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진 : 오늘 대통령 가족들이랑 식사 했다며? 근데 얼굴이 왜 그래?
분위기 별로 안좋았어?
관필 : 아니, 그 반대야. 분위기 너무 좋았어. 다들 꽃님이한테
잘해주시더라.
영진 : 근데?
관필 : 다같이 웃고 떠드는걸 보면서 저게 진짜 가족인데, 저게 진짜
꽃님이가 누려야될 가족인데, 왠지 내가 막고 서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난 말이다, 항상 머리로 마음을 이기면서 살아왔어.
그래서 은영이한테도 마음 한번 내보인적 없었고, 그래서 꽃님이도
맡아 키우겠다고 결심까지 할수 있었어. 그래서 다시 내가 대통령
가족에게 돌아올수도 있었고.
영진 : 그런데?
관필 : 그런데 자꾸만 마음이 움직여. 마음이 움직이니까 내가 힘이 드네.
영진 : 꽃님이 보내고싶지 않은거면 보내지마. 꽃님이한테 아빠는 너고,
너 그런 결정할 권리 충분히 있어.
관필 : 경호관이 되기전에 심하게 아팠던적이 있었어. 꼬박 사흘 밤낮을
시체처럼 앓다가 일어났더니, 꽃님이 혼자 사흘 밤낮을 물만 먹어가면서
그렇게 강아지 새끼처럼 내옆에 꼭 붙어있는거야. 순간 겁이 덜컥 나더라.
정말로 내가 잘못 되기라도 하면 꽃님이 혼자 세상에 남겨지게 되는건데,
그러면 또다시 보육원에 보내지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 상처가 꽃님이한테
얼마나 큰건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아는데... 천천히... 좀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그러면 보낼수도 있지 않을까, 내 머리에선 그렇게 생각하며
돌아왔는데, 막상 현실로 닥치니까 자꾸만 내 마음이 그걸 막네... 보내면
내가 죽어버릴거 같아...
영진 : 꽃님이... 니 딸이야. 니가 가슴으로 키운 니 진짜 딸이야. 앞으로도
그렇게 키우면 돼.
관필 : 그게 정말 꽃님이를 위한건지, 아니면 내 욕심인지 알수가 없어.
그래서 너무 괴로워.
영진 : 어디에 있느냐보다 더 중요한건, 누구와 있느냐, 아닐까? 나한테
경호실은 언제나 하나의 상징이였어. 이런 구질구질한데서 도망칠수 있는
목표였고, 날 출세시켜줄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였어. 근데 지금 나한테
경호실은 달라. 표과장님이 계시고, 좋은 선배님들과 그리고 유관필 너를
포함한 동기들이 생겼어. 청와대 경호실이래서 좋은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있어서 좋은거야. 무슨 뜻인지 알겠냐?
관필 : 알아. 무슨 말인지 너무 잘알아.
영진 : 됐어, 그럼.
관필 : 말이 너무 길어졌다, 그만 일어나자.
영진 : 근데 말이야 너... 아직 나한테 대답 안한거 있어.
( 너한테 나는 어떤 사람인거냐... 어떤 의미야... )
관필 : 어떤 대답을 하든 후회하게 될거야. 말이라는게 그래, 한번 잘못
말해버리고 나면 주워 담을수도 없을뿐더러 말을 해버리는 순간 더이상
움직일수 없는 사실이 되버리거든.
영진 : 그래서 묻어둔 말이 얼마나 되는거냐? 그런 얘기 다 가슴에
담아두고 무거워서 어떻게 살어? 안힘들어?
관필 : 누군가를 잃는거 보다는 그래도 그게 나아.
영진 : 그래두 말도 못한채 후회하는것 보단, 상처가 되더라도 말을 하고
후회하는 편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그래야 그 다음 한걸음 나아갈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