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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445

김미선 |2008.02.04 16:16
조회 43 |추천 1


늦게까지 잠을 자고 눈을 떠서 이것저것 시켜먹고

씻지도 않고 쇼파에만 누워서 내내 TV만 봤어

그러다가 또 잠이 들었겠지?

켜놓은 TV소리에 다시 또 눈을 떴다가

가끔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열었다가

그러다 해가 다 지고나서야 잠깐 집밖으로 나갔었어

뭐라도 사먹을까? 하고

 

근데 대문을 여는 순간 음식 냄새가 났어

생선굽는 냄새 같은 거

아마 옆집쯤에서 누가 저녁을 하고 있었겠지?

발밑에서 걸리적대는 아까 내가 시켜먹은 중국집 그릇들을

한쪽발로 옆으로 밀면서 열쇠로 문을 잠그고

그리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골목길을 걸어나왔어

 

해가 막 지고 있는 시간에 그런 냄새 있잖아

아직 완전히 깜깜하진 않고 차들은 미등을 켜기 시작하고

뜨겁던 공기는 이제 막 식기 시작하고

그럴때 옆집에서 풍기는 음식..

아니 음식이라기 보다는 어떤 평범한 가정집의 냄새 같은거

난 이제껏 몰랐었다

그런게 사람을 이상하게 슬프게 만들수도 있다는 거

 

혼자 밥 먹을 기분이 나지 않아서 편의점에 들어갔어

늘 좀 싫었지만 오늘따라 더 그 환한 편의점 조명이 싫어서

이것저것 고를 틈도 없이 맥주만 두캔 사서 나왔고

어디 전화를 좀 해볼까 싶었는데

바로 옆에 사는 누가 있으면 모를까?

친구를 불러내기에도 애매한 시간

 

그래 일단 아무데로나 좀 걷자

처음엔 빠르게 그러다 천천히 골목길을 걸으면서 생각했어

좀 외로운거 같다고

그래서 하마터면 혼자서 막 욕같은걸 할뻔도 했지

 

아 미치겠네

왜냐하면 그 순간 나는 또.. 또 너때문인가 생각했었거든..

또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외로운가?

막 화가나서 문을 닫은 비디오가게 앞에 앉아서 맥주를 마셨어

근데 너 때문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갑자기 더 슬퍼지면서 니가 막 보고싶어질 줄 알았는데

니 얼굴도 생각이 안났어

설마하면서 니 이름을 조용히 말해봤어 소리내서

근데도 난 슬퍼지지가 않았어

 

나는 그냥 외로운 거였어

그냥 누가 옆에 있었으면 하는 거였고

넌 믿어지니?

니가 더 이상 그립지 않다는 사실이

 

아무일도 없었던 날 점점 어둑해지는 공기속에서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조금 슬펐습니다

이렇게 잊는거구나

잊혀지는 것만 슬픈것은 아니었다고

잊는것도 슬픈거구나 하고..

 

 

#사랑을 말하다_시경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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