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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

조우진 |2008.05.06 20:50
조회 42 |추천 0

귀가 멍멍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나이트클럽에서의 소음이 귀 언저리를

아직 맴돌고 있는중이다.

흔들리는 지하철안에서 바닥에 널려있는 신문을 잠시 바라본다.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기사들이 구깃구깃 접혀있다.

'저게 펴져있어도 달라질건 없겠지.'

 

덜컹덜컹 거리는 소음과 주변 소리를 살짝 마비시키는 귀,

맥주를 마신탓인지 거북하고도 울렁이는 뱃속,

동생은 가만히 이어폰을 꽂고 생각에 잠겨있다.

궂이 물어보고 싶지는 않다.

동생이 생각하고 있는걸 가끔은 나도 느낄 수 있으니까.

 

"How are you?"

"Great! what about you?"

"me too man! enjoy party~ did you find good girl?"

"haha, not yet. I'll start now. good luck"

 

훵한 지하철뒷켠엔 흑인 아주머니가 무언가를 먹고있다.

살짝 눈이 마주칠새라 다시 먹는일에 집중한다.

'제기랄 냄새하나는 끝장나는구나...'

갑자기 빗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어디서 물이 새는걸까? 아니 천장은 아니다.

뒷켠을 바라보는데, 힐끔 또 눈이 마주친다.

빗소리가 살짝 커지는 느낌이 든다.

 

인사와, 살짝의 농담. 이게 그들과 나누고있는 전부다.

똑같은 상황의 반복. 단조롭지만, 그게 날 지탱하고 있기도 하다.

적어도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친구를 만나고 헤어지고, 아쉬움을 전하고.

이미 익숙하지만, 언제나 힘들었다.

 

도대체 뭐지? 이 빗소리는...

이슬비나 봄비 이런게 아니다. 어디서 물이 새고 있는것도 아니다.

내 머릿속에서 울리고 있다는걸 방금 깨달았으니까.

하지만, 제대로 이어지질 않는다. 똑같은 빗소리의 반복.

 

아침 7시 20분. 핸드폰 알람소리가 지겹게 나를 깨운다.

이대로 누워서 몇번 학원을 빼먹은적도 있다.

오후 1시. 무거운몸을 이끌고 일어나

집 뒷켠에서 담배를 하나물고 불을 붙인다.

물 한컵을 통째로 마셔버리지만, 속이 탄다.

무언가 해야, 아니 적어도 하고있다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는게...

두컵째를 그냥 비워버린다.

 

이 소리는... 마치 소나기 같다.

일정하지는 않지만, 소리를 잡아보려고 하면 바로 다음 소리에

묻혀버리는듯한, 왠만큼 내리지 않고선 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

서서히 소리가 내속에서 이어진다.

 

우리집 식사시간은 언제나 조용하다.

나는 신문을 접어서는 왼켠에두고 사설을 읽으며 밥을 먹는다.

어머니는 항상 자리에 앉는게 늦으시다.

동생도 졸린듯한 표정으로 음식을 즐기고있다.

그리고 아버지...

"우진아."

"네?"

"이번에 장학금 탔더라."

"아... 그거 뭐 반액인걸요."

"잘했어."

"예, 고마워요."

 

빗속의 풍경이 살며시 떠오른다.

흔들리는 나무, 쉴새없이 우산을 때리는 빗소리,

어두컴컴한 하늘...

 

그녀는 전화속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날 붙잡고 있었다.

"오빠, 다시 한번 생각해봐."

"미안해, 이게 우리에게 좋을거 같아,

눈물이 턱을타고 내려와 신발등에 떨어진다.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눈치챘을까?

다시 돌아가면 웃으면서 봤으면 좋겠다."

 

지하철 문이 열리고, 나와 동생은 말없이 내린다.

뒷켠 아주머니는 어디서 내렸던걸까.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걸어가면서 한마디 건넨다.

"힘들다." "응"

머릿속의 빗소리가 멈추질 않는다...

 

넌, 이 소리를 알고있을까?

이렇게 비를 맞고 있으면 널 다시 볼 수 있을까?

수천번은 되뇌었을 물음을 또 자신에게 물어본다.

"잘하고 있는걸까?"

 

비는 그칠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축축한 비내음이 폐속으로 밀려들어온다.

하얀 담배연기...

피다만 담배를 빗속으로 던져버린다.

 

Rain - Ryuichi Sakamoto

2주전 강렬하게 내 머리를 때리던 빗소리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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