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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 않는 구두

이소라 |2008.04.27 14:57
조회 70 |추천 0


당신과 그렇게 다툰 후에 집을 나서는데...
한 골목 어귀에서 조그만 여자아이가 엄마의 뾰족구두를 몰래 신고 나와 뒤뚱거리며 걷고 있는 걸 보았어요. 그 아이는 한눈에 보기에도 위태롭고 힘겨운 걸음을 걷고 있었어요. 금방이라도 쓰러질 거 같은 아이가 안쓰러워 옆에 가서 손을 잡아주며 물었어요.

 

“ 얘야. 왜 그렇게 너에게 맞지 않는 구두를 신고 있니? ”
“ 이건 엄마의 구두에요. 엄마가 이 구두를 신고 사람들 앞에 걸을 때면 사람들은 늘 감탄을 하곤 했어요. 엄마는 이제 이 구두를 신지 못하니까 제가 신고 있는 거 에요.”

 

“왜 엄마가 그 구두를 못 신지? ”
“ 엄마는 지금 몸은 땅에 뉘이고 영혼은 하늘나라 여행 중이라 할머니가 그랬어요. 근데 할머니가 거짓말을 제게 했어요, ”
“ 거짓말? ”

아이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내게 말했습니다.

“ 쉿. 이건 비밀인데요. 엄마는 이 구두를 너무 좋아 했나 봐요. 구두를 신으면 구두 옆에 있는 엄마를 만나요.”

 

아이는 빙그레 웃으며 한손으로 혹시라도 그 비밀이 새어 나갈까 입을 가리고는 말했습니다.

웃는 얼굴 이었지만 문득 시선이 아이의 발로 갔을 때. 맞지 않는 구두에 온통 벗겨지고 상처로 얼룩져 있는 아이의 발을 보았을 때. 아이에게 나는 다시 안타까운 마음에 물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 그렇게 까지 해서 엄마가 보고 싶니? 네 발이 상처투성이가 되도? ”
“ 정말 많이 아프긴 해요. 하지만 이런 아픔을 겪는 거 보다 엄마를 보지 못하는 일이 더 힘이 들어요. ”

 

덜컥 눈물이 나. 끝내 눈물 감추지 못하고 아이를 업어 집까지 바래다주고

문득 제게 있어 당신을 향한 사랑이 저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맞지 않는 구두에 발을 넣었을 때 구두 또한 힘들고 내 발이 아팠죠.
그러나 당신 또한 나라는 구두에 넘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며 여태컷 걸어왔죠.
아이가 내게 가르쳐준 말을 이제는 당신께 드리려고 해요.


"당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 힘이 드네요.

우리 계속 같이 걸어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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