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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정민희 |2008.04.25 19:39
조회 59 |추천 0


 

 

어느 날, A라는 친구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긴급상황"이라고 외친다.

"너 요즘 만나는 그 남자 말이야.." 친구 A의 A급 정보망에 의하면,

그 남자가 모 대기업에 다니는 것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침착하게 친구의 말을 다 들은 뒤,

알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A는 그들이 헤어질 거라고 확신했지만,

그들은 그 후로도 1년이나 더 만났다.

 

1년 뒤 그들이 헤어졌던 건, 남자의 거짓말 때문이 아니라

그 남자가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 말 한 마디만 해주면 떠나지 않겠다고 달래봤지만,

그의 입은 핵융합로처럼 굳게 닫혀있었다.

결국 그녀는 그를 떠났고, 그녀의 친구들은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뒤늦긴 했지만 정말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그녀를 위로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 달쯤 지났을 때였다.

멈출 수 없는 그의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던 그녀는

발신번호를 숨긴 채 그에게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다.

세 번의 신호음 뒤, 수화기 너머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 쪽에서도 수화기를 든 채 그녀의 숨소리를 듣기만 했다.

이제 그 침묵은 하나의 말이 되어있었다.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어'라는 하지 못한 말.

그렇게 2분쯤 지났을까? 결국은 남자 쪽에서 입을 열더니

나지막하게 상대편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소연이니?"

그 순간, 그녀는 숨소리 내는 것을 멈췄다.

그것은 그녀의 이름이 아니었으니까.

 

놀라운 이야기였지만, 그로부터 다시 한 달 뒤 그들은 재결합했다.

이 모든 게 앞뒤 안 가리는 사랑의 맹목성 대문이라고

사람들은 얘기하겠지만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은 문제다.

어떤 사람들은 실수로 길을 잘못 들지만,

어떤 사람들은 알면서도 그 길을 가기도 한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어도...

 

 

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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