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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아니여도...

최선경 |2008.04.22 01:26
조회 120 |추천 1

 

 

벌써...당신이 내곁을 떠난지 이년이란 시간이 흘러 가고 있네요...

참 당신이랑 나... 지독히 웬수 지간 이였죠..서로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났던 우리였죠..

그런 나를 보러...조금만 잘하라고 하고..나한테 그렇게 이야기 하는 그사람들에게 나는 오히려 화를 내는 못된 철부지 였죠...

내이름 하나 기억 못하는 당신이..너무나도 싫었고..그런 당신한테 치매라는걸 벌을 내려주신 하느님이 언제나 못마땅했죠..

단한버도...당신의 손녀딸로 살아오면서..당신이 내게 정확한 이름을 불러 주신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도 않네요...한번이라도 좋으니깐 불러주면 안되냐는 내물음에 당신은 여전히 작은 고모의 이름을 불렀죠..

그런 당신이 바보스럽기도 했지만..한편으론 그렇게 아파하는 당신을 이해 못하기도 했었어요..

참 못되게 굴었죠...손녀딸인 내가...정말로 당신한테 너무 몹쓸게 굴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당신이 사라졌다는 소식은 내게도 너무나 큰 소식이였죠...

정신없이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당신을 찾았죠..울부짖는 내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지..당신을 찾지 못하고 돌아오는 내 발걸음은 너무나도 무거운 걸음이였고..너무나도 먼 거리였죠..그렇게 집에서 초조하게 당신을 기다리면서 지난 한시간...당신을 찾았다는 말에..너무 기뻤지만 화가 나기도 했죠..

왜그렇게 속을 썩이는지..그냥 가만히 있어줬으면 얼마나 좋아..하면서 당신한테 모진 말도 했죠..

그런 나를 보면서..미안하다..라는 말을 하고 방으로 올라가는 당신 뒷모습은 너무나도 안쓰러웠어요...

팔년전... 당신곁을 미리 떠난 우리 할머니.. 당신때문에 돌아가신거라고 생각하면서 평생을 죄책감에 사시는분..

그런 당신이..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앙상하게 뼈만남으시고..더더욱 기억은 잊혀져 가고..이젠 정절에 온만큼 모든 인생의 끈을 놓으신분..그런 당신이..결국에 찾은곳은 노인병원..당신 뜻대로..우리는 그곳에서 모셨고..그렇게 당신이 그곳에 간지 딱 한달만에..당신은 나의 곁을 떠났죠..

당신이 위독한걸 알고있었지만..항상 그랬으니깐..오늘도 넘어갈줄 알고 자고 있었죠..

그리고 울리는 전화기... 그리고 언니가 한말..' 할아버지..돌아가셨어...그러니깐 씻고있어..'

...........그말에 정말로 드라마에서만 본것처럼 나는 수화기를 떨어트렸고..무작정 당신의 방으로 달려갔죠..

언제 갖고 나갔는지...당신이 미리 찍어놓은 영정사진도 사라지고..당신이 그렇게 아끼던 양복도 사라졌죠..

아닐꺼라면서 무슨정신이였는지 새벽 네시에.. 이십분 거리를 오분만에 달려가서 하얀천에 덮여진 당신을 봤죠..

너는 보면 안된다고 나를 데리고 나가는 사촌오빠..하지만..나는 당신을 꼭봐야 했었기에..당신한테 달려 갔죠..

너무 차갑게 되어버린 당신몸...쭈글쭈글한 손이..그렇게 따뜻하던 손이..손도 못될정도로 너무 차가워졌죠..

목놓아 우는 나를 껴안고 우는 사촌언니....그런 나를 보고 뒤에서 눈물을 삼키는 우리 아빠와 고모들...

아닐꺼라고 생각했었어요.. 당신이 그렇게 고약하고 심술쟁이였던 당신이..그렇게 독하디 독한 당신이..이렇게 허무하게 떠날줄은 몰랐어요.. 나한테 할말 더 남지 않았어요..? 아직 내이름 제대로 부르지 못했잖아요..

그래요..아직 당신 말대로..아직..나 결혼한것 조차도 못봤잖아.. 어덕해요..이젠..

나..이젠 누구한테 용서를 빌면서 살까요..? 하늘로 간 당신한테..미안하면서 하늘을 보면서 그렇게 빌어야 하나요.?

아님...당신의 무덤으로 찾아가 사죄한다고 절이라도 하면 용서가 될까요..?

아니면..당신이 좋아하는 고기를 사들고 가서 그걸 주면셔 미안하다고 용서를 빌어야 할까요..?

나..이젠 어떡할까요...? 왜그렇게 가버렸어요..그냥..나한테 귓뜸이라도 해주죠..

나..내일 갈것 같다..그러니 용서를 빌어라..이런말이라도 해주고 가죠...

그렇게 .. 그전날까지 나한테 웃어주면 어떡해요..그럼..나는 뭐가 되는 건가요..

그래요...나.. 겉으로는 그렇게 당신한테 무뚝뚝하고 퉁명스럽게 굴어도 당신 항상 걱정했어요..

다리에 힘이없어 잘 넘어지는 당신이 걱정이 되었고... 치매라는 모진 병에 걸려서 길을 잘 잃어버리는 당신이 너무 걱정이 되었어요...

그리고...지금와서 하는 말인데..나..당신 정말로 존중했었어요..

미안한것도 많았고..그런데 차마 미안하단말은 나오지도 않았고..나중에 크면 맛있는 요리도 해주고 싶었는데..아직 내 나이가 너무 어려서 그런거는 못해주니깐 아껴 놨던 것도 많았고..

나랑 결혼하는 남자도 보여주고 싶었고..결혼해서 내가 낳은 자식들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젠 어떡해 하죠..? 나한테 그렇게 모진말을 하면서도 가끔씩 나의 친구가 되어주던 당신이 이젠 없네요..

정신을 차려보고 이젠 어느새 어른이 다 되어 가는데도...당신은 내곁에 없네요..

이년이란 시간...정말로 빨리도 가네요...

문득문득 지나가는 할아버지들을 보면..당신이 생각 나네요...

 

내가 너무나도 미안해서 못불렀던 그이름... 그리고..내가 정말로 좋아했던 그이름...

할아버지..너무 보고싶고..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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