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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3공 VS 이명박의 5공

장용복 |2008.05.29 13:47
조회 106 |추천 0

박근혜의 3공 VS 이명박의 5공

관찰자 /2008. 5. 27/ 네이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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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국을 살펴보다 보니 참으로 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논조를 보면 어떻게든 보수세력의 헤게모니를 이명박으로부터 다시 박근혜 쪽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엿보이고, 동아일보 논조를 보면 정말 목숨걸고 '이명박 일병 지키기'에 올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렇게 보수세력 헤게모니 쟁탈전에 있어서는 사뭇 다른 논조를 유지하고 있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관련 보도에 있어서는 동일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다시말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 한미 FTA 반대 = 한미동맹 와해 = 친북좌파 배후조종'이라는 4단논법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3단논법도 논리적 오류와 과장왜곡이 극심한데 4단논법을 들고 나왔으니 과연 이를 수용할 국민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 언론 양쪽에서 잇따라 양심선언과 엇박자 논설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담당자들조차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미세한 차이가 엿보입니다. 동아일보 지면을 놓고 보면 마치 5공화국 말기 민주화운동이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던 상황에서 조선일보가 보여주었던 왜곡 편파보도를 고스란히 재연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고, 조선일보를 보면 보도는 하되 가급적 그 비중을 줄이면서 간간히 정부와 청와대의 정치부재와 무능을 탓하는 사설과 칼럼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5공화국 당시의 동아일보 보도와 비슷한 모습입니다.

 

또한, '뉴라이트 교과서 출판기념회'에 박근혜가 참석하여 발언한 내용을 조선일보는 부각시키고 있는 반면, 동아일보는 비중있게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보수대연합' 구도가 탄력을 받으면 조선일보와 박근혜의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현재의 '실용-경제 살기 정부' VS '진보-무능 정치세력' 구도를 그대로 끌고가겠다는 이야기지요. 이거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그림입니다.

 

묘하게도 현재 박근혜가 말하고 있는 것들은 3공화국 시절의 박정희를 연상시키고, 이명박이 하고 있는 일들은 5공화국 시절의 전두환을 연상시킵니다. '서민', '민심', '국가', '화합', '희망', '원칙' 등의 단어를 가장 즐겨 사용한 사람이 박정희였고, 이것이 당시 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는데 현재 박근혜가 거의 동일한 워딩을 쓰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이명박은 어느 새 '백골단', '굴종친미', '언론통제', '인권탄압', '공안정국', '법치유린' 등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되어가고 있습니다. 재임기간 중 훈포상과 특별사면을 남발하며 말초적 혜택으로 민심을 되돌리겠다는 계산도 전두환과 똑같습니다.

 

이처럼 어느 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박근혜 VS 이명박' 싸움은 '3공화국 VS 5공화국' 구도로 재편되어 가고 있습니다. 더욱이 지금 박근혜를 통해 부활하고 있는 3공화국 이미지는 '애국애족', '협동단결', '서민중심', '국익외교' 등 대부분 긍정적인 형태를 띄고 있고, 이명박을 통해 부활하고 있는 5공화국 이미지는 '안가정치', '공권력 의존', '측근정치', '언론통제', '보스정치' 등 부정적인 형태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광화문과 청계천에 모여든 서민들을 강경진압 함으로써 5공화국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확대 재생산 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6월 변란설'이 물밑에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박근혜, 이명박과 더불어 보수세력의 또다른 한 축을 형성했던 이회창이 돌연 문국현과 합쳐버렸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선진당은 창당명분과 정체성을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내용만 놓고보자면 선진당이 창조한국당을 이용하는 형국이지만 실질에 있어서는 문국현이 이회창을 농락했다고 보는 쪽이 정확할 것입니다.

 

언론에서는 문국현을 진보좌파의 거두로 이미지 메이킹 하고 있지만 실질에 있어서는 'CEO출신이면서 이명박보다 조금 개혁적 인물' 정도가 정확할 것입니다. 그러니 문국현 입장에서는 이회창과 합치더라도 타격이 그리 크지 않지만 이회창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번 이회창의 결정을 보니 왜 그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두번의 싸움(1997년, 2002년)에서 연달아 패배했는지 그 원인을 극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좁은 시야'와 '시대적 패러다임 외면' 때문이지요. 

 

이에 따라 이명박과 갈등구조를 빚어온 '보수세력 비주류'가 박근혜-이회창 양강구도에서 박근혜 유일 구도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는 반독재 민주화 세력이 양김씨로 분산되어 있다가 3당합당으로 김대중이 유일 대안으로 자리매김한 것과 동일한 이치 입니다. 김영삼이 여당으로 투항하여 자신의 지분을 김대중에게 헌납했기에 김대중이 훗날 그 지분을 일부를 김종필에게 나눠줄 수 있는 여지가 생겼던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이제 박근혜가 유일한 대안으로 자리매김 된 만큼 최근까지 이회창이 갖고 있던 지분도 고스란히 박근혜의 몫이 되었고 향후 정계개편이 벌어질 때에 유용하게 쓰일 것입니다.

 

박근혜가 '뉴라이트 역사교과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것을 두고도 정가의 관심이 비상합니다. '촛불집회'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고, 이명박 정부가 5공화국의 구태와 부도덕함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편지풍파를 일으키냐며 안타까워하는 분들도 많은 모양입니다. 일각에서는 캠프 사령관이었던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이 출판했기 때문에 도의상 참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박근혜는 지금이야말로 자신이 범보수세력 대연합의 유일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조선일보와 보수 지식인들에게 "나도 태도를 분명히 할테니 당신들도 태도를 분명히 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 5년 가까이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지금은 전체 국민을 상대로 하는 캠페인보다는 범보수세력을 상대로 하는 명분쌓기와 캠페인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았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보수가 정권을 잡았던 때를 1공화국(이승만), 3공화국(박정희), 4공화국(박정희), 5공화국(전두환), 6공화국(노태우), 문민정부(김영삼)로 나눠서 생각하면 보수성향 유권자들이 가장 큰 향수를 느끼고 있는 시절은 제3공화국이고, 그 다음이 제5공화국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보수 헤게모니 쟁탈전이 3공화국 VS 5공화국이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흐름입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현재 대한민국이 처해있는 상황은 5공화국 초가 아닌 3공화국 초에 훨씬 더 가까운 상황입니다.

 

박정희가 정권을 잡았던 시절이야말로 정치권의 무능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고, 국제정세 또한 베트남전쟁, 쿠바위기, 미소냉전, 중동전쟁 등 위기국면이 끊이지 않았던 상황이었습니다. 거기에 국가정통성과 외교명분을 둘러싼 북한 김일성과의 체제경쟁도 치열했습니다. 그 위기를 박정희는 협력단결과 국익외교를 통해 바닥민심을 확실하게 잡는 전략으로 정면 돌파했습니다. 특히, 정적들에 대해서도 견제와 숙청보다는 회유와 설득으로 정치적 명분까지 장악해나갔습니다. 김영삼-김대중-이철승의 '40대 기수론'이 60년대말 70년대초에 불거진 것도 그만큼 야당 지도부가 박정희의 회유에 대책없이 무너졌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박정희는 일반대중을 핍박하고 억압하는 일을 극도로 자제했습니다.

 

그러나 전두환의 경우는 상당히 다릅니다. '광주항쟁 진압', '삼청교육대', '공안정국' 등에서 나타나듯이 일반대중을 향해 무자비한 핍박과 억압을 자행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정권을 7년간 지켜낼 수 있었던 이유는 상당부분 '행운'에 기인합니다. 첫째, 김재일-함병춘-이범석-서석준-노신영 등 유능한 참모를 두었기 때문이고, 둘째,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3저(저유가, 저금리, 저달러) 호황 기조가 집권기간 내내 유지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보스가 부도덕하고 무능한 상황에서도 관료들이 팔을 걷어붙였고, 국제정세마저 대단히 유리하게 돌아갔기 때문에 위기국면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이명박 정부가 처한 상황은 5공화국 초가 아닌 3공화국 초에 흡사합니다. 루즈벨트-트루먼-아이젠하워로 이어지는 강력한 카리스마의 리더십이 끝나고 80년대초 레이건이 등장하기까지 케네디-존슨-닉슨-포드-카터로 이어지는 '키리스마와 정통성의 부재' 시대가 계속되었듯이 부시 행정부가 레임덕에 빠져들었고, 차기를 노리는 매케인과 오바마 모두 미국민들로부터 큰 신뢰를 얻기 어려운 근본적인 한계점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의 리더십이 흔들린다는 것은 무역정책의 기조가 자유무역주의에서 보호무역주의로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오바마와 힐러리 모두가 한미 FTA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시대 흐름을 읽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박정희를 괴롭혔던 '에너지 불안, 금리 불안, 환율 불안'이 현재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명박이 진정 국민으로부터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 원한다면 위기극복 해법 또한 전두환이 아닌 박정희를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다시말해 국민화합을 이루고, 인재를 고루 등용하고, 강력한 국익중심 외교를 펼쳐야만 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명박은 전두환이 친미굴종으로 위기를 모면했던 방법을 고스란히 답습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전두환에게는 '3저 호황'과 '관료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깔려있었지만 이명박에게는 '3저 호황'이라는 인프라가 존재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가 관료를 신뢰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결과는 굳이 이후를 따지지 않더라도 너무나 자명합니다.

 

지금 보수진영은 대단한 위기의식에 봉착해있습니다. 상황만 놓고 보면 87년 6월항쟁이 발생했던 상황과 흡사합니다. 당시 보수 지식인과 조중동이 합심하여 전두환을 압박, 6.29선언을 끌어냄으로써 보수세력 헤게모니를 전두환으로부터 노태우&신주류로 넘겨주었기에 도리어 야권이 분열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보수진영이 처한 최대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또한 보수세력 헤게모니를 이명박으로부터 박근혜로 넘겨주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그나마 전두환과 노태우는 보수 엘리트 및 보수언론과 타협함으로써 스스로의 정치생명을 연장하는 쪽을 선택했지만 이명박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그렇게되면 결국 보수 엘리트 및 보수언론으로부터 버림받는 길 밖에는 없습니다.

 

과연 3공화국 향수를 등에 업은 박근혜와 5공화국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확대 생산하고 있는 이명박고의 싸움에서 누가 최종적으로 승리할까요? 그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 입니다.  

 

P.S. 친박연대 표적수사에 대해 이제 조선일보까지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이로서 명분싸움은 박근혜의 판정승으로 끝난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런데 검찰의 '잔머리'도 대단하군요. 표적수사에 대한 비난을 모면하기 위애 선택한 '균형 맞추기' 카드가 비례대표 2번 임두성 당선자인데, 많고 많은 사람들을 놔두고 왜 하필 박근혜와 각별한 임 당선자를 선택했을까요? 그러니 어용검찰, 정치검찰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15살 정도의 판단력만 갖고 있어도 뻔~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으니... 그나저나 언제부터 머리 좋기로 소문난 검찰의 지적수준이 이렇게까지 떨어진 것일까요? 혹시 사법고시 정원을 1,000명으로 늘려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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