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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앓던 이를 치료받으러 치과에 가다.

구유미 |2008.04.19 01:09
조회 21 |추천 0
이미 마음이 멀어진 사람에게 확인 사살 받으려고 연락하다. 눈물이 조금 났다.

 = 앓던 이를 치료 받으러 치과에 가다. 피가 조금 났다.

 

 차일 피일 미루면 그 아픔과 후유증은 더 커진다. 왜 진작 연락하지, 치료받지 않았을까.

 = 스스로 위로하고 정당화 하기. 진작 연락하지 않았던 것은 바쁜 그에게 쓸데없는 생각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해주고 싶다는 나 혼자만의 배려였다.

 

 결단을 하기 위해 마음 한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칼을 뽑아 들었다.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잘라야지.

 무를 잘라야 했는데, 내가, 내 마음이 잘렸다. 아팠다.

 

 언제까지 사랑의 감정이 유지됐었는지, 작년 그 날은 그냥 간단한 불장난 이었는지.

 내 짐작으로는 그의 그 감정이 6개월을 채 못 간 것 같다. 그 이후로는 그저 "아는 동생" 이었을까.

 좀 더 욕심 내자면 12월 27일까지는 유지되지 않았을까? 아닌가. 내 착각인가.

 모양이 말하기를 "1주일 뒤 1주년이라고 생각한 건 언니 뿐이야."

 

 완곡하게 하지만 차갑고 냉정하게 나를 거절하는 문자를 보내준 그는 역시 나보다 훨씬 어른.

 어리고 그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부담을 준 나는 어른이라고 하기엔 너무 부족해.

 시니컬했던 그의 문자 2통. - (전화로 이 말을 들었으면 거실에 있는 가족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울어버렸을거다.) - 40분 뒤에 도착하니 그때 답장준다고 문자가 와서 2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답장이 안오는 동안 나는 무시당했다는 비참한 기분이었다.

 

 한참생각해봤는데

,난너랑은어울리

지않는듯싶다.연

인으로는.아무래

도그래.

From:...

03/08 9:42 PM

 

뭐그렇게해봤자서

로좋을게없을것같

다나도마찬가지라

서그치만널싫어하

는건아냐

From:...

03/08 9:47 PM

 

 이 문자들은 뜬금없이 날아온 것이 아니라, 내가 7시 경에 귀가할 때 이동하느라 운전중이라는 그와 30초 동안 "나를 연인으로 생각하는지 말해달라"고 통화해서 날아온 것이다.

 이 문자를 받고 내가 뭐라고 보냈는지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약 3-4통의 문자를 더 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묻고 싶은게 많지만 어차피 생산성없는 메시지일뿐이니 묻지 않겠다 / 피곤할텐데 쉬고 앞으로 어색한 사이가 될지, 그 사이가 유지될지 모르겠지만 안녕] 이라는 내용으로.

 

 그의 주위에는 항상 젊고, 멋지고, 능력있고, 아름다운 여성들이 있었고 나는 그런면들이 많이 부족했으며 시간도 부족했고, 공부하라는 그의 정성어린 충고에 피곤하다는 핑계만 댔다.

 

 그가 종종 말했다 "나를 모르겠다" = 나는 직관적으로 생각했다 - 그는 종종 "너에 대한 감정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라고 생각한다.

 사랑에 의심이 들었을 때, 마음이 멀어졌다고 느꼈을 때,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을 때 만큼 비참한 기분은 없는 것 같다.

 

 내가 칼을 뽑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은 나 혼자서라도 연인이 아니더라도 같은 틀 안에 좀더 그와 나를 넣고 싶어서였는지 모른다. 그는 멘토로서, 인생 선배로서, 조언자로서, 정신적 후원자로서 내 정서적 빈자리를 많이 채워주었으니까.

 

 그와 (비교적)열정적인 사랑(love)을 했던 것은 처음 2-3개월에 불과했던 것 같다. 그 나머지 9-10개월 동안은 사랑(love)도 아니고 좋아함(like는 좀 가벼운 것 같고) 아니면, 애완동물을 아끼는, 귀여워하는 "cherish"의 감정이라고 해 두면 명료할 것 같다. 그 감정마저 얼굴을 거의 볼 수 없었던 3개월 정도는 시들해져 나는 바쁜 그에게 그저 귀찮기만한 존재였을 것 같다.

 love : 이상적인 연인들의 감정, 감정이 풍부하고 커다람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부등호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like : 약간은 미숙한 어린 연인들의 순수한 감정, 소년 소녀들의 사랑 정도로 정의하면 충분하다.

 cherish : 예쁨받기 위해서 노력하는 "을"과 그런 "을"의 노력을 어여삐 봐주는 "갑"의 감정. 물론 "을"이 "갑"보다 열세에 놓여있다.

 

 여성은 "관심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사소한 배려와 관심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서 리액션이 과도한 동물. 나는 너무 배가 고파서 "문자"라도 보내달라고 했으나 우선순위에서 많이 밀린건지, 더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이 많았는지 나는 문자를 받지 못했다.

 

 [Cherish]

 예쁨받기 위해 했던 나의 노력.

 1. 즐거운 일탈이자 나를 살찌우는 관심을 받는 수단이었던 "코스프레"를 그만두다.

 2. 뒤늦게 시작하긴 했지만 영어일기를 쓰기 시작하다.

 3. 증권투자 상담사, 선물거래 상담사 를 준비하다.

 4. 그와 비슷한 취미를 갖기 위해 억지로라도, 무겁지만 A-100을 들고 다녔다.

 5. 시월애 국화차를 선물했다. (실제로 예쁨받았다)

 6. 학비를 벌기 위해 마트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다.

 7. ebs 언플러그드 공감 - 자우림편, 을 같이 관람했다.

 8.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저자인 알랭 드 보통에 빠지다. Kiss and Tell 을 다 읽었고, 지금은 The Romantic Moment 를 읽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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