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이 말하는 깐깐하고 피곤하고 눈치 빤한 삼십 대 노처녀다.
스무 살에게 세상은 놀이터지만 서른 살에게 세상은 전쟁터이기에 한해
한해 전쟁을 치르며 조금씩 쌓여져 가는 전투경력은 날 점점 숙련된
군인으로 단련시켜준다. 그러나 군대와 달리 여자의 전투레벨이 쌓여질수록
남자들은 피한다. 지들도 아는 거다.
여자가 나이 먹어가며 점점 똑똑해지면 지들 맘대로 컨트롤 안 된다는 걸.
<STYLE type=text/css> 글/ 젝시라이터 바니언니내가 똑똑한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십 년 전, 오 년 전, 삼 년 전 보다 조금 더
앎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지식이 아닌 경험과 아픔으로 습득한 것들은 어느새 내 머리와 가슴에 녹아 들고 입술에 스며들어 선배언니, 우리 이모,
우리 엄마가 했던 말들을 어느 새 점점 똑같이 따라 하고 있음을 퍼뜩
느낄 때가 많다. 아름다운 사랑하시는 분들은 그냥 사랑하시고,
조심성 있고 골치 아픈 거 싫어하는 몇 명은 아래 몇 가지를 염두해
두시길 기원한다.
1. 커플링
"큐빅이 잔뜩 박힌 복잡한 디자인, 고가 브랜드 커플링에 이름까지
새겨 넣는 행위"
가장 기본인 커플링을 하지 말라는 거냐고 미리부터 발끈하지 마시라.
헤어지고 가장 골치 아픈 물건이지만 그만큼 서로에 대한 약속과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 커플링 아닌가.
그러나! 매장주의 재량으로 간혹 현금매입을 해주지만 거의 현금매입은
하지 않고 가끔 보상교환행사가 있을 뿐인 브랜드 쥬얼리샵에서 백금이나
모조다이아처럼 살 때는 엄청 비싸고, 막상 팔려면 동네 금은방서 딱 금값만
쳐주어 몇 만원 헐값에 넘겨버릴 수 밖에 없는 요란한 커플링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여자일 경우 대부분 내 돈 주고 산 거 아니니까 찝찝해서 없애거나
그냥 예뻐서 끼고 다닐 수 있다 쳐도 남자는 그거 끼고 다니기도 뭐하고
살 때는 몇 십 만원 주고 사 놓고 헐값 몇 만원에 넘기려니 참 속이 많이 쓰리다.
인터넷에 올려서 팔기도 하지만 그것도 두 개 다 있고 보증서 케이스까지 있어야 팔리는데 여자한테 혹은 남자한테 가서 "야, 커플링 줘!”라고 말하기도
뭐하지 않는가. 이미 열 받아서 확 던져버려 없앤 경우도 많고,
보증서나 케이스는 사귄 지 오래 된 커플은 이미 잃어버렸을 확률이 크다.
아니면 은근슬쩍 새로 사귀는 사람에게 선물하거나 똑같은 디자인을 하나 더
맞추어서 나눠 끼는 방법도 있지만 반지 안에다 ‘KS ♡ HM’같은 이니셜 새겨
넣으면 정말 난감하다. 그러니 만난 지 한 두 달만에 섣불리 평~생 낄 거 같은 반지 하지 말고 차라리 현명하게 작더라도 내실 있게 금으로 만든 실반지부터 시작해 기념일 마다 하나씩 해주던가 아니면 그 전 반지를 녹여서 점점 더 크게 만들어 끼는 게 낫지 않을까?
2. 커플 요금제
"같은 요금제에 가입하고 핸폰 뒷번호를 똑같이 맞추기까지 하는 행위"
서로 전화 자주하는 커플은 당연히 득이 되는 일이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커플 요금제 하면 깨진다”는 무시무시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그런 징크스는 둘째치고 헤어지고 나서 한 사람이 요금 연체시키면
한 사람 통장에서 빠져나가는데 빨리 미납요금 내라고 전화하기도
민망한 경우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예전엔 해지 시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해서 아주 골치 아팠는데
요즘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깨버리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해지시키고 바로 상대방에게 통보되는데 아무리 헤어진 사이고
해야 하는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별을 직시하는 슬픔에 마음 아프다.
그렇다고 눈치 보며 서로 안하고 있는 것도 비싼 요금은 요금대로
빠져나가고 이 사람이 미련이 남은 건가 싶어 한 편으로 복잡하다.
그리고 번호를 커플로 맞추는 건 같은 동아리나 또래모임, 친구끼리
사귄 경우엔 난감하다. 전화번호 한 번 바꾸려면 일일이 통보하고
명함도 바꿔야 하고 가입한 사이트 개인정보도 바꾸어야 하니
얼마나 골치 아픈지 말 안 해도 알 듯.
3. 커플 통장 만들기/ 카드 같이 쓰기
"니 돈은 나의 것, 내 돈은 너의 것이라는 돈과 관련된 모든 행위"
예전부터 알뜰한 커플끼리 한 통장에 같이 돈 모아 여행도 가고
데이트 비용으로 쓰고 기특한 남친은 여친의 용돈조로 얼마씩 넣어놓고
여친을 배려했다.
그러나 요즘은 금융기관에서 아예 커플을 위한 정기적금 상품을 만들어
커플 축하금리에 결혼자금대출 금리감면의 혜택으로 솔로들을 더 서럽게
만들 정도다. 그러나 헤어지고 나서 같이 붓던 적금 깨고 어쩌고 하는
뒷감당의 시간은 생각해보았나?
그리고 신용카드 같이 쓰고 나중에 한 쪽이 현금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짓만은 절대 말리고 싶다. 또 학생 남친에게 자기 신용카드를 떡 하니
내주는 배짱 좋은 직딩녀도 계시는데 그거 쓰라고 줘 놓고는 많이 쓴다고
말하기도 힘들고 헤어지고 나서 비밀번호도 알겠다 카드도 있겠다 써 버리고
모른척하면 공권력 동원 할 텐가? 도난신고 해 버릴 텐가?
형제지간에도 돈 문제로 멱살잡이를 하는데 절대로 돈이 엮인 일에 좋은 꼴을 못 봤다. 덧붙여서 본인의 친구는 결혼을 고려한 만남이고 성인이니까
이쯤이야 당연히 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해 남친이 회사 일을 잘못 처리해서
급하게 막아야 할 돈 적금 깨서 막아줬다가 헤어지고 나서 돈 갚으라고
전화하고 회사 찾아가고 자존심 무너지는 짓 하면서 울었는데 잃은 돈보다도
그 과정이 참으로 더럽고 치사했다
4. 명승지에서도 무조건 커플 사진 찍기
"어떤 사진이건 꼭 둘이 붙어서 찍어놓는 행위"
이건 좀 잔인한 소리지만 커플사진은 딱 몇 장 잘 나온 것으로 충분하다.
좋은 여행지를 간 추억은 둘만의 추억이 아니라 오직 나 개인적으로도
추억이다. 그러니 좋은 배경에서 둘이 찍은 잘 나온 사진을 얼굴만
오리기도 뭐하니 가능한 독사진을 더 많이 찍으시길.
5. 비밀은 없어!
"서로의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미니홈피도, 전화도 바꾸어 하는 행위"
아는 동생에게 오랜만에 전화하니 왠 남자가 "00이 남자친군데요. 누구세요?"해 놀라 끊을 뻔 했다. 또 후배 남자아이는 00이가 메신저에 떴길래 " 오빠 휴가 나왔다~ 올만이다~ 00아" 했다가 " 00남자친군데요. 누구십니까!"해서
죄지은 것도 없이 가슴이 철렁했다고 한다.
자기 미니홈피는 남자 사진을 메인에 놓고, 남자 미니홈피는 자기 사진을 메인으로 하는 건 애교지만 서로의 아이디로 미니홈피를 하는 건 약간 부담스럽다.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남긴 방명록을 삭제하고 아는 사람들과 꾸리는
커뮤니티에서 자기 흔적을 모조리 삭제하고 탈퇴해서 꽤 친한 사인데 말도
없이 왜 이러나 했더니 남자친구와 아이디를 바꾸는데 자신이 예전에 쓰던
닉네임이 전에 사귀던 남친의 이름이라 그랬다고 했다.
서로 믿음을 주자는 취지는 좋지만 사생활을 다 저당 잡히는 건 안 좋다.
6. 커플임을 온 몸으로 부르짖기
"민망한 키스 및 포즈사진을 도배해놓고 둘이 뭐 먹고 뭐 했는지 생중계 하는
행위"
상대에게 내가 이 정도로 소중하구나 하는 뿌듯함을 주고 꼼짝없이 잡아두는
효과도 있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임자 있는 몸 임을 오만 동네 소문 다
내놓으면 아직 보수적인 울 나라선 여자가 상당히 많이 손해보고
가까운 친구들도 사실 좀 민망스럽다. 또 별로 넘보고 싶은 사람 없는데 악에
받친 듯 내 꺼 라고 발악하면 아무리 친해도 짜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