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쯤이던가?
나보다 한참이나 어린 동생이 우리 집에 며칠 묵어간적이있었다.
난 아침마다 출근을 하며 그시간까지 잠도 안자고 겜에 열중해있던 동생이 무슨 게임을 하는지
어깨너머로만 들여다볼뿐 별 관심이 없었는데 ..
어느날 인가 그 동생이 돌아 간후 동생이 깔아놓은 새로운 게임에 나도 서서히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적당히 연령들도 나와 비슷한 유저들이 많았고 대화또한 자유로이 할수있는 부담 없는 공간이였다.
물론 건전하기만한 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나의 뇌에 끼여있는 때들도 가끔 청소가
될정도로 가벼운 스트레스 해소쯤은 그 게임을 하면서 풀수가 있었다.
퇴근후면 어김없이 접속부터 해놓고 나머지 일을 볼정도로 나의 일상이 되어버린 그 게임에서
몇몇 마음이 맞는 유저들과 한번쯤은 자리를 갖고도 싶을정도로..(여기서 맘에 맞는 유저란
나의기준으로 선정을했지만 나름 건전한 부류로 느껴지는 사람들을 뜻함)
매일 매일 반복되는 대화에서 서로의 직업과 성격 그리고 능력정도.. 또는 외모등등.. 거의 상대의
프로필까지 알게된 우린 결국 만날 약속까지 하였고 약속 날까지의 그 설레임또한 어릴적
소풍가기전날 그 이상이였다고해도 과언이 안될정도였다.
물론 온라인상에서도 서로의 정보를 알기 위해 미니 홈피는 기본이고 전화번호까지 교류하며 지내며
서로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있다고 생각 했기에 만남에 대한 별다른 거리낌도 없었다.
드디어 약속한 날짜가 다가와 평소보다 조금은 신경을 쓰며 약속 장소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잠시후
만나게될 사람들에 대한 기대에 잔뜩 부풀어있었고 내 모습도 그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하는 약간의
걱정 또한 있었다.
드디어 약속장소.
일단 악수와 미소로 서로를 반기고 자기 소개를 마친후 가볍게 한잔씩 마시며 그동안 서로에 대해 알지
못했던 부분까지 깊이를 더해 가며 대화를 이어 나가던중 난 서서히 식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식상함 보다는 실망이 커져갔다고 해야 옳겠다.
술이 들어 가서일까?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눈빛이 교환되고 자리가 재배치 되고 그러면서 어느새 단순한 친분들을 넘어
남녀의 구도가 제대로 잡혀가는..
그후 그날밤의 행적들은 예상이 어렵지 않을정도로 뻔한 것이였기에 그날의 기억은 이쯤에서 접어두어
도 될듯하다.
물론 남녀 짝을 맞춰 나간것이 아니기에 나와 몇몇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자리를 피할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단순히 목적이 그거였나 싶을정도로 나에게 심한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그것이 진정한 사랑으로 발전된다는 가정을 한다고 해도 난 그것을
용납하기 힘들다.
그후 뻘쭘 하지만 다시 온라인에서 맞딱드린 그들의 대화는 듣기 정말 닭살스러울정도로 변해있었고
불행하게도 길게 오랫동안 가는 커플들은 거의 없는듯했다.
서로의 실체를 모를때 가지는 매력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참고로 뽀샵이 너무 강해 자신의 몸무게 마저 40kg이상 날씬하게 보이게 만들었던 한 친구..
만남을 갖기전 남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한몸에 받던 그녀는 홈피를 거의 폐쇄하는 위기까지
맞아야만 했다.
현대인들은 온라인이라는 가면을 뒤집어쓰고 현실을 뒤로한채 허상의 바다를 헤엄치고있는
눈먼 물고기와같다는 생각이 드는건 나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