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여행이 엉터리였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여행을 망친 나 자신을 원망했다. 하지만 엉터리 여행이라 해도,
이 여행에서 값진 것을 상당히 많이 얻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여행 전부터 허풍을 떨던 것도 나,
아무도 없는 비 오는 거리에서 소리치던 것도 나였다.
액상 프로방스로 가는 길에서 눈물을 보였던 것도 나였다.
배고팠던 것도 나, 나름대로 아껴 쓰다가
오늘 갑자기 남은 돈을 마구 쓴 것도 나였다.
그리고, 지중해를 붉게 물들이며
타들어 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미소짓던 것도 나였다.
여행 내내 행복했던 그 사람역시, 나였다.
난 광대였고 사색가였으며 로맨티스트였다.
망나니이기도 하고 수줍은 소년이기도 했다가
가장 불행한 사람과 가장 행복한 사람 사이를 오고 갔다.
내 안에 이렇게수많은 모습의 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다.
나쁜 여행 / 이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