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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땅의 젊은이들에게 올리는 글 ** [아고라펌]

김주희 |2008.05.29 13:38
조회 51 |추천 5
87년 6월, 현장에 있었던 어느 중년입니다.  (아고라 태돌님 글)


저는 40대 중반의 평범한 시민입니다.
가끔 변변히 해놓은 일도 없이 어느새 중년의 나이가 되었나
스스로 한심스러울 때도 있는 그런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래도 저에게는 제 자신에 대한 한 가지 자부심이 있습니다.
제 미력한 힘이 내 조국에 도움이 되었다는 그런 자부심입니다.
가끔씩 내 스스로 속물이 되어가고 젊은 날의 그 열정을 잊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괴감이 들 때도 내 자신을 지탱하는 힘은 바로 이 자부심이었습니다.
이 자부심이 어디에서 유래했을까요?



1987년 6월, 저는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종로와 서울역에서 최루탄 가스 맡아가면서 목청껏 "호헌철폐"와 "독재타도"를 외쳤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물태우의 항복선언(6.29선언)과 이 땅의 민주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이 투쟁과 승리의 경험이 제 인생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미는 제법 큽니다.

가끔씩 요새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하고 거칠것 없는 언행들을 보면서
부러울 때도 있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니들이 이렇게 자유롭게 살고 있는 것은 다 나같은 선배들의 투쟁때문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대견해 하기도 합니다.



만약 제가 그 때 그 현장에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군사정권이 잘못되었다고 생각은 하지만, 집에서 TV나 보고 앉아 있었다면
제 지금 모습이 어땠을까요?
타고난 천성과 능력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서 생활형편이 지금보다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겠지만,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혹시나 자식 놈이 커서 "아빠는 그때 뭐했어요?"라고 물어보는 일이
생길까봐 마음 한 구석에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겠지요...

그러나 저는 그 때 그 자리에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지난 대선 때 저런 사람은 대통령이 되면 안된다고
당당히 아들 놈에게 얘기할 수 있었습니다.


절대 대통령이 되서는 안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날 밤에
저는 혼자서 방에 들어가서 통곡을 하고 울었습니다.
왜 눈물이 났을까요?

명박이의 본질과 정체에 대해서는 그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명박이에 대한 분노 때문에 눈물이 나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날 밤 통곡끝에, 오래전부터 망설여 오던 생각을 확실이 굳혔습니다.
이 나라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나라에서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는 국민들과
같이 살아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내 아들과 딸에게 올바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설명할 재간이 없었습니다.

틈만 나면 이민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미친소 사건이 터졌습니다.
몇날 며칠을 아고라에서 살았습니다. 많이 울고 많이 분노했습니다.

집회에 4번 정도 참여했습니다. 과거의 기억과 오늘의 현실이 오버랩되면서

흥분과 분노 슬픔이 어우러진 감정이 복받쳐 오르더군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국민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987년 6월의 감동을 재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가슴 속에서 움터옵니다.



오늘 드디어 장관고시가 결행될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는 이제까지와 달라져야 합니다.

숫자가 문제입니다. 천명과 만명이 다르고 만명과 10만명이 다릅니다.

그리고 10만명과 100만명이 다릅니다.

이 숫자를 여러분들이 채워 주셔야 합니다.



집회의 꽃은 젊은이들입니다.
왜냐하면 젊은이들은 순수하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면 생활에서 비롯되는 여러가지 감정들이 행동을 자꾸 제약하게 됩니다.

순수하다는 것은 순진하다는 것(바보같다는 것의 다른 표현)과 다릅니다.
순진하다는 것은 자신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서 나태하다는 것에 대한 변명입니다.
순수한 사람은 진정으로 분노할 줄 압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지금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난 번 대선때 명박이를 찍었다는 사실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제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습니까?
이제 더 이상 무슨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이 나라,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바로 여러분들을 필요로 합니다.
아니 여러분들이 아니면 안됩니다.
제발 부탁합니다. 그냥 나와만 주십시오.
나와서 자리만 지켜 주십시오.

집회를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시면, 저희 선배들이 다 알려 드리겠습니다.


나중에 자식 놈이 "아빠는 그때 뭐했어요?"라고 질문할 때
당당하게 자신의 위치를 얘기해 줄 수 있는 아빠, 엄마가 됩시다.

그런 질문이 나올까봐 전전긍긍하는 그런 부모가 되지 맙시다.


그럼 좀 있다가 광화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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