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컷. 4 SEASON의 그녀들
뜨거운 햇빛, 많은 옷 가방, 하루종일 울리는 핸드폰..
"썸, 정우오빠 스케줄 몇시지?"
뒤적뒤적 큰 가방 속을 한참 뒤적이며 겨우 다이어리를 찾아 들고는..
"....정우? 아.. 6시 스튜디오.. 10시에 드라마 한씬.. 6시??? "
"ㅆ ㅓ ㅁ~~~~~ 썸!! 지금이 몇신줄 알아????!!!!!!!"
봄이 또 큰 소리를 냈다. 으윽..
"어쩌지? 어떻게 하지? 아앙~~ 어째...어째.."
방방거리는 그녀 어쩔 줄 몰라하며 차로 뛰기 시작한다.
"일단, 협찬 받은 옷가지고 먼저 스튜디오로 가요. 나머진 퀵으로 쏠게..
윤지랑 사계 스튜디오로 바로 보낼게!"
옷 가방 가득을 얼른 차에 싣다가 봄,
" 지금 가면 늦진 않을거니까. 괜히 과속말고 조심해서 가요~"
하며 씽긋 웃어주며 안절밸트까지 챙겨준다.
"으응.. 이따 통화해~ 수고해!"
지하 주차장을 급하게 빠져나가는 때묻지 않은 아이보리색 차..
봄이 차가 나가는걸 확인하고 얼른 전화기를 꺼낸다.
"겨울아, 지금 g스튜디오로 사계 데리고 넘어가.
정우 오빠꺼니까.. 스텐바이가방, 악세사리 그 쪽걸로 챙겨가..
썸 혼자 출발했으니까 빨리 가봐~"
여름의 시작을 막 알리는 것처럼 날씨는 아주 더웠고,
갑자기 길어진 해 덕분에 시간감각을 조금 떨어진거같다.
급하게 차를 몰고 갔던 그녀.. 한여름.
연예인들과 함께 일하는 스타일리스트이다.
허울 좋은 이 직업으로 오늘도 바쁜 모습으로 일터로 향하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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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볼륨을 높혀 노래 소리가 지하스튜디오를 넘어 일층부터 울렸다.
오늘도 정우가 먼저 도착한 모양이다.
옷 몇가지를 챙기고 스튜디오로 들어선 여름,
"실장님~ 오셨으면 저희 부르시죠. 차에서 더 챙겨올건 없어요?"
다행이 막내 사계와 윤지가 먼저 도착해 여름의 짐을 받았다.
항상 누구에게든지 살갑게 대하는 막내 사계..
큰 키에 모델같은 몸매, 개성있는 마스크.. 팀의 마스코트 스타일 걸이다.
"언니.. 오빠 샵 다녀왔다고 피팅 먼저하고 30분후에 촬영 들어간데요."
윤지.. 조용한 성격에 야무진 아이다.
사계보다 언니로 뭐든지 배우려고 하고 많이 노력하고 착실해서 예쁜..
"그래~ 준비 부탁해. 정우 어딨니?"
"저기 스튜디오 안쪽에.."
급하게 와 준비 중이었던지 윤지의 얼굴이 많이 상기되 있었고,
음악은 더 빠르고 시끄러운 곡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정우야~ 나 들어갈게."
컨셉 사진 설명을 듣는둥 마는둥 게임기에 정신 팔린 정우..
"어, 썸~~"
게임기를 휙 던져버리고는 여름의 팔짱을 끼면 착 달라붙는 녀석,
"그래~ 내가 좀 늦었지.. 오늘 컨셉 골랐어?"
"앙~~ 썸이 골라죠야징~ ㅎㅎ 누나만 기다리고 있어잖아요"
녀석의 필살기 눈웃음에 애교작전.
최정우, 최고의 미소년 스타로.. CF로 데뷔, 가수, 연기, 영화 등..
대한민국 여성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말 그대로 인기스타이다.
한 없이 순수해 아무것도 모를것 같은 요 녀석은 여우인게 분명하다.
여름은 항상 그렇게 생각한다.
매번 정우에게 말려들거나 장난에 넘어가니..
"또 놀리기는.. 정이사님 와 계셨네요. 요즘 바쁘시죠?"
"네, 조금요. 정우녀석 여름씨만 기다리고 있어서..
매번 번거롭게 해드리네요. 컨셉 사진 보여드릴게요."
"예.. 캐주얼, 정장, 무대복으로 일단 기본 세가지 정도 준비 되있고,
사진 보면서 디테일한거 정할게요."
30분 넘게 컨셉 이야기가 이어졌고, 피팅과 동시에 촬영이 시작되었다.
총 4벌의 옷이 픽스되었고, 촬영은 3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10시 드라마 촬영까지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징지징지징...'
"실장님, 전화왔어요."
"어.. 여보세.. 응.. 뭐? 또? 스텐바이 몇시야? 알았어."
무슨 급한 전화인지 여름은 다시 급하게 스튜디오를 나와 거리로 스며든다.
매번 있는 일이라며 혼자 중얼거리고 차의 속도를 올린다.
완전히 어두워진 거리에 차 불빛과 가로등이 환하게 보이며
퇴근 시간이 지나 올림대로는 조금 한산하게 느껴졌다.
5월의 끝 무렵, 아직 밤 바람이 조금 차가웠지만 깊게 차창을 내린 여름..
이 쪽일을 시작한게 벌써 7년을 넘기고 있었다.
쉼없이 달려온 시간이라고 해야될까.. 아니..
조금은 혼자 남몰래 쉬어온 시간이 길어 더 열심이 달렸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따라 여의도로 향하는 맘이 조금은 무겁다.
잠깐 신호에 걸려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며..
'뭘 신경쓰는건지.. 참..'
혼자 피식 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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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란이 어디있어? 옷 다 가져와."
가을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과 충혈된 눈으로 대기실 앞에 서 있고,
대기실 문을 열자 안은 온통 옷과 악세사리가 내동댕이쳐져있었다.
아무 말 없이 여름은 옷과 악세사리를 주웠다.
"가을아, 차실장 불러와. 그리고 다 나가있어."
여름이 차갑고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기실엔 여름이 맡은지 얼마 안된 신인 세란과 여름 둘 뿐이다.
세란을 맡기 시작하면서 스케줄이 있는 날이면 조용히 넘어 간 날이 없었다.
언제나 옷, 아니면 악세사리로 불만을 가지고 동생들을 못 살게 굴었다.
"나보다 한참 어리니까 지금부터 내가 말 놓을게."
세란은 이제 막 20살이 된 여자 연기자이다.
좀 괜찮은 기획사의 신인으로 잘 아는 매니저가 부탁을 해서 맡은 아이로,
남자를 주로 하던 여름이 억지로 떠맡은 일이었다.
"얘기하세요."
여름을 보지도 않고 화장을 고치며 뚝 내뱉는 세란의 말..
"옷이랑 악세사리가 맘에 안들면 너랑 나랑은 스타일이 안 맞는거야.
나 너같은 애랑 같이 일 안해. 너랑 맞는 스타일리스트 찾아봐.
그리고, 연.기.자. 는 연기가 제일 중요한거야!
얼굴, 옷, 악세사리? 이 철없는 아가씨야 그런건 나중에 찾는거야."
여름은 세란의 똑똑히 보면서 이리저리 고친 곳을 하나하나 집어가며..
"요기, 요기, 요기... 요즘 모니터하니까 티 많이 나더라.
특히, 가.슴. 그거 커버해주려고 이런 옷 스타일 찾는다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이 옷 입지! 이거까지만 해주는거야. 네 스.타.일.리.스.트."
"뭐...뭐라구..뭐라구요?! 차실장~ 차실장님 어딨어!!!!!!"
세란은 한 마디도 제대로 못하고 차실장만 소리치고 찾았다.
"가자, 가을아. 오늘부터 언니 이 일 안한다."
옷 하나만 던져주고는 여름은 가을과 가을 짐을 챙겼다.
"한실장! 한실장~ 저.. 여름씨~~"
뒤늦게 소식을 듣고 온 차실장이 여름을 애타게 불렀지만,
여름은 가을을 차에 태우고는..
"차실장님 죄송해요. 제가 이따 전화 드릴게요."
창 밖으로 손만 흔들고는 시원하게 방송국을 빠져나왔다.
보조 좌석의 가을은 작은 입을 꼭 다문채 꾸역꾸역 눈물을 참는듯했다.
나이는 여름보다 어리지만 야무지고 자존심 강한 당찬 가을..
"죄..송해요. 썸."
아무리 어려운 일을 시켜도, 힘든 스케줄을 가도 실수를 하거나,
지각 한번 없는 녀석인데.. 혼낼 일 없는 녀석을..
"야~ 내가 너랑 일하면 죄송하단말 첨 들어보는거같다!
녀석, 이런 일로 죄송은 무슨.. 앞으로는 참지마. 그런것들은 혼나야해~
너 울었냐??? 가을 공주가 왠일이야~ 에이.. 너 애들한테 이른다~"
"썸~~ 놀리지마요!!! 누가 울었다고.. 앞으로는 성질대로 한다. 내가.."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는 가을이..
"오~ 녀석 무서운데.. 이제 가을이답네!"
'띠띡.. '
"어, 애들 지금 끝났다네~ 밤 촬영 취소됐데.. 오늘 다 같이 술 한잔 할까?"
"낼 듀오 뮤비 촬영있잖아요!!"
"아잉~ 몰라몰라.. 딱 한잔만! 응?? 응?? 올만이잖아~ 가을아~앙~"
"어우~ 썸.. 그럼, 딱 한잔! ㅎㅎ"
"야호~ 애들 사무실 앞으로 집합하라고 해~ 모시러 간다공~"
이렇게 그녀들의 하루는 저물어간다.
그녀들이 4 SEASON의 모든 멤버들이다.
한여름.. 이 팀의 메인 실장으로 애칭이 썸머의 앞 글자로 썸이라 불리며,
정봄, 박가을 동갑내기로 팀의 준메인으로 여름의 오른팔, 왼팔인 셈..
정 많고 똑소리 나는 봄과 차갑고 도도한 가을공주,
말 없고 조용한 윤지와 톡톡튀는 매력의 발랄,깜찍 막내 사계까지
스타일리스트들의 일과 사랑, 우정까지 모두 이야기해줄 그녀들이다.
고된 일상의 연속과 힘든 작업, 어려운 경제적인 조건들이 많은 그녀들이 일터.
하지만, 각자 꿈 꾸는 무언가가 있는 한 그 자리를 지킬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