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When Harry Met Sally..., 1989)
아이고. 내가 영어공부를 하려고 영화를 찾았다.
완전히 외워버린 영화라면 내가 영어 공부를 하기 더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미리 머리속으로 묘자리를 하나 봐두고는 폭삭 관에 누워버린 꼴이 되었다.
많이 본 영화는 그만큼 내가 더 좋아하는 영화라는 사실을 잊은거다.;;
공부는 커녕 영화를 다시 해부하고 말았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한때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초 히트했다.
내가 3살때 개봉했던 영화지만, 이 영화는 한 댄스가수에 의해 유행가가 될 정도로 신선했고,
(가끔 따라부른다. "해리가 셀리를 만났을 때 우리의 사랑도 영원하단 걸..어쩌구..~)
주말의 명화에서 혹은 케이블 TV의 우려먹기 방영 프로그램으로 많이도 봤다.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는 이 영화. 그 이유는 간단하다.
화성남자 금성여자 얘기는 변하질 않기 때문이다.
사회의 혁신적인 개방과 디지털의 이분법적인 사고가 우리를 뒤덮는다고, 학벌 높은 양반께서 아무리 떠들어 봤자 남 여 사이의 상열지사가 어찌 변하리오.
서로를 앞에 두고는 서로 다른 흔해 빠진 생각을 하는 그대는 남자고 또한 여자인데 말이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정석과도 같은 플롯을 가진 이 영화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의 대화에 있다.
한 마디를 주고받지만, 그들 머리 속 뇌세포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꼬여 온다. 생각하는 방향과 의도가 엇나가다 보니 서로 다른 마음을 품는 거다. 두 익살파(?)배우‘빌리 크리스탈’과 맥 라이언의 리얼한 표정에서 배꼽을 잡을 수밖에 없다. 공감을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애타고 가슴시리며, 화를 내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생중계를 보는 것이다.
남자인 친구보다 여자인 친구가 많다는 의미는 여자를 여자가 아닌(?) 친구로서 알게 된다는 의미심장한 말이다. 가끔은 스트레스 받는다. 답답하니까. 그렇지만, 조금만 느긋하게 생각하면 평온하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고르는데 그녀들은 좀 더 신중할 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녀들은 내가 맡는 표정에서 향의 깊이를 살피며, 내 반응에서 물의 온도를 살핀다. 그것이 완전하게 조화되기를 바라는 그녀들만의 감성이 숨어있다. 그 세심함에 조금의 감탄을 해주고, 그 감성에 조금의 미소를 보여준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현실의 남과 여는 그 앙상블을 가지기 힘들다.
샐리가 해리의 눈을 처다 본다.
그럼 해리가 샐리에게 따듯한 웃음을 보낸다.
샐리는‘이 녀석 어느새 주름살이 많이 늘었네.’라고 생각한다.
샐리는 측은한 눈으로 사랑스런 해리를 바라본다.
그렇지만 해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참 예쁜데 말야. 왜 자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지?’
알면 알수록 재밌다. 남과 여.
알면 알수록 재밌다. 해리와 샐리.
영어 공부는 다음 기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