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면 이제는 조금씩
미끄럽고 지저분해 질 거리를 생각해.
그럴 때마다 나도 나이가 드는가,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떠오르고.
왠지 모를 헛웃음과 눈이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어.
저녁부터 날리던 눈 발이 조금씩 거세져 가면서
하얗게 변해 버릴 내일 아침이 생각나더라.
하지만 곧,
금방 사라져 버릴 것에 대한 아쉬움과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스럭부스럭 잠을 이루지 못했지.
언젠가,
아마 3, 4년 쯤 전에,
지하철이 오길 기다리다 신도림역에서 봤던
느즈막한 봄 눈이 생각 났던 것도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아쉬움 때문이 아닌가 해.
그때도, 꽤나 아쉬웠던 마음과
썰렁한 오후의 지하철 역에서 뿜어져 나오는 적막함.
그리고, 쓸쓸한 내 마음-
그렇게 기억되던 늦은 봄눈이었거든.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창문을 열어 보고.
서둘러 카메라 가방을 챙겨 든 것도 또한 아쉬움 때문이겠지.
사람들은 누구나 마지막이 주는 아쉬움을 기억하고 싶어하니까.
아마, 나도 그랬던 걸거야.
금방 녹아 버리기 전에,
조금이라도 기억해 둘 수 있도록.
좀처럼 이해할 수는 없지만
겨울이 가는 이 달 내내
혹시나 만날 수 있을까, 생각했어.
하지만, 여전히 그렇지 못했고,
그대로 다시 봄이 오겠지.
다시금 잊혀짐을 받아들이고,
다시 그리워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저장해두고.
그렇게.
그 추운 날 아침에
공원을 가득 덮고 있던,
그 눈이 시리게 흰, 아쉬움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던 나.
아직도 그 마음이 생생하게 남아 있어서 그런 것이었을까.
금방 녹아버릴 그 눈이.
사라져서 기억되지도 못할 그 눈이.
너무 마음이 아파서.
Juan
2008.2.25. Incheon
Eos66QD , Fu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