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 코미디, SF, 판타지 / 131분 / 감독: 테리 길리엄
(★★★★☆)
1985년 제11회 LA 비평가 협회상 작품상, 각본상
1986년 제39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특수시각효과상, 프로덕션디자인상
영화와 함께1980년대 최고의 SF 영화 자리를 다툰 걸작으로, 테리 길리엄의 현란한 시각적 스타일과 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통해 현대 관료사회의 모순과 억압적 체제를 미래의 거대한 판타지로 변형시킨 작품이다.
'테리 길리엄'감독은 이 제목을 '1984와 2분의 1'로 하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죠지 오웰'의 소설와 '페데리코 펠레니'의 을 칭송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영화의 우리나라 비디오 출시 제목이 '여인의 음모'인 것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일사 분란하게 일하는 수많은 정보국의 요원들. 거대한 정보화 도시의 기계부품에 불과하지 않는 그들은 상관 몰래 보는 서부극을 통해 잠깐 동안만이라도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고도의 정보화가 세상을 지배하여 돌아가는 거대 네트워크 공간은 개개인의 개성이나 자유는 허용치 않는다. 오직 선택된 자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의 구분만 있을 뿐이다. 주인공 '샘(조나단 프라이스)'은 이러한 닫혀진 공간을 뚫고 나오고 싶어 하는 구성원들의 꿈을 대변해 준다. 그는 중세스타일의 빛나는 날개 달린 갑옷을 입고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꿈을 꾼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천사와 같은 '질 레이튼(킴 그리스트)'을 만나지만 아름다운 들판을 뚫고 올라오는 거대한 회색 기둥이 둘의 사이를 갈라 놓는다. '테리 길리엄'감독은 미래의 사회가 회색 빛과 철로 뒤 덮여 있는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공간'이라는 것을 오프닝을 통해 직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영화에서의 공간은 고정화된 관습을 따르지 않는 자들은 '테러리스트'로 명명된다. 고장난 파이프를 고치러온 배광공 '해리터틀(로버트 드니로)'과 '질 레이튼'은 고정화된 관습에 저항하고 있는 자들이며, 주인공 '샘'이 이루고자 하는 이상향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샘'은 관료화된 사회가 원하는 직장과 지위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인간’이 되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는 '샘'이 거부하는 사회를 단적으로 대표해 주고 있다. 높은 구두모양의 모자로 치장하고 성형수술을 통한 인위적인 미(美)를 추구하는 그녀가 진정 참된 인간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세익스피어의 ‘리어왕’에서 “인간이란 게 이것밖에 안 되는 존재였던가? 너는 그야 말로 물건에 불과하구나. 아무런 치장이 없는 인간은 너처럼 하잘것없고 벌거벗은 두 발 짐승일 뿐”이라고 말한 유명한 대사가 있다. 여기서 치장이란 미용기구, 장갑, 포도주, 신발, 비단, 향수 등을 가리키는데 인간은 그런 것들을 통해 비로소 자연의 횡포에서 벗어나 사회, 그리고 그 안에서 주어진 자신의 역할에 편입되는 것이다. ‘인간’이란 하나의 추상적인 전제일 뿐 우리가 실천하고 체험하는 일정한 치장과 역할을 통해 구성된 존재들, 즉 포스트 모더니즘의 ‘주체’라는 것이다.
감독은 이라는 영화를 통해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자 하였다. 그것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공통적이며 보편적인 참된 인간상이란 속성을 거부하고, 일정한 속성과 역할이 주어진 ‘주체로서의 존재’를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