒤 내가 느낀것은... 그의 내면의 무게였다.
아마 이제까지 내가 그의 그림들을 외면해 왔던것은 그 무게가 너무 버거워서 였는지도 모른다.
까닭모르게 애잔해지고 답답해지는 그의 그림들...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그 무게에 이끌려 들어갈 듯 무서웠다.
그래도, 그는 멋진 인간이었고 찬사를 받을만한 인격의 소유자임은 분명하다.
이번 전시회에서 그것을 알 수 있어 감사했다.
이제 고흐 그에게 조금 더 마음을 열 수 있을 듯 하다.
서울 시립미술관의 고흐전. 객관적으론 탈많고 허술한 전시였음에도
나에겐 일종의 전환점으로 만족스러운 전시였다.
[우체부 로고] 따뜻한 그림. 애정이 묻어있는.
이 그림에선 그를 옮아매고 있는 슬픔과 절망과 공포는 보이지 않는다.
모델에 대한 다감한 시선만이 머무를 뿐... 주위를 둘러싼 많은 작품 들 중에
조용히 반짝이는 듯한 그림이었다. 그래서 편안하네 감상할 수 있었다.
방 한구석에 걸어놓고 싶어지는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