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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눈 내리던 날

한수현 |2008.02.29 15:56
조회 90 |추천 0

눈이 내리면 이제는 조금씩

미끄럽고 지저분해 질 거리를 생각해.

그럴 때마다 나도 나이가 드는가,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떠오르고.

왠지 모를 헛웃음과 눈이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어.

 

 

저녁부터 날리던 눈 발이 조금씩 거세져 가면서

하얗게 변해 버릴 내일 아침이 생각나더라.

하지만 곧,

금방 사라져 버릴 것에 대한 아쉬움과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스럭부스럭 잠을 이루지 못했지.

 

언젠가,

아마 3, 4년 쯤 전에,

지하철이 오길 기다리다 신도림역에서 봤던

느즈막한 봄 눈이 생각 났던 것도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아쉬움 때문이 아닌가 해.

 

그때도, 꽤나 아쉬웠던 마음과

썰렁한 오후의 지하철 역에서 뿜어져 나오는 적막함.

그리고, 쓸쓸한 내 마음-

그렇게 기억되던 늦은 봄눈이었거든.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창문을 열어 보고.

서둘러 카메라 가방을 챙겨 든 것도 또한 아쉬움 때문이겠지.

사람들은 누구나 마지막이 주는 아쉬움을 기억하고 싶어하니까.

아마, 나도 그랬던 걸거야.

 

금방 녹아 버리기 전에,

조금이라도 기억해 둘 수 있도록.

 

 

 

 

 


 

좀처럼 이해할 수는 없지만

겨울이 가는 이 달 내내

혹시나 만날 수 있을까, 생각했어.

 

하지만, 여전히 그렇지 못했고,

그대로 다시 봄이 오겠지.

다시금 잊혀짐을 받아들이고,

다시 그리워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저장해두고.

그렇게.

 

 

 

그 추운 날 아침에

공원을 가득 덮고 있던,

그 눈이 시리게 흰, 아쉬움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던 나.

아직도 그 마음이 생생하게 남아 있어서 그런 것이었을까.

 

금방 녹아버릴 그 눈이.

사라져서 기억되지도 못할 그 눈이.

너무 마음이 아파서.

 

 

Juan

2008.2.25. Incheon

Eos66QD , Fu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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