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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된 헤드 카피 정지훈 (the rain)

이상희 |2008.06.05 13:44
조회 145 |추천 2


 It’s Raining in Hollywood

 

할리우드에 ‘비’가 내린다”는 헤드카피는,

이제 희망사항이 아니라 현실이다.

 

정지훈은 늘 그래왔다

정지훈이 얼마나 노력파인지는 이미 잘 알려졌다.

그는 이른바 ‘성공’의 공식이 약간의 재능과 좀 더 많은 운,

그리고 비율로 따지면 99퍼센트 정도의 땀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외신 기자들이 정지훈에게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은 “(당신 같은 무명의 배우가) 어떻게 워쇼스키의 영화에 캐스팅됐는가?”였다.

답은 지극히 평범하다. 그는 오디션에 참가했을 뿐이다. “태조 역의 배우를 찾는 오디션이 있다는 소식에, 일단 내가 지금까지 활동했던 자료를 모아 테이프를 보냈다. 워쇼스키에게서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왔는데, 그 당시 투어 공연 중이었다. 밤새 비행기 타고 미국으로 날아가 딱 2시간 만나고 다시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라 망설였다. 순간 머리에서 번쩍 하더라. ‘너 제정신이야? 워쇼스키가 널 만나고 싶다는데. 안 간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웃음) 무조건 갔다.” 감독 앞에서 그는 언제나 그랬듯 솔직하게 말했다. “나는 잘할 수 있다. 당신들 마음에 들 거다. 이제 태조 역할을 위해 내가 뭘 하면 되나?” 정지훈은 그렇게 ‘태조’ 역할을 따냈다.

“메이저리그 4번 타석에 들어선 거다. 이제 치기만 하면 된다. 여기서 공을 못 치는 건 내게 말이 안 된다. 입에 떡을 넣어줬는데 씹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나?” 정지훈은 악착같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홈런이 터질 때까지 100번이라도 파울 볼을 치는 심정으로. “에 나오는 장면은 대부분 컴퓨터그래픽과 연기의 합성이다. 배우들은 거의 진짜처럼 만들어진 레이싱 카 세트에 앉아 연기를 하는데, 진동이 장난이 아니다. 30분만 앉아 있으면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나는 춤을 췄기 때문에 관절이 안 좋고, 고통이 더하다. 정말 허리가 작살 날 것 같았다. 통풍이 안 되는 레이싱 옷 속으로 땀이 뚝뚝 떨어진다. 다른 배우들은 30분 정도 하면 옷도 좀 벗고, 밖에 나가서 담배도 한 대 피우고 쉬었다. 난 괜찮다고 했다. 감독이 좀 쉬라고 해도 괜찮다며 다음 신 촬영 때까지 그 안에 앉아 있었다.” 어떤 감독이 이런 배우를 예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워쇼스키 형제가 정지훈에게 반한 것이 십분 이해가 된다. 그런 악바리 근성은 결국 그에게 주연이라는 기회로 돌아왔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항상 그랬다. 내가 솔로 가수로 데뷔할 때부터. ‘정지훈이, 비가 과연 뜰 수 있겠어?’ 연기를 시작할 때는 ‘걔가 연기를 어떻게 해?’ 미국 진출할 때는 ‘미국을 아무나 가?’ 이렇게들 말했다. 일단 나는 보여줬다. 노래를 하고, 연기를 하고, 미국 진출을 했다. 그렇게 다 하고 났더니 ‘걔는 다 좋은데 얼굴이 너무 못생겼다’고 하더라. 얼굴은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웃음) 늘 그래왔지만, 내가 기대를 받은 만큼 보여주면 다른 사람들도 (폄훼하는 기사를) 신경 쓰지 않는다. 기대를 받았는데, 내가 그만큼 결과를 안 보여주면 그건 배신이다. 그러니 나는 쉴 수가 없다.”

 

 “난 최선을 다했다. 여기서 고꾸라져도 후회는 없다. 사람들은 자기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쉽게 잊는다. 난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이 내 인생의 활력이다. 만약 나에게 이 일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다른 일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일이 좋다면, 내가 아무리 바닥으로 떨어져도 언제든지 다시 백댄서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내가 욕심이 조금 많다. 안 되더라도 해보자는 식의 오기 같은 힘도 있고. 일단 하는 거다. ‘하다가 안 되면 말지’라는 심정으로.(웃음)” 그리곤 마치 어제 일을 떠올리는 것처럼 말을 이었다.

 

“나는 바닥이 무엇인지 안다. 말 그대로 돈이 없어서 5일을 굶어 봤다. 그때 그 일 때문인지 지금도 식탐이 많다.(웃음) 내가 성공하면 나중에 가족들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토할 때까지 사줄 거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연습생 시절에, (박)진영이 형이 일주일에 딱 하루 중국집에서 회식을 시켜줬다. 목구멍까지 꽉 찼는데, 눈앞에 음식이 너무 많이 남았더라. 그래서 화장실 가서 토하고 와서 또 먹었다. 그 하루가 지나면 못 먹을 테니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내 바람은 내 동생을 남부럽지 않게 잘 키우는 거고, 우리 아버지께 좋은 차, 좋은 옷 사드리는 거다. 인생 참 짧지 않나? 내가 살면서 가장 큰 한이… 우리 엄마 병원에 입원했을 때… 정말 입원비가 없어서 돌아가신 거니까. 진통제 주사 한 번 놔드릴 돈이 없었다. 피 눈물 흘리면서 절대 쉬지 않겠다고 했다. 그땐 병원, 의사들 참 싫었다. 어린 마음에 ‘의사라면 돈도 많을 텐데, 사람이 그렇게 아프다고 부탁하는데, 진통제 한 대 못 놔줄까. 내가 분명히 갚는다고 했는데’ 이런 생각을 했다. 뭐 지금 와서 의사들 탓을 하는 건 아니고, 아무튼 정말 냉혹한 세상이었다. 세상이 모두 나를 외면하는 것 같았다. 넌 못생겨서 안 돼, 너는 (유)승준이 형이나 강타 형 같은 눈빛이 없어서 안 돼…. 한 발짝 뒤가 낭떠러지였다. 10여 년 전의 일이라고? 난 아직도 그때의 꿈을 꾼다. 돈 때문에 사랑받는 사람이 고통당하는 걸 본 사람은 그 절박함을 잊을 수 없다. 나이 많은데 영어 공부 어렵지 않느냐고? 진영이 형이 고3 때 대학 못가면 앨범 안 내준다고 해서, 수능 150점을 석 달 만에 310점으로 끌어올려서 대학 갔다. 영어 공부 어렵지만, 그때 생각하면 못하겠다는 소리 안 나온다. 만약에 못하겠다고 하면, 그건 배에 기름이 꼈다는 소리겠지.(웃음)”

 

그가 때론 말을 못 이으며, 때로는 눈물을 글썽이며, 때로는 헛헛하게 웃으며 말을 잇는 동안,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정지훈은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 그는 늘 꿈꾸고, 꿈을 위해 모든 걸 걸고, 그걸 현실로 이루면 또 꿈을 꾸는 사람이다. 정지훈에겐 또 다른 꿈이 생겼다. “내가 주연한 영화가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하는 게 꿈이다. 그래서 미국 공항에 내렸을 때, 직원들이 내 얼굴을 보고 아무 말 없이 VIP 통로로 안내하는 것.(웃음) 내년쯤엔 이뤘으면 좋겠는데, 될까? 그걸 이루면 더 앞으로 가려고 할 거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인터뷰를 마칠 때 즈음, 그의 손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빨갛고 동그란 원처럼 보이는 흔적이 무엇인지 묻자 정지훈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피가 배어 올라온 굳은살이다. 트레이너가 의 배우들을 훈련시킨 팀이다. 에서 본 것 같은 몸을 만들기 위해선 일반 웨이트 트레이닝으로는 안 된다. 실제로 통나무를 지고, 밧줄을 타고, 암벽을 올라야 만들어진다. 삼청교육대가 따로 없다. 매일 토한다.” 그는 급히 노트북을 가져와 몸의 변화를 보여줬다. 점점 칼로 깎아놓은 것 같은 근육질로 변해가는 정지훈의 몸. 정지훈은 항상 변한다. 동시에 그는 전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지훈의 ‘내일’은 항상 기대된다. 지금까지 말했다시피, 그는 결코 기대를 배신하는 사람이 아니다.

 

 

* 기사제공_SCREEN M&B/ text_박혜은 /photo_정명균


 

* 구성_네이버영화

추천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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