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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목소리''가 만방에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준근 |2008.06.07 23:35
조회 46 |추천 0

 

 하지만, 그렇게 드높이 울려퍼지고있는 '국민의 목소리'라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 전체를 놓고 볼 때 그 목소리를 내고 있는 분들의 비율이 얼마나 될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국민 '모두'의 목소리가 아닙니다.

 

 어떻게 그렇게 장담할 수 있냐고 물으신다면, 우선 제 목소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남자로 태어나 아직 국방의 의무는 완수하지 않았지만, 제 국적에는 틀림없이 대한민국이라고 써 있습니다.

 

 물론 시위를 하거나 그 물결에 동조하는 분들이 '우리는 모두를 대변하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든 동조하지 않거나(판단을 유보하거나) 되려 반대하는 사람들을 대한 정신나간 사람 취급하거나 정부의 개(알바)라고 비아냥 거리는 것은 상당히 참기 힘든 모욕으로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 역시 모두 그러시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 많은 자료들을 보고도 어떻게 아직도 '판단유보'를 고수할 수 있냐는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만, 그럼에도 저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제 입장을 바꾸고싶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보류'는 물론 FTA문제에만 국한된 것입니다. 언론의 보도도, 전문가의 분석이라는 것도 너무 방향이 다양하기때문에 섵불리 무언가를 믿고싶지 않습니다. 하물며 루머라고 했다가 아니라고 했다가를 번복하는 온 인터넷을 떠도는 소문같은 것들에 대한 신용도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판단 내리기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전경의 강경진압에 대해서는 잘못된 것이라고 느끼고 마찬가지로 분노하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명백한 동영상 자료와 언론의 보도들이 이미 진실을 말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도 피가 끓는 젊은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집회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집회참가 = 이명박 대통령 탄핵 = FTA 반대 = 보수언론 폐간

 처음 집회가 시작되었을 때의 순수함을 유지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처음의 그 시각에 거기 있지 않았던 저로서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만, 요즈음의 집회 주제가 저러한것들임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제가 판단 내리기를 보류한 것들이나 제 판단 하에서는 고려되지 않는 주제들이 다루어지고 있는데 제가 나간다는 것은 제 목소리를 제대로 내는 것이 아닐 뿐더러 집회의 뜻에 맞는 것도 아닐것입니다.

 

 비겁한 변명이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정말 전경의 물대포도 방패도 곤봉도 두렵지 않습니다. 그러한 육신의 고통을 견딜 자신은 있지만 제 의지가 아닌 것에 휘둘리는 우매한 군중이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감당할 자신은 없습니다. 

 

 결국은 역사가 평가해 줄 것이지만, 저는 비겁자로 손가락질 받을 지언정 분위기에 휩쓸려 방향감각조차 상실한 채 몰려가는 무리중 하나가 되고싶지는 않습니다.

 

 지금 집회를 하는 분들이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뜻이 있어 참여하신 분들이 있을것이고, 그런 분들이 시위대의 대부분이거나 아니면 전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게는 그 뜻이라는 것이 보이질 않습니다. 이것은 제가 눈멀고 귀먹어서 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제가 남들보다 세상을 꿰뚫어보는 혜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말로 남들보다 눈이 어둡고 시야가 좁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제 눈에 보이는 대로, 제 귀에 들리는대로 믿고 판단하고싶습니다.

 

 그런데 제 눈에 보이고 제 귀에 들리는 것들로는 판단이 서지 않는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남의 눈을 빌리기에는 신용이라는 것이 부족한 세상입니다. 그래서 저는 판단을 미루게 되고, 여러분의 의견을 '국민 모두의 것'으로 하는데 장애물이 됩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런 저의 목소리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국민의 목소리'도 사방에 울려퍼지지는 못할 지언정 여러분들에게 전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부 보수언론이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정부의 입장만을 대변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민주공화국'이 '국민의 목소리만 있는 나라'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위를 진행하고 계시거나 그 흐름에 동조하시는 분들 중 '정부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이 얼마나 될까 생각합니다. 정부가 절충안이라고 내 놓은 것들이 기대에 차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정국수습을 위한 임시 방편이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짓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은것일까요?

 

 저는 그들의 말도 모두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루머라고 규정한것도 모두 루머라고 믿지 않으며 그들이 옳다고 한 것도 무조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비판적'이더라도 '수용'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대안제시가 무조건 국민을 속이기 위한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식의 대응을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대안을 내 놓는것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그에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글솜씨가 부족하고, 마음만 답답해서 이래저래 쓰다보니 제가 읽어도 뭔소린지 모를 것 같아 그냥 마음에 있는 말을 주욱 써 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역사가 평가해 줄 것이지마는,  제가 정말로 눈이 멀고 귀가 막힌 것이라면,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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