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저 또한 오늘 촛불집회를 잠시 나왔다가 '집안의 거센 반대'라는 직격탄을 맞고 일치감치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한 고3 학생입니다.
(시위하시던 분들... 혹시 전화기에다 대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한 남학생을 보신적 있으신가요?ㅎㅎ)
부모님은 저에게 "이, XX놈! 니가 지금 거기 가있을 군번이냐!"라고 하셨지요. 그리고 저는 부모님에게 "일단 부모님 걱정은 이해하니까 지금 돌아가겠지만, 저는 절대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라고 답변했지요.
결국은 간 지 3시간 만에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지금 버스 안에서 잠을 너무 많이 잔지라 아직도 잠을 자지 않고 이 늦은 밤까지 인터넷을 하고 있는데요...
역시나 고3이라는 거... 확실히 공부에 열심히 매진해야 하는 때가 맞습니다. 그리고 여러 분들이 앞에서 지적해주신 바와 같이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지식인이 되어서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더 낫다 라는 것... 그것도 맞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된 것은...
'우리는 무엇을 향하여 흘러가며, 또 무엇을 위하여 흘러가는가?'
에 대한 답변입니다.
앞에서 분명히 고3들은 공부해야한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러나, 그 고3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깨어있는 고3'입니다. 이 시대를 향한 뜨거운 열정을 가진, 그리고 이 나라를 사랑하는 진취적이고 창조적인 태도를 가진 그런 사람들... 즉 고3 이 그런 사람들이라는 것을 어디까지나 전제한 말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현재의 고3들, 특히나 딱 꼬집어서 말하면 현재의 고3을 포함한 중.고등학생들은 고속 인터넷의 수혜를 받은 첫 세대들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이 관심을 가진 것은 '민주주의'나 혹은 '시민의 자유, 혹은 권리' 따위 것들(따위라고 표현한 까닭을 아시겠지요.)이 아닙니다. 그들은 인터넷에서 무제한적으로 공급되는 일제 애니나, 미제 드라마, 혹은 게임들... 더 나아가면 음란물에 까지 매우 자유롭게 접할 수 있었던, 또 그렇게 당연히 해온 사람들입니다.(저를 포함해서요...)
우리는(제가 대변할 수 있는 입장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박정희 신드롬에 관대하고, 또 흔히 말하는 성장의 논리에 익숙해진 세대입니다.
우리는 매우매우 이기적인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시위하는 사람들이 시간을 낭비한다고 많이들 생각합니다.
제 주위 친구들은 대체적으로 이렇다고 봅니다.
누군가는 우리 세대를 위해 변명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고통받고 상처입으면서 알 건 알아야 하고, 또 볼 건 봐야 합니다. 들을 건 들어야 하고, 또 외쳐야 합니다.
설령 나중에 우리가 후회하더라도... 또 그 때 공부가 부족했던 것을 통탄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얘기일 뿐이지, 지금의 순수한 열정 그 자체를 매도해서는 안됩니다.
고3은 그 순수한 그 혈기 자체로 좋습니다. 멋도 모르고 나대는 그 모습 그대로가 좋습니다. 그리고, 또 아직 세상에 물들이 않은 그 철부지 같은 객기가 좋습니다. 그리고 님 같은 소수가 왜곡된 다수를 대변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던 그 물음... 그것에 답하기 위해서는 저는 보고, 듣고,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입시 교육에 매몰되서 입시 자체를 위한 공부, 공부 자체를 위한 공부에 심취하여... 또 자신이 단지 명문대에 갈 것만을 상상하며 하루하루를 지탱해가는 고3 생활은 정말이지 지독합니다. "지금에도 적들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 식의 (정글의 '약육강식'을 연상케하는 우리나라의 미친 입시 이데올로기가 철저히 주입된) 정신 세뇌용 맨트를 되내이며 자신을 질책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합니까?
무엇을 향해 흘러가는 지도 모르고, 무엇을 위하여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시대가 말하는 '정형론'에 제 자신을 맡기기는 싫은 겁니다. 지금부터 치열하게 생각하고, 또 실천하고 싶습니다. 또 듣고 말하고,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젊으니까 더 객기부리고 싶은 겁니다. 틀린 거라면 또 고치면 되지요.
고3이기에 더욱더 신념을 가지고 공부할 때입니다. 시간을 아껴서 공부하고 또 남는 시간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뜻깊은 일들을 하는 것... 당연한거 아닙니까?
대1이 되서 하라고요? 싫습니다. 대학생이 됬다고 해서 저런 식의 논리가 당장에 바뀔리가 전혀 없습니다. 대학에 가면 또 여자친구도 사귀어야 되고 또 취업 준비도 해야한다고 당장에 성화일 텐데요. 단지 많은 대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한다는 그 논리 하나만으로, 대학생이 되서 시위 하는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씀하실 겁니까?
글이 길어지다 보니 두서없이 되버렸군요.
한 가지 말하겠습니다. 당신의 결정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힘내시길... 당신과 같은 입장의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세요.
또한... 당연히 촛불집회에 참석한 만큼 공부 더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에 허울뿐이라는 사실... 잘 아시겠죠.
cf) 어머니, 아버지를 가장한 거짓 잔소리꾼들에게...
혹시해서 말이지만, 저 절대로 어디 이상한 부모님에게 교육받거나 선생님에게 영향받은 소위 말하는 '운동권' 아닙니다. -_-;;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고3일 뿐더러, 집회 갔다는게 알려지면 당장에 퇴학당하는 학교에 재학중입니다.
또한 공부 못하는 놈이니 뭐니 이런 소리는 하지 말아주십시오. 솔직히 저 공부 열심히 하고 성적도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흠흠...;;(<- 그냥 괜히 객기로 하는 소리죠, 이건.)
참고로 부모님과는 그래도 일단은 잘 해결됬습니다. 님도 잘 구슬려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