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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동 벼룩시장 - 사대문 내에 난전을 허하라

박병은 |2008.04.24 06:02
조회 111 |추천 0

 

080419 황학동 벼룩시장

 

 

 

새로 이사한 집에 오래된 라디오랑 시계를 놓고 싶어서 문득 황학동 벼룩시장을 침공했다.

 

 

이곳에 있던 대부분의 노점상들이

 

2003년 7월, 이명박 당시 서울 시장의 '청계천 복원계획'으로 인해

 

동대문 운동장으로 이전 당했고

 

2008년 4월, 오세훈 현 서울 시장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 파크 계획'으로 인해

 

또 다시 신설동으로 이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지라,

 

사실은

 

조금 더 꾸물대다간  황학동에서 주상복합건물만 보게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급하게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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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동 벼룩시장. 일명 도깨비시장

 

신당역 11번 출구에서 홍렬이를 만나서

 

청계천 쪽으로 조금 걷다보니

 

온갖 물건들이 뒤섞여 있지만 사실 그 속에 엄연한 어떤 질서가 있을 듯한 가게들이

 

오밀조밀 모여있었다.

 

어디가 벼룩시장의 입구랄 것도 없이 시작되어버린 난전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빈티지'한' 라디오가 아니라 빈티지 라디오가 갖고 싶었던 내겐 라디오 가게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이팟 터치가 아닌 아이와 카세트 플레이어가 여전히 대표선수로 진열장에 자리잡고 있는 곳.

 

(홍렬이의 말에 따르면) 점점 늙은이 취향으로 변해가는 나는

 

새끈한 애플스토어보다는 나이테가 느껴지는 황학동의 가게들이 더 좋더라.

 

 

 

 

세고비아, 팬더, 가끔은 깁슨의 손때묻은 통기타, 클래식기타, 오베이션도 좋지만

 

여기저기 널부러져있는 신서와 아코디언들이 눈길을 끈다.

 

 

운 좋으면

 

단돈 몇 만원에 보물같은 물건을 얻을수 있는 푸근함이 아니라

 

물건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단순히 낡은 물건을 바가지 쓰기 십상인 도도함이

 

벼룩시장의 매력이라는 촌스러운 생각을,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정도만 팔아넘기면

 

침대에서 간장게장까지 모든 걸 방안에서 (가격비교까지 제공받으며) 편하게 구입할 수 있는

 

이 좋은 세월 속에서 곱씹고 말았다.

 

 

 

 

짧막한 골목을 지나면서 현관문 열쇠를 2개 복사하고선

 

성동기계공고를 끼고 큰길로 돌아나가니

 

그야말로 모든 종류의 신발들이 보인다.

 

"어이, 이번주에 당신 예비군 훈련 있어, 3년차 아저씨." 라고 말하는 듯한

 

생고무 냄새 심한 저 군화들이

 

문득 잊고 있던 내 나이를 상기시킨다.

 

 

 

 

 

 

다듬어지는 과정이 보이는 곡/견과류를 볼 수 있는 시장 골목이

 

한달 반의 미국 일주 동안 한번도 맥도날드에 들르지 않는 식성을 가진

 

나의 발목을 붙잡는 건 당연한 얘기.

 

 

 

각종 야채, 파전, 순대국, '개'다리까지 웬만한 먹거리들을 다 볼 수 있는 중앙시장 옆 골목에 자리잡은

 

약재가게. (어째서 이름이 ~물산 인게지 ;)

 

사진을 보자니 건강검진 결과로 나를 깜짝 놀라게 한 매형이 떠오른다.

 

아무래도 우리집으로 한달간 전지훈련하며 토종 한국식 체질로 개선하시길 권한다.

 

 

 

 

빈통들일거야. 아무렴.;

 

어쩌면 저 가게 덕분에 벼룩시장이 완전 철거를 당하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식은땀이 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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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밤이었나,

 

그닥 즐겨보지 않는 드라마 <이산>을 무심코 틀어놓고

 

지난 주말 황학동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공교롭게도

 

이산이 금난전권(禁亂廛權)을 폐지하면서 나라가 발칵 뒤집히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서울 시장님들이시어,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사대문 내에 난전을 허하여 주시옵소서.

 

아니면 <이산>이라도 시청하시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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